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탈산업화 온다…과학기술 국가 전환해야”

과학·ICT 전문가들 포스트 코로나 대비 주문…“글로벌 리드 가능” 전망

방송/통신입력 :2020/06/17 18:32    수정: 2020/06/17 21:03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는 탈산업화가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보유한 우수한 과학기술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 제조업 기반 복지 국가의 끝자리에 들기는 어렵지만, 과학기술 기반 복지국가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17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이후 환경변화 대응 과학기술정책 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까지 전 세계 사회·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이 몰락하고 ‘과학기술’이 새로운 질서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 코로나19 이후 위기, 과학기술로 전 세계 리드한다

17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이후 환경변화 대응 과학기술정책 포럼’의 모습.

장덕진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로 탈산업화에 따른 양극화를 지목했다. 탈산업화가 중간층 일자리를 없애고 사회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심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 같은 변화에 우리나라는 특히 취약하다. 글로벌 선두 국가와 비교해 국내 산업의 로봇 도입 비율이 높은 데다,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 역시 빠르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 교수는 ‘과학기술’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유럽 선진국들은 제조업 황금기에 복지국가로 전환했지만,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탈산업화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잃게 됐다”며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우리가 가진 탁월한 과학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복지국가를 만든다면, 전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기반 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장 교수는 “과학기술과 바이오 등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기반 사회를 위해서는 기존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로 나뉘어 있는 체계에 과학기술부총리를 포함해서 3총리 체제로 전환해 과학기술 분야에 힘을 싣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학기술 중심 사회, 우리가 앞설 수 있나

이날 포럼에 참석한 임요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책과장은 과학기술 중심 국가로의 전환에 우리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은 ‘K-방역’ 등을 통해 국제 사회의 신뢰도 역시 높아진 만큼, 기회도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임요업 과장은 “우리는 R&D 투자 부문에서 전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고, ICT 인프라 분야에서도 다른 선진국을 앞서고 있다”며 “산업구조가 지나치게 글로벌 벨류체인에 의존하는 탓에 외부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약점도 있지만,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면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중심 국가로의 전환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과기정통부는 ▲R&D 혁신 ▲선도 산업의 디지털화 ▲인재 교육시스템 재설계 ▲과학기술 대응 체계 ▲국제 관계에서 글로벌 리더 국가로 도약 등을 추진 과제로 설정했다.

임 과장은 “기존 단순히 신기술을 개발을 지원하는 R&D 체계에서 선행기술·시장·제도·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투자 전략까지 세우는 새로운 R&D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며 “기존 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5G·AI 등 융합 서비스를 확산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과학기술 중심 국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날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 참여한 다양한 산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과학기술 중심국가로 전환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우선 디지털 시대에 맞춤 인재를 키워내고 기존 산업계 인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지금까지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제조업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비대면 바이오 등 신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력의 이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은 “여행 항공 등 대면 중심 산업이 코로나19 이후 위축됐고 향후 회복될 가능성도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업종 사람들을 재교육해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디지털 일자리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중장기적인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7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이후 환경변화 대응 과학기술정책 포럼’에서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각종 신기술 신상품에 대한 규제 완화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전환과 융복합화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날 텐데, 현재 우리 행정입법 시스템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도 융·복합화에 맞게 재구조화되고 재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민간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광범 BCG매니징디렉터파트너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민간 기업이 ICT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누적된 피해로 재정적 기반이 약해진 기업의 ICT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 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AI와 빅데이터 전문가 등이 대기업에만 몰리는 경향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도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재풀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