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는 두더쥐 로봇 첫 개발…우주 탐사에도 활용

KAIST 연구팀, 몰봇 개발…극지 탐사에도 활용 가능

과학입력 :2020/06/04 09:32    수정: 2020/06/04 11:29

두더지의 생물학적 구조와 굴착 습성을 모방해 무인 지하 탐사나 극한지역 또는 우주행성 탐사에 효율적으로 활용가능한 생체모방형 두더지 로봇이 개발됐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전기및전자공학부 명현 교수 연구팀(미래도시 로봇연구실)이 일명 두더지 로봇인 '몰봇(Mole-bot)'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몰봇'은 석유, 석탄 등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해 신 에너지원으로 사용 가능한 탄층 메탄가스(Coalbed Methane)나 전자기기에 이용하는 희토류 등이 매설된 지역 탐사, 나아가 우주 행성 표본 채취를 목표로 KAIST 연구팀이 개발했다.

기존 천부 굴착작업은 시추기와 파이프라인, 펌프 등 각종 장비를 조합해 작업을 해야 하는데 '몰봇' 로봇 하나면 이 모든 작업을 원활히 할 수 있다. 특히 '몰봇' 개발을 계기로 기존의 거대하고 복잡한 드릴링 장비 사용과 이로 인한 복잡한 공정, 환경 오염 유발 등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몰봇'은 크게 드릴링부, 잔해 제거부, 방향전환을 위한 허리부, 그리고 이동 및 고정부로 구성됐다. 크기는 지름 25cm, 길이 84cm, 무게는 26kg이다. 드릴링 메커니즘은 이빨로 토양을 긁어내는 두더지 종 하나인 치젤 투스(Chisel tooth mole)를 생체모방해 새로운 확장형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기존 기술 대비 높은 확장성을 가지며 안정적인 드릴링이 가능하다.

잔해 제거 메커니즘은 크고 강력한 앞발을 이용해 굴착 및 잔해를 제거하는 또 다른 두더지 종 휴머럴 로테이션(Humeral rotation mole)의 특별한 어깨구조를 모사해 설계했다. 휴머럴 로테이션은 길쭉한 형태의 견갑골을 가져 견갑골의 직선운동을 상완골에서 강력한 회전력으로 변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생물학적 구조를 모방해 효율적인 잔해 제거가 가능하도록 앞발 메커니즘을 새로 개발했다.

KAIST가 개발한 두더지 로봇 몰봇

허리부는 두더지 허리를 모사한 메커니즘을 통해 지하 내에서 360°자유롭게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몰봇은 굴착 메커니즘을 가지는 앞몸체와 이동 및 고정 역할을 하는 뒷몸체로 각각 구성돼있는데, 두 몸체 사이를 선형 구동기로 연결하고 스트로크 조절을 통해 자유롭게 좌우회전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동부는 동일한 3개 유닛을 삼각형 형태(120°간격)로 균등 배치해 지하 내에서 안정적인 지지 및 이동을 할 수 있게 설계했다. 불규칙한 토양 환경, 암석 등 예측 불가능한 지하 내에서 안정적인 이동을 위해 무한궤도를 이용한 이동 방식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이 밖에 개발 로봇에 지하에서 로봇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지하 환경은 주변이 암석과 흙으로 이뤄져있어 무선통신 신호를 활용하기 어렵고 또 내부가 협소하고 어둡기 때문에 비전 및 레이저 센서를 사용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몰봇'에 자기장 센서가 포함된 관성항법 센서를 탑재했고, 이 결과 지구 자기장 데이터 변화를 측정해 로봇 위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즉, 연구팀은 지구 자기장 시계열 데이터를 매칭시키는 그래프 기반의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동시적 위치 인식 및 맵핑)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로봇 위치를 측정하는 문제를 해결했고, 이는 지하공간의 3차원적인 자율 주행을 가능케했다.

몰봇을 개발한 명현 교수(왼쪽부터), 이준석 박사과정, Christian(크리스티안) 연구원, 임현준 박사과정.

'몰봇'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공인인증 평가를 통해 성능을 검증했고, 총 4개 항목에서 평가를 받았다. 최대 굴진각은 100피트당 38도, 위치 인식 평균 제곱근 오차는 6.03cm, 굴진 속도는 시속 1.46m, 방향각 추정 오차는 0.4도로, 기존 세계 최고 방식과 비교할 때 굴진 속도는 3배 이상, 방향각 추정성능은 6배 이상 향상된 성능을 보였다고 KAIST는 설명했다.

명 교수 연구팀은 몰봇이 기존 로봇에 반해 훨씬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하자원 탐사가 가능할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뛰어나고, 최근 스페이스X에 의해 촉발된 우주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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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됐다. 로봇 구조 해석 및 지반 실험은 건설 및 환경공학과 홍정욱 교수 및 권태혁 교수 연구팀과 협업했다. 그동안 연구성과물은 해외 우수저널 논문 5건 게재, 국제 학술대회 발표 12건, 국내 학술대회 발표 4건, 특허 출원 및 등록은 각각 3건과 1건의 실적을 기록했고 특히 국제 학술대회 우수발표상 및 국내학술대회 우수논문상을 각 1건씩 수상했다.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혁신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이번에 개발한 '몰봇'은 유튜브(https://youtu.be/pEnKy5UYEYQ)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