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산 키블저울로 1kg 질량 기준 대체한다

KRISS, 초미세 질량까지 정화하게 측정…첨단 산업 활용 기대

과학입력 :2020/06/11 12:29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박현민)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을 이용해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kg) 측정값을 구현, 국제비교 참가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키블저울은 전자기력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가늠해 고정된 물리상수 값을 기준으로 측정 대상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비다.

KRISS는 국제비교에 참가하는 데 필요한 선제조건인 불확도 2×10의 ?7제곱 이하를 만족하는 1.2×10의 ?7제곱의 불확도를 달성했다. 국제비교에는 NRC(캐나다), NIST(미국), BIPM(국제도량형국), NIM(중국) 등 5개 표준기관이 키블저울을 이용해 참가했다.

이광철 KRISS 책임연구원은 “그동안은 원기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가 질량 기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종속국이 아닌 기술 주도국으로써 첨단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KRISS 플랑크상스질량팀원들이 키블저울을 앞에두고 기념촬영을 했다.

질량 단위인 kg은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한 금속 원기 질량을 1kg으로 정의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100여년 동안 약 수십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이 변한 것으로 추정돼 정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KRISS 관계자는 “단위가 불안정하고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과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제약이나 반도체 같은 정확한 질량측정을 요구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질량측정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과학계는 측정값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치 않는 상수인 플랑크 상숫값을 이용해 물체의 질량을 구현하는 장치인 키블저울을 고안했다. 키블저울은 질량, 중력가속도,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 표준 집합체로 모든 측정 불확도가 10의 ?8제곱(1억분의 1) 수준이 돼야 한다.

KRISS 플랑크상수질량팀은 2012년 연구를 시작해 2016년 처음으로 키블저울을 설치했다. 당시에는 각 요소 측정 불확도가 10의 ?6제곱 수준이었고 전체 측정 불확도는 10의 ?6제곱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직선 운동 향상을 위한 메커니즘 구현 ▲등속 운동을 위한 고속 제어 알고리즘 적용 ▲자석의 균일도 향상 ▲전기 잡음 원인 분석을 통한 잡음 개선 ▲전자기력과 중력 간 정력 방법 제안 등을 개선해 1.2×10의 ?7제곱 수준의 결과를 얻었다.

KRISS에 따르면 키블저울을 이용해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불확도는 약 1×10의 ?8제곱 수준으로 캐나다와 미국이 구현하고 있다. 두 나라 사이 결과 불일치가 여전히 존재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여 년간 5번 정도의 추가 국제비교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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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KRISS 책임연구원은 “캐나다·미국 등 선진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연구지만 최단기간에 키블저울을 개발해 국제비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국제비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측정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메트롤로지아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