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해 경제성장률 -0.2%보다 더 내려갈 수도"

"코로나19 사태 향방이 좌우...금리인하 실효한계 근접"

금융입력 :2020/05/28 14:59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수정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분기 정점에 이른 후 차츰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제에 기초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로는 소폭의 플러스를 기록할 수 있겠지만, 비관적으로 보면 마이너스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 기준금리 추가 인하…11년 만에 역성장 전망도

28일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5%로 0.25%p 인하했다. 지난 3월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로 내린 뒤 2개월 만에 추가 조치를 취한 셈이다.

28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유튜브 캡처)

또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p 낮췄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한 것은 2009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월 금통위 이후 한 달 여를 지나고 보니 글로벌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시점이 지연되는 모습"이라며 "주요 선진국은 확산이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최근엔 남미를 비롯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률이 0% 근처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도 크게 낮아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경제 성장 전망과 관련해선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분기 정점에 이르고, 국내에서도 대규모 재확산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에 기초했다"면서 "앞으로의 성장 경로는 코로나19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준금리 실효하한에 근접"…추가 인하 어려울 듯

이주열 총재는 이번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근접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는 중앙은행이 실제로 내릴 수 있는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뜻한다.

이 총재는 "실효하한은 주요국의 금리와 국내와 경제 여건 등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이번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금리인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면 실효하한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한은이 어느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을지 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확대가 필요하다면 금리 이외의 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 연준의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 격차는 0.25∼0.5%p로 좁혀진 상태다.

■ "전례 없는 위기에선 공격적 재정 정책 펴야"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이 총재는 "지금과 같이 전례 없는 위기에선 취약계층과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보호하고 국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 성장기반 훼손이나 잠재성장률 하락 등 피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OECD 국가와 비교해보더라도 재정 정책 여력이 큰다는 것은 IMF(국제통화기금)와 주요 기관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한다면 정책의 타당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금융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엔 "일부 지역에선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적으로 퍼지는 상황임에도 주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고점 수준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면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복원력이 상당히 양호한 수준에 있다"고 역설했다.

■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에서 0.50%로 하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이 제약되면서 크게 위축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 경제활동 재개 기대 등으로 주요국 주가가 상승하고 국채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이 축소되는 등 불안심리가 상당폭 완화됐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각국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도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다. 고용 상황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는 등 악화됐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하는 0% 내외 수준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폭 축소 등으로 0%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0%대 초반으로 하락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중반으로 소폭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 수요측면에서의 상승압력 약화 등으로 금년중 0%대 초반을,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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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안정,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 등으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축소됐다. 장기시장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주가는 상승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축소됐으며 주택가격도 오름세가 둔화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