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회동, 전기차·전장 동맹 강화 신호탄 되나

최근 스타트업 발굴에도 함께 나서

카테크입력 :2020/06/19 16:04    수정: 2020/06/20 13:54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이 전기차 배터리와 차량용 전장부품 분야에서 동맹을 강화할 전망이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간 회동 스케쥴도 예정되는 등 양사간 분주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와 LG간 동맹 강화 조짐은 지난 1월부터 감지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LG화학과 손잡고 충남 당진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그룹과 LG화학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눈길을 끈 것은 LG화학의 공식 입장이다. 전략적 제휴 관계는 부인했지만, 미래를 대비한 협력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1월 20일 보도자료에 “현대차와의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보도와 관련해 당사는 현대차와 다각적인 미래 협력방안들을 검토 중이나 전략적 제휴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LG 간 사업 협력 가능성은 이후 약 5개월 간 잠잠하다가, 이달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대차에서는 우선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 사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현대차의 미래 자동차 사업과 친환경차 사업 협력을 이끌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동분서주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지영조 사장은 지난해 5월 정의선 부회장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건너가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과의 협약을 이끌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리막에 1천억원을 투자해 고성능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만드는 기틀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지 사장은 지난 18일 LG화학과의 협력 첫 단계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 스타트업 발굴을 뽑았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LG화학과의 공동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차세대 배터리 혁신을 이끌 다양한 스타트업들과의 협력 파트너십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LG화학에서는 김명환 배터리 연구소장(사장)이 나섰다. 그는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해 전기차 분야에서 함께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간 회동 소식은 현대차와 LG화학간 협력이 담긴 보도자료 배포 이후 하루만인 19일 한 매체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양사는 두 기업 총수간 회동 사실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현대차그룹과 LG화학간 사업 협력 내용으로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대표.(사진=각 사)

정의선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이달 22일 LG화학 청주 오창공장에서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회동 내용은 알려진 것이 없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오창공장 내에서 LG화학의 전기차 생산 라인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대차그룹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서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됐다. 두 기업 총수간 만남은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차량용 전장부품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대차는 이미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통해 충전전력 대비 거리가 최상 수준에 오르는 등 이미 전기차 구동 분야에서 입증받았지만, 전기차를 만들 때 차량 내부 전자 관련 공간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며 “LG전자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차량용 플랫폼 ‘웹OS’를 내놓은 만큼, 이 기능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현대차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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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의선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 간 만남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지원 보조금 없이는 절대로 소비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LG화학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현대차와의 협약을 강화하면 향후 배터리 공급 물량 확보에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