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하는 전기차 중 쉐보레 볼트 EV가 가장 멀리 가는 전기차가 됐다. 볼트 EV가 2020년형이 되면서 국내 환경부 공인 주행거리가 기존 383km에서 414km로 올랐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을 66kWh로 키운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처럼 주행거리가 올라간 2020 볼트 EV를 타고 서울 학여울역 SETEC 주차장과 강원도 강릉 경포번영회 주차장까지 총 430km를 왕복했다. 서울 SETEC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에서 100% 완충 후 무충전으로 두 곳을 왕복하는 방식이다.
왕복 무충전 주행 시작 전 차량 내 에어컨 작동을 시켰다. 우선 온도를 가장 낮게 하고 바람세기를 1단으로 설정했다. 이 때 차량 내부가 금방 시원해졌지만, 클러스터에 표기된 남은 주행거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작동시키지 않으면, 주행 시 피로감과 온열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작동시키기로 결정했다.
2020 볼트 EV는 50kW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36.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초에 주파 가능하고 LG화학이 만든 28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로 구성됐다.

차량 디자인에 큰 차이점은 보이지 않지만,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의 몇 가지 변화가 보인다. 기존에는 ‘HEAT(온풍)’와 ‘A/C(에어컨)’ 버튼이 디스플레이 내에서 통합돼 일부 볼트 EV 오너들의 불만이 나왔다. 하지만 2020 볼트 EV는 온풍과 에어컨 설정을 따로 나눴다.
또 경쟁 전기차들을 압도하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탑재됐다.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함과 동시에 넓은 화각의 전방 및 후방 카메라 화면이 등장한다.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들을 위한 기능이다.
왕복주행코스는 주로 간선도로와 고속도로만으로 이뤄졌다. 처음에는 올림픽대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 전 구간을 지난 다음, 동해고속도로를 활용해 강릉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으면 약 2시간 반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볼트 EV는 스티어링 휠 왼쪽에 회생제동 능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리젠(Regen)’ 레버가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이 레버를 활용하면 더 많은 에너지가 생겨 주행 시 배터리 충전을 도울 수 있다. 일반 전기차 충전 시 에너지 공급보다는 못하지만, 주행거리 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조적인 기능이다.


리젠 기능을 활용하고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충분히 지키면서 가니, 강원도 인제-양양 터널을 만났다. 편도 약 10km 구간으로 구성된 긴 터널이며 백두대간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 거의 내리막 구간이라 주행거리 감소 대신 오히려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 과정은 지디넷코리아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 SETEC 주차장 출발 당시 클러스터에 표기된 남은 주행거리는 평균 387km(최대 456km, 최소 278km)로 표기됐고, 212.4km 주행 후 강릉 경포번영회 주차장 도착시 남은 주행거리는 253km(최대 298km, 최소 207km)다. 남은 주행거리 표기가 불과 124km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 주행패턴을 유지하면 중간 충전 없이도 학여울역 SETEC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과정은 오르막이 많았다. 오르막에 오를 때는 전력 소모가 어쩔 수 없이 증가하기 때문에, 남은 주행거리 표기가 생각보다 빨라졌다. 하지만 리젠 레버를 통해 회생제동 에너지를 충분히 끌어모았고, 무리한 과속은 하지 않았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충전 경고등 없이 안전하게 SETEC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총 432.9km 이상을 주행해본 결과, 전비(전기차 연비)는 8.2km/kWh, 남은 주행거리는 82km(최대 96km, 최소 67km)였다. 꾸준히 더 주행하면 한 번 충전 후 500km는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볼트 EV의 주행거리가 더 늘어나고, 현대기아차가 내년 새로운 플랫폼이 탑재된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앞으로 국내 시장에 전기차 판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행거리가 더 늘어나면서 충전에 대한 오너 스트레스는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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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EV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부재다. 장거리 주행 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있어야 주행 피로감이 사라지지만, 2020년형에도 이 기능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정부 및 지자체의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제외한 볼트 EV의 가격은 개소세 인하분을 적용해 ▲LT 4천593만원, ▲LT 디럭스 4천693만원, ▲Premier 4천814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