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통한 맞춤형 자산관리...디지털 뱅크가 대세

[포스트 코로나: AI+X가 핵심이다] ⑪ 금융 AI

금융입력 :2020/05/28 07:57    수정: 2020/05/28 13:47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은행업계는 비대면 금융서비스 차별화가 은행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금융업무는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확신이 전제다.

은행은 이미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그릇은 만들어놨다.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이 그 그릇 역할이다. 나아가 이를 뛰어넘을 '디지털 리딩뱅크'로 태어나기 위해, 다른 은행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 줄어드는 지점 내방객에 대형 핀테크 플레이어에 은행들 '화들짝'

코로나19 이후 은행은 더 이상 주요 영업 채널로 지점만을 꼽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올해 2~4월 KB국민은행의 전 지점 일평균 방문객 수는 약 17만6천명으로 2019년 2~4월 일평균 방문객 약 20만명에 비해 2만4천명(13.6%) 줄었다. 코로나19로 은행업계선 영업점 내방객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거나 대면 접촉을 달가워하는 고객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끼고 고객을 응대하는 KB국민은행 본점 직원들. 사진은 기사와 연관이 없습니다.(사진=KB국민은행)

은행의 대면 영업 비중 감소는 자산관리 수익과도 연결된다. 대부분 프라이빗뱅킹(PB) 지점을 통해 관리되는 자산관리 고객은 비대면보다는 대면을 선호해왔으며, 은행도 이 수요에 맞춰 대응해왔다. 예비 PB 고객도 내방 고객의 상담을 통해 관리해왔다. 코로나19로 이 같은 영업이 좀처럼 어려워지자 자산관리도 비대면에서 '지점처럼'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외에도 1천만명 고객을 확보한 대형 핀테크 플레이어도 은행업계에선 두려워할 만한 '적(敵)'이 됐다. 은행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20~40대들의 자산관리 서비스서 호응을 받자, 은행은 플랫폼에 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졌다.

A은행 관계자는 "지점 방문객들의 주요 관심사는 '내 돈을 어떻게 불릴까와 굴릴까'인데 이들의 수요를 은행이 따라가야 한다"며 "많은 은행들의 업무는 비대면으로 가능해진 터라 비대면으로 고객 상황에 맞춰 자산관리를 해주는 것을 포스트 코로나의 은행의 주요 과제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머신러닝 접목해 '초개인화' 서비스 추천 고려...빅데이터센터 '분주'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했지만, 고객 호응을 이끌진 못했다. 대부분 알고리즘은 일정 룰을 따르는 룰 베이스에 한정됐고, 자동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불러와 학습하는 인공지능(AI)은 아니였다. 내 자금 사정과 관계없는, 나와 투자성향만 같으면 다를 것 없는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는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은행은 빅데이터와 AI 접목에 집중하고 있다. 쌓여있는 트랜젝션(거래) 데이터를 정리해 분류하고, 패턴과 모델링 작업으로 마치 맞춤형 정장과도 같은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를 만들 토대라고 믿고 있어서다.

대부분 은행들은 빅데이터센터를 만들었으며, 밑작업에 분주한 상태다. 앱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필수적으로 이뤄졌던 디지털 로그 분석도 최근 도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객의 비정형 데이터 수집의 최전선이었던 대면 채널을 대신할 방법도 찾았다.

바로 은행 고객상담 콜센터다. 음성 인식 문자 전환 기술(STT)을 접목해 고객 투자 성향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느냐에 대한 데이터의 원 재료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고객센터로 걸려오는 전화 내용을 토대로 불만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어떤 상황서 이런 불만이 나오는지, 해당 불만을 접수하는 고객은 어떤 군일지를 데이터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고객군을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5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시행돼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은행이 시작하게 된다면 초개인화 자산관리 시기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만이 아닌 다양한 금융사의 금융거래까지 더해져 신용데이터로 이 고객이 어떤 사람일지를 더 명확하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과 연결된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아직은 걸음마, 단계 뛰어넘으면 속도전 예상

아직까지 은행들의 AI 활용은 걸음마 단계다. 이유는 데이터 작업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데이터들도 아직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은 곳도 있는데다,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지에 대한 작업도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몇몇 업무에 AI를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중 디지털 로그 분석과 음성 데이터서 추출한 비정형 데이터를 대량으로 분석해 초개인화 마케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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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측은 "예를 들어 대출을 상환한 시점이라면 미리 여윳돈을 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거나, 결혼을 앞둔 고객에게 주택담보대출 등을 앞서 비대면으로 권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연내 고객 상담 녹취 내용을 분석해 직원이 누락할 설명을 다시 해주는 불완전판매 방지 AI솔루션을 활용할 계획이다. 불완전판매 AI 솔루션이 고도화된다면 비대면 자산관리서 자칫 소홀히 여겨지는 판매 절차가 다소 섬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