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매니지먼트 시대 온다".... “디지털뉴딜, 디지털콘텐츠·교육인프라 집중하라”

[창간20주년 기획대담]참여정부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듣는다/ 노준형 전 장관

방송/통신입력 :2020/06/02 09:03    수정: 2020/06/02 22:37

참여정부 시절, 진대제 전 장관에 이어 정통부 장관을 지낸 노준형 전 장관은 지디넷코리아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사전 진행된 특별대담에서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사태는 '리스크매니지먼트 시대'를 앞당겼다고 역설했다.

이제 국가의 역할은 주기적 혹은 갑작스럽게 다가올 '팬데믹' 사태를 가정하고 대처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상당 부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발 하라리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에 대해서도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를 한 발 앞당긴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부가 진행하는 한국형 뉴딜에 대해서는 브랜드나 슬로건보다는 ‘실행력’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임 정부들이 대국민 홍보나 치적쌓기에 열중한 나머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실행보다는 구호에 열중한 탓이 컸다는 진단이다.

또 디지털 뉴딜에 대해서는 2~3가지 시급하면서도 파급력 있고 미래지향적인 과제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업과 교육 인프라 개선 및 확충 사업에 집중할 것을 기대했다.

디지털 뉴딜로 추진하는 국가적 사업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와 파급력 있는 미래지향적 교육 인프라를 주목하되,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일반 예산을 투입할 것을 강조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정보통신진흥기금만을 얘기하면 예산이 한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노 전 장관은 산업발전의 흐름을 감안할 때 제조업이 농업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업화 시대의 대량생산시대는 저물고 한계비용 제로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서비스와 콘텐츠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 장관은 특히 ‘온디맨드(OnDemand)’ 경제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술과 사회체제의 발전으로 고객이 필요하고 원하는 것을 즉시 생산하고 제공하는 시대적 흐름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는 온디맨드 경제시대를 준비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담은 박승정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주]

"공급자 중심 대량생산체제 시대 갔다".... "맞춤형 온디맨드 경제시대 온다"

박승정 편집국장(과학기술학 박사) : 이번이 두 번째죠! 지난해 ‘비욘드 5G 이동통신’이란 주제로 미래사회를 예견하셨습니다. 그런데 예견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로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 자체가 대단히 어려워졌습니다. 모든 현상의 전제가 돼버렸다고나 할까요. 변수라고 됐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19, 어떻게 보시는지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전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 코로나19는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 미국 9.11 테러,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입니다. 예로 든 것들이 모두 어느 하나의 카테고리라든지 국지적인 사태였다면, 이번 코로나19는 경험해 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의 팬데믹 역습이란 점에서 다르다는 점입니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사회 전반의 변화를 강제로 가져오게 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미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의미지요.

박승정 국장 : 바이러스의 팬데믹이라고 하셨지요. 세계적인 상황으로 커져버린 상황이라면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재진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테니까요. 이미 ‘위기’나 ‘안전’이란 용어가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반면, ‘공유’나 ‘보안’이란 단어는 주춤한 것 같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요.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팬데믹’”.... “국가도 리스크 매니지먼트 할 때”

노준형 전 장관 : 구글이나 페스북, 지금은 조용합니다. 이상하지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앞세워 뭔가를 얘기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얘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이라는 것과 ‘불확실성’이란 단어 같은 것들 말입니다.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있을 수 없지요. 지금 단계에서 데이터가 부족한데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갈 것 같은가요? 아무도 모릅니다.

처음이니까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바이러스에 관한 한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확산된 상황이니 돈이 된다면 이제 백신을 개발하는 노력들이 뒤따를 것입니다. 그런 이후 일상이 조금씩 돌아올 것입니다. 학교를 열고, 공장을 가동하고, 극장이 문을 열 것입니다.

많은 부분이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지만 또 많은 부분은 새롭게 변할 것입니다. 특히 집합적으로 하는 것들은 상당 부분 사람들의 심리에 경계심을 심어놓을 것입니다.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이제 갑작스런 상황들을 가정하고 대처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상당 부분 할당될 것입니다. 순서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국가의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박승정 국장 : 말씀이 나왔으니 순서를 바꿔 먼저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형 뉴딜’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현 경제의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한편에서는 국가 내 경제주체들이 올스톱 되는 형국인데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할에 국한해서야 될 것인지 의아해 할 수 있습니다.

노준형 전 장관 :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뉴딜도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방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박 국장 말대로 지금 경제는 초유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생태계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비상사태라고 보면 좋을 것입니다. 이런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뉴딜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지요.

리스크 매니지먼트라는 것이 어떤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본다면 뉴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만, 우선순위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젊은 세대의 일자리 창출,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이 그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한국형 뉴딜을 추진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면 하는 방향입니다. 젊은이와 일자리, 미래는 소중한 단어입니다.

