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가 국회로 간 이유

“현장 경험, 정치로 풀고파...시대에 맞는 합의된 규제 필요”

인터넷입력 :2020/06/08 13:45    수정: 2020/06/08 13:45

“규제는 그 시대에 일반 시민들이 바라는 하나의 합의된 요구라고 봐요. 규제는 시대에 맞게 세팅이 돼야 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없애줘야 합니다. 그것이 어떤 규제일까 사회적으로 합의를 봐야하는데, 합의 장소가 바로 여기 국회인거죠.”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카카오뱅크로 건너가 공동대표를 지낸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깜짝 변신은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잘 나가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수장직을 내려놓고 21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정 의원으로 ‘전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규제 개선 의지가 강하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세대인 카카오뱅크를 2년 가까이 이끌면서 여러 규제로 발목이 잡혀 금융 혁신이 더딘 경험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역시 겉으로는 규제 혁신을 외치지만, 현실은 전통 산업의 틀에 얽매여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시로 들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 “옛날엔 어땠나 질문 그만...네거티브규제, 징벌적 배상제 함께 가야”

이용우 의원은 지난 경험을 정치에 녹여 정책 개선에 기여한다는 새 목표를 세웠다. 그가 돌연 정치판에 뛰어든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규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직도 맡았다.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와, 징벌적 배상제도(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를 함께 추진함으로써 지지부진했던 규제 개선 목표를 달성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권한 강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보다 큰 책임을 지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시대에 맞는 적절한 규제는 필요해요. 예전에는 선진국을 따라 잡으면 됐는데, 지금은 우리도 이미 선진 영역에 들어섰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아무도 몰라요.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데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하자면 이미 늦어요. 금융업을 하다보면 옛날에 어땠냐면서 선례가 있냐고 묻는데, 일단 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실패할 경우 스스로 책임지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이 두 개가 같이 가지 않고 그냥 규제만 완화해달라고 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아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 “나만 옳다 안 돼...서로 다르다는 관점 필요”

이용우 역시 규제 혁신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찬반여론이 갈렸지만 최근 국회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이 규제 혁신 실패의 대표 사례다. 시간과 간격을 두고 신산업과 전통 산업과의 규제 형평성에 대한 고민이 다각도로 이뤄졌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만 옳다”는 식의 목소리가 규제의 실타래를 더 엉키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타다 서비스를 허용하려면 택시도 이에 맞춰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택시는 가격 등 모든 게 정해진 상태에서 (타다를 허용하면) 규제 불균형이 생기죠. 소비자 입장에서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게 맞지만요. 그리고 타다 말고도 다른 업체도 있었잖아요. 국토부나 정치권도 타다 서비스를 일부 해주게끔 하려고 했지만, 이 문제를 못 풀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타다 쪽에서) 나만 옳다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에요. 그 순간 이야기가 더 못 나가게 되죠.”

이용우 의원은 타다 금지법 국회통과 이슈를 예로,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가 국회에서 특히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통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함으로써 조금씩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우 의원은 당 내에서도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관점의 이야기를 적극 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가장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곳이 바로 국회죠. 진영논리에 빠져 나만 맞고 너는 틀렸다는 식이었잖아요. 합의가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던 거죠. 내부에서도 우리와 저쪽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를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서로 한발자국도 못 나가는 상황이니까요.”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제로금리가 되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금융권에도 찬바람이 불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금융 전문가로서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은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지만, 위기를 잘 넘기리란 믿음을 보였다.

“연체율이라든가 부실관리,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용 발생의 이유 등으로 은행이 중장기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죠. 그런데 은행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평소 이익을 충당해놓기 때문에, 또 금융당국도 정책적으로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함께 보완조치를 취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 “바이오 산업 특화된 고양 만들 것”

이용우 의원은 경기도 고양을 경제중심도시로, 일산을 창업 중심 도시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방송, 영상, 전시 관련 기업과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고양시에 대형종합병원이 여럿 있어 이를 중심으로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일산은 신도시이면서 끝자락엔 시골도 있어요. 킨텍스와 같은 대형 전시홀도 있고, 20년 전부터 추진되다 지지부진한 한류월드나 테마마크, 또 EBS나 JTBC 외에도 방송미디어사들도 입주할 예정이죠. 방송, 영상, 전시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다, 고양시에는 대형종합병원이 7개나 있어요. 임상실험은 대형병원에서 할 수밖에 없는데 질병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커지면서 관련 스타트업들도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어, 향후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어 IT 기술을 결합한 질병관련 산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인력 양성 체계도 잘 돼 있고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 “정치 입문 이유는 ‘자리’ 아닌 ‘가치’...초심 지키겠다”

카카오뱅크 내에서 영어이름 ‘얀’으로 불리던 이용우 의원은 300명 이상의 직원들 이름과 얼굴을 외울 만큼 소통을 중시하는 꼼꼼한 경영자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를 출범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시키는 데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그런 그가 정치에 입문한 이유는 ‘자리’가 아니라 ‘가치’였다.

“만약 정치인이 되지 않았다면요? 아마 사람들한테 제가 그간 경험했던 것들을 들려주는 강연을 하고 다녔을 것 같아요. 자산들을 잘 활용해서 후배들이 활용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정치인이라는 자리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의 수단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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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용우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훌륭한 기업가들이 여의도 정치판에 뛰어든 순간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지 않게 변해가는 모습들에서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가 커진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 그 마음을 항상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인터뷰에서 말하는 거 자체가 기록이고 저한테는 족쇄죠. 예전에는 이렇게 얘기했는데 왜 다르게 하냐는 지적을 받게 될 수는 있겠죠. 그러나 그 이유를 말할 의무가 저한테 있다고 봅니다. 언론들이 저를 관찰할 것이고, 오늘 말한 저의 생각들을 항상 간직하고 변치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목표를 잘 이루는지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