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이재용, 영장 기각 후 비상경영 고삐

반도체-스마트폰 긴급 사장단 회의 소집

디지털경제입력 :2020/06/15 18:25    수정: 2020/06/15 20:38

양태훈, 황정빈 기자

지난 9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주일 만인 15일 반도체(DS부문)와 제품(SET부문) 사장단과 사업 점검을 위한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만큼 위기 극복에 '시간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삼성은 코로나19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의 약 6할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영위하는 반도체(DS), 스마트폰/통신장비(IM), 가전(CE) 등 3개 사업부문이 쫓고 쫓기는 글로벌 경쟁에서 잠시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위기 의식이 고조된 탓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콕 집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부문 고위 사장단과 머리를 맞댄 이유도 이 두 사업 부문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스마트폰 시장 1위-수익 지키기 안간힘...가성비 앞세운 中 업체 도전 거세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중국 기업에 맞서 두 개의 전선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1위 휴대폰 제조기업이라는 시장점유율과 수익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상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를 비롯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들에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CMR에 따르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인도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1% 출하량이 감소해 비보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샤오미였다. 이 기간 샤오미, 비보, 리얼미, 오포, 삼성전자로 구성된 탑5 기업 중 출하량이 하락한 기업은 삼성전자뿐이었으며, 중국 4개 기업은 모두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 IM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3년 최정점(6조원대)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올 2분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IM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20조6천140억원, 영업이익은 1조1천88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매출은 26조원, 영업이익은 2조6천500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지난 3월 출시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량도 전작의 60%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한 6천만대를 기록하며, 영업이익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3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실적도 쉽진 않다. 상반기 부진 만회를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더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폴더블·노트 등 프리미엄 신모델 출시와 중저가 5G 도입을 확대해 전라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산·공급·채널·마케팅 등 전반적인 운영 효율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무선사업부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상반기 실적에 대한 점검과 함께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내년도 플래그십 라인업 운영 전략을 점검했다.

■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 육성 집중 점검

반도체 사업부문도 '초격차' 전략을 위해서는 한시도 투자를 멈춰서는 안되는 핵심사업 부문 중 하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19 확산이 TV, 스마트폰 등의 전방산업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모바일 시장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특히, 이 부회장은 이날 미국의 화웨이 제재조치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 육성을 위한 기술 경쟁력과 향후 개발 로드맵 등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D램, 낸드)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영역에서는 아직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의 기술 및 점유율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도약을 위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한다"며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다시 가다금고 도전하면 5G(5세대 이동통신)나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극자외선(EUV) 기술 도입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4조5천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또 2분기 들어서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8.8%의 점유율로 시장 2위를 기록해 1위 TSMC와의 점유율(51.5%) 격차를 32.7%포인트(전분기 격차 38.2%포인트) 좁히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