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지원 요청 임박…산업은행 판단에 촉각

'비핵심자산 처분' 노력이 의사결정 변수 될 듯

금융입력 :2020/06/03 17:24    수정: 2020/06/03 17:24

경영난에 빠진 쌍용자동차의 추가 지원 요청이 임박하자 산업은행(산은)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짊어진 모양새가 돼서다.

다만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지원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쌍용차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에 지원을 호소하는 여론도 만만찮아 산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가 산은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 900억원의 만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업계는 쌍용차가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요청 신호를 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2천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신청하기로 결정한 뒤 정부를 설득할 채비에 나섰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쌍용차는 그만큼 산은의 지원이 절실한 처지다. 올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다 3월말 자본잠식률이 71.9%에 이르는 부분 자본 잠식에 놓였기 때문이다. 또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약 2천540억원이며, 내년까지 3천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산은 역시 1천900억원 규모의 쌍용차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산은의 판단이 관건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쌍용차 지원 문제에 대해 "주채권은행이 판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산은으로 공을 넘겼다.

산은 측은 고심하는 눈치다.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들은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사기업을 위해 혈세를 투입하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부담이 앞섰고, 대주주가 포기한 회사를 지원하는 것은 '대주주 책임'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지난 4월 돌연 대규모 신규투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연초 공개한 2천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틀어 3개월간 운전자금 400억원만을 수혈하기로 하면서 쌍용차에 독자생존을 주문했다. 특히 마힌드라가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 지원을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에 산은 내부에선 심기가 편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산은은 쌍용차의 채권은행일 뿐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다. 2대 주주(지분율 17.02%)로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던 한국GM과 쌍용차는 산은에게 분명 다른 케이스라는 얘기다.

쌍용차가 기안기금 지원 대상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총차입금 5천억원, 근로자수 300명 이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데, 쌍용차의 경우 기준은 충족하나 경영난의 원인이 모호해서다. 은성수 위원장이 "쌍용차 위기가 코로나로 인한 문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다. 산은 역시 최근 쌍용차 관련 업무를 '기업금융1실'에서 '기업구조조정3실'로 이관한 상태다. 외부에선 산은이 쌍용차를 '구조조정 기업'으로 분류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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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쌍용차가 비핵심자산을 처분하는 등 스스로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은 산은의 판단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차원에서 의지를 보인 만큼 산은도 지원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쌍용차는 지난 4월 부산물류센터를 팔아 263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이달 서울서비스센터를 1천8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마힌드라로부터 받은 400억원을 더하면 최근 쌍용차가 마련한 현금은 총 2천463억원에 달한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쌍용차로부터 어떤 요청도 받지 않았다"면서 "만기 연장 등을 신청하면 내부 절차에 따라 심사를 거쳐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