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모 아니면 도' 게시물 정책 손본다

저커버그 "유지·삭제 외 대안 있는 지 검토" 밝혀

인터넷입력 :2020/06/06 23:07    수정: 2020/06/07 21: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럼프의 글을 그대로 놔뒀다가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던 페이스북이 결국 게시물 검토 정책 자체를 손보기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6일 공권력 사용 관련 게시물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렸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은 앞으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그냥 놔두는’ 두 가지 방법만으로 구성된 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바꿀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씨넷)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게시물을 제재한다. 트위터는 우편 투표와 관련된 트럼프의 글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다’는 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 2일 직원들과 대화 때 '정책 변경 가능성' 시사

페이스북의 게시물 정책 변경 가능성은 지난 2일(현지시간) 저커버그와 직원들과 대화 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게시물 정책이 ‘그냥 놔두거나 차단하는’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는 점이 한계라고 인정했다.

당시 저커버그는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전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 처리 과정을 설명하면서 게시물 정책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검토했다.

첫째. 해당 글이 공권력 사용을 논의하는 내용일 경우. 이 때는 페이스북의 게시물 정책상 허용된다. 미국 각주들은 공권력을 사용하는 것이 법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공권력 사용에 대해 논의하거나, 위협할 경우에도 역시 페이스북 게시물 정책에 저촉되진 않는다. 페이스북 정책팀은 트럼프의 글이 이 범주에 해당될 가능성이 가장 많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트럼프의 글 앞부분에 규칙을 위반했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했다.

둘째. 미래에 폭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내용일 경우. 어떤 사람이 “만약 이런 일이 있으면, 이 일이 꼭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폭력을 요구하고나 격려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발언이 이 범주에 해당하더라도 현재 페이스북의 정책상 막을 방법은 없다.

셋째. 폭력을 선동하는 경우. 이 때는 페이스북 정책상 글을 내릴 수 있다. 폭력 선동에 대해선 예외가 없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글이 셋째 범주에 해당될 가능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때는 페이스북 정책상 경고 딱지를 붙인 뒤 보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방법은 없다. 그냥 콘텐츠 자체를 내려버려야만 한다.

이 같이 설명한 뒤 그는 “우리 정책은 과연 옳은가란 질문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왜 페이스북은 그냥 놔두거나 내리는 등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돼 있나”는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저커버그가 설명했다.

■ 저커버그 "현 정책 합리적이지만 더 나은 대안 요구도 존중"

저커버그가 6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밝힌 것은 이 부분을 공식화한 내용이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 올렸던 글에 경고 깃발을 달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정책상 정치인이나 저명인사도 예외 없이 ‘놔두거나, 내려버리는’ 두 가지 조치만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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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정책 위반 게시물을) 그냥 놔두거나 내리는 두 가지 선택지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지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페이스북의 현재 정책이 원칙적일 뿐 아니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더 나은 대안이 있을 것이란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