박승정 국장 :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형 뉴딜을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전통산업 혁신 등의 국책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선도형 경제체제로 다가온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선언적 슬로건도 내걸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노준형 전 장관 : 먼저 슬로건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한 시대가 있었습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도 만들었으니까요. 브랜드는 뭔가를 대신하는, 일거에 바꾸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이전 정부에서의 안전행정부 예가 대표적입니다. 처음 안전행정부를 들고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행정이 우선이지, 무슨 안전이 우선이냐고 반대했습니다. 또 안전행정부는 부처를 바꾸면서 들게 되는 사소한 비용에서부터 이미지업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안전’이란 브랜드는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식품, 교통, 사이버, 여행, 국방, 프라이버시 등 모든 것에 안전을 붙이면 해결되는 시의적절한 브랜드였지요. 보수와 진보진영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대단한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세월호’로 안전행정부의 브랜드는 소멸됐습니다. 슬로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행력’, 즉 파워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 사례였습니다. 녹색성장도, 창조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승정 국장 : 국가브랜드위원회, 시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을 디지털 뉴딜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인프라 구축, 비대면산업 집중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 3대 추진방향과 디지털 경제 전환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조만간 실행 계획을 수립해 발표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구호는 좋습니다만, 나열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디지털뉴딜은 2~3가지 사업 집중해야".... “디지털뉴딜, 디지털콘텐츠·교육인프라 집중하라”

노준형 전 장관 : 뉴딜이 무엇인지부터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뉴딜은 공공사업을 의미합니다. 국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따라서 공공 수요가 따라야 할 것이고 일자리하고 연계돼야 합니다. 당연히 미래지향적인 사업이어야 더 좋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의 정부 시절 ‘대법원 등기부 전산화’ 같은 사업을 살펴볼까요. 정부의 업무가 바뀌고 국민의 생활이 바뀌었습니다. 급행료 등 업무의 부정이 없어지고 투명화가 정착됐습니다. 시간과 장소, 활용의 부가적인 이익들이 더 커졌습니다. 한때 ‘돈만 날린 황소개구리 잡기, 유용했던 정보화 사업’이란 신문기사의 제목이 나왔을 정도의 극과 극의 프로젝트가 대비되기까지 했습니다.

따라서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면 쉽지 않습니다. 10대 과제를 다 하면 좋겠지만 효과가 큰 검증된 사업 2~3가지를 집중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를 들면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업과 교육 인프라 혁신이 대표적입니다. 5G 인프라를 깔고 휴대폰이 많이 보급됐는데, 콘텐츠는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UHD콘텐츠 제작사업을 정부가 진작시킨다면 우리나라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리라 봅니다. 넷플릭스의 시리즈물 ‘하우스오브카드’를 보십시오. 모두 사전제작에다 4K로 고화질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넷플릭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더구나 이 분야는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미 ‘기생충’이 미래성을 담보한 바 있지 않습니까. 기생충 하나로 어지간한 중화학 공업 이상의 수익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교육 인프라 개선사업입니다. 이미 10년도 넘은 기자재를 쓸 정도의 컴퓨터, 프린터, 모니터, 소프트웨어(SW), 통신망입니다. 학생들이 가정에서 쓰는 시스템과 학교에서 쓰는 시스템의 간극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기자재 공급과 교육 수요, 유지보수, 콘텐츠 개발 등 사업 기대효과를 따지면 교육 인프라 개선사업만큼 효과가 큰 사업도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전성기가 도래했다고 하는 원격교육 사업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예산이 항상 문제입니다. 교육부 예산을 갖다 쓰라고 하면 우선순위에서 절대 후순위입니다.

뉴딜을 해야 하는 특수성 있는 이런 때 기획재정부를 설득, 일반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파급효과가 기대 이상일 것입니다. 전자정부 인프라 개선사업 역시 다시 추진할 때가 됐습니다.

박승정 국장 : 한두 가지 효과가 큰 검증된 사업에 집중하라는 말씀은 시사점이 큰 것 같습니다. 그중의 하나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업을 말씀하셨는데요. 우리나라의 ICT 인프라나 기술력, 창의성을 감안하면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의 중요성을 더 얘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의 도입에 관한 논의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제조업, 농업II 전철 따를 것”.... “제대로 된 인더스트리4.0 준비해야”

노준형 전 장관 : 제조분야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산업의 고도화가 깊숙이 진전된 지금에도 80년대, 90년대 얘기를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말했던가요.

제조업은 얼마 안 있어 ‘농업 II’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세계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산업화가 진전돼 3%만이 농업에 종사하는 수준입니다. 제조업 역시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가 인공지능(AI)과 함께 진전되면 농업의 전철을 밟을 것입니다.

