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중국에 '잉크젯 장비' 공급 "수주 확대"...업계는 우려

티안마와 지난달 계약...BOE에 추가 공급 가능성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6/02 16:08    수정: 2020/06/02 23:35

LG전자 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이 LG디스플레이와 국산화한 디스플레이용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중국 기업에 공급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삼성과 LG를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OLED 주요 기술을 중국에 판매한 것이어서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 '이미 오래전에 공급된 장비다'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달 11일 중국 티안마에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공급했다. 이는 중국 우한에 위치한 티안마의 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에 도입될 예정이다.

생기원이 납품한 잉크젯 프린팅 장비는 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자를 보호하는 박막 봉지층을 증착하는 장비로, 산소와 수분에 취약한 유기발광다이오드를 보호해 생산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생기원은 지난 2017년 LG디스플레이 구미 E5 라인에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도입하고, 성능 개선 작업을 통해 중국 티안마에 장비 공급을 타진해왔다.

중국 샤먼에 위치한 티안마의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 (사진=티안마)

LG전자 관계자는 "생기원은 그간 잉크젯 증착 장비의 성능을 지속 개선해왔고, 최근 중국 티안마에 이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장비 개발을 통해 장비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일각에서는 생기원의 잉크젯 장비 공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기원의 잉크젯 장비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수율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생기원이 LG디스플레이 구미 라인에서 개발한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티안마에 공급했다는 것은 중국에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노하우를 전수해줬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티안마가 LG디스플레이의 파트너사인 일본 캐논토키 등과 협력 중인 것을 고려하면, LG디스플레이 수준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능력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티안마는 최근 중국 샤먼에 2022년 양산을 목표로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 투자(투자금액 480억위안, 생산능력 월 48K)를 결정하고, 일본 캐논토키의 증착장비를 수주하는 등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티안마가 샤먼 외 우한에도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생산능력 월 30K)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티안마는 2022년에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능력(월 75K)을 추월하게 되는 것이다.

(자료=한국기업평가)

티안마가 생기원 장비 수급에 앞서 미국 카티바의 장비를 도입한 전례가 있는 만큼 기술유출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 중국 1위 업체인 BOE가 카티바 장비를 도입했지만, 아직 유기발광다이오드의 기술수준이 국내 업체와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또 다른 관계자는 "티안마가 생기원 장비 도입을 통해 생산수율을 소폭 개선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기술유출은 장비 도입만으로 현실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생기원이 티안마에 이어 BOE에도 잉크젯 프린팅 장비 공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BOE가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에도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공급을 타진 중인 가운데 잉크젯 장비를 통한 생산수율 향상에 관심이 크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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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생기원 잉크젯 장비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의 생산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 필요하면 도입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생기원이 티안마를 발판으로 BOE까지 잉크젯 프린팅 장비 공급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생기원은 LG그룹 내 제조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에 소재와 장비를 개발·공급하는 생산혁신 조직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