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임 가능성 솔솔…구조조정 임무 완수하나

"기업 위기에 역할 커져…아시아나 매각 등 현안 산적"

금융입력 :2020/05/18 17:54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둔 이동걸 산업은행장 연임 가능성에 업계 시선이 모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주요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표면화 되자 이례적으로 그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 안팎에선 이동걸 회장의 거취를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가는 가운데, 그가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두산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산업은행의 역할이 커진데다, 아시아나항공이나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같은 현안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산업은행은 최근 두산중공업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기업의 유동성 문제 해결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지난달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천억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결정한 뒤 실행 방안을 모색 중이며, 1조6천억원을 공급한 두산중공업과 관련해서도 8천억원 규모의 추가 수혈 논의에 착수했다.

제주항공에 대한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산은은 수은과 총 1천7백억원을 마련해 이들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도울 예정이다. 인수계약금 545억원과 이스타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까지 고려한 숫자다.

또 산은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놓인 항공과 해운산업을 지원하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도 이달부터 시행에 돌입한다.

반면, 무거운 현안은 산적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식 취득 연기로 미뤄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대표적이다. HDC현산은 러시아에서 기업결합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을 연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산은 회장이 바뀔 경우 업무 연속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일각의 시선이다.

이동걸 회장을 향한 은행 안팎의 평가도 대체로 우호적인 것으로 감지된다. 외부에선 기업 구조조정 현안에서의 과감한 의사결정에, 내부에선 그로 인해 산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제 이동걸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 초기부터 금호타이어 매각과 한국GM 자금 지원,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문제를 풀어나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서 경제 대책을 담당한 인물이 산은을 이끌면서 업무 처리가 수월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정부 정책에 따라 운영 방향이 바뀌는 산은의 특성상 연임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은 변수다. 1954년 설립 후 산은에서 연임한 회장은 구용서 초대 총재, 70년대의 김원기 전 총재(15~17대), 90년대의 이형구 전 총재(25~26대) 등 단 세 명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3년의 임기를 제대로 마친 인물이 단 한 명도 없고, 상당수는 검찰 수사 등으로 불명에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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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개인의 의지도 관건이다. 지난해말 이동걸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가 끝나면 사회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커리어를 마무리해볼까 한다"고 말했는데, 이례적으로 퇴임 이후의 계획을 언급해 연임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은 회장과 관련해 이렇다 할 하마평이 없다보니 여러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이동걸 회장의 임기 만료까지 약 4개월이 남은 만큼 아직 후임 인선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