제조업의 성공신화에만 매달려 과거지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뒤처지고 말 것입니다. 현재의 제조업이 중요하다고 전제했지만 우리나라의 인더스트리 4.0은 공장자동화 수준의 인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인더스트리 4.0’의 전략과 방향, 목표를 접목해 업그레이드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박승정 국장 : 서비스와 콘텐츠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으로 이해됩니다만, 우리나라 현재의 먹을거리가 상당 부분 제조업에 몰려있다는 의미에서는 또한 제대로 된 인더스트리 4.0의 도입을 강조한 것으로도 들립니다. 그만큼 인식의 전환과 ‘미래’를 강조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노준형 전 장관 : 맞습니다. 현재의 먹을거리 산업인 제조업을 소홀히 하자는 게 절대 아닙니다. 중요한 만큼 투트랙으로 가야 하겠지요. 독일은 지구상에서 제조업을 가장 많이 고민한 나라입니다. 그만큼 제조 강국이라는 의미지요. 인더스트리 4.0을 주창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디다스 신발 얘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시골 점포에서 합성피혁으로 신발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3D 프린팅 기술로 단번에 착착 만들어 줍니다. 3D프린팅은 규모의 경제를 도전받게 만들었습니다.

제러미 러프킨(Jeremy Rifkin)이 얘기한 ‘한계비용 제로의 사회’가 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시대에도 대량생산체제의 공장자동화 수준을 얘기합니다. 시대는 한 발 앞서 저만치 가는데 우리는 과거의 경험적인 것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더스트리 4.0을 얘기하는데 대량생산체제만을 노래해서는 곤란합니다. 3D프린팅 시대에는 주문형 생산체제를 얘기해야 합니다. 맞춤형 생산과 소비가 곧바로 이어지는 시대입니다. 광고와 같은 중개자도 없어집니다. 기존의 경제상식을 뒤엎는 근본적인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는 얘깁니다. 제조업이 ‘농업 II’가 될 것이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박승정 국장 : 주제를 바꿔볼까요.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의 자유무역을 약화시키는 블록화와 보호무역을 가속화 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이 이를 주도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일본은 아예 자국기업을 불러들이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각에서는 리쇼어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우리와 같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의 가장 큰 위협적인 흐름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리쇼어링 능사 아니다”

노준형 전 장관 : 한번 살펴볼까요? 1990년 이후 세계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역증가율이 처음으로 산업화시대의 성장률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은 엄청난 성장률을 보였는데, 세계 교역의 증가량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마어마한 자금을 쏟아 붓고 노동력 역시 집중적으로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올린 세계적 버블이 이제 꺼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지요. 각국의 움직임을 보십시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이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영국,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이 장벽을 먼저 쌓을 것입니다. 이들 나라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아니라 리쇼어링을 더욱 장려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역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중국은 다릅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같은 입장이지요. 삼성·LG·현대차 같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은 제품의 대부분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일과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시사점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기업의 리쇼어링은 산업별로 다르게 봐야 할 것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볼 사안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입장은 분명 달라야 합니다.

박승정 국장 : 코로나19 이후 미래 사회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혹시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 어떤 흐름이 있다면 한 가지만 소개할 수 있을까요?

노준형 전 장관 : 글쎄요. 전기차 시대가 왔다고 하는데요.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버스를 운행하고, 택시조차도 전기택시가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습니다. 전기충전 인프라가 깔리고 배터리 성능이 개선되면서 빨라지는 느낌입니다.

‘헤일로(Halo)’ 같은 무선충전기술이 더 발전하면 유선을 깔아야 하는 현재의 방법보다 훨씬 더 간편하게 충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유선과 동등할 정도로 무선으로 충전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는 것은 차체 무게를 가볍게 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으며 배터리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배터리 성능도 더욱 좋아지고 말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며 석유화학 산업 역시 큰 변화가 올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이 조명 받고 있는 상황을 보십시오. 원격교육, 원격진료, 온라인(모바일)쇼핑, 바이오 등은 이미 예견된 산업입니다.

박승정 국장 :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ICT의 발전과 사회체제의 변혁으로 새로운 경제체제의 도래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장관께서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의 시대적 흐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노준형 전 장관 : 그렇습니다. 온디맨드(OnDemand) 경제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미래형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이제는 고객이 필요하다고 하고 원하는 것을 요청한다고 하면,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제공하는 시대입니다.

산업화시대에 각광받던 자동화로 대변되는 공급자 중심의 대량생산체제의 시대는 갔다고 보면 됩니다. 이른바 ‘온디맨드 경제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3D프린팅, 모바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세대(G) 인프라 등이 기반이 돼 수요자 중심의 온디맨드 경제는 이미 진행형이라고 봐야 합니다.

관련기사

피터 드러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Adrian Slywotzky), 칼웨버(Karl Weber) 등이 예고한 대로 이제는 온디맨드 경제시대를 준비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선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