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n번방 방지법, 사적대화 검열 여지 없다”

모니터링 의무도 없어..정부기관 요청시 삭제 또는 차단

방송/통신입력 :2020/05/15 15:53    수정: 2020/05/16 10:33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사업자의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 강화 법안에는 사적검열의 우려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n번방 재발 방지법은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를 들여다보거나 사업자가 인터넷 게시물과 콘텐츠를 들여다볼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성호 방통위 사무처장은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디지털 성범죄 물이 신속하게 삭제, 차단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딥페이크,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에 대한 유통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성폭력 불법촬영물은 이미 유통방지...아동 청소년 대상 음란물 추가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인터넷 정보 가운데 불법촬영물, 딥페이크, 아동 청소년 대상 성착취물만 삭제와 접속차단 대상이 될 뿐이며 이용자의 사생활과 통신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적인 대화는 법 개정안의 유통방지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협단체를 내세워 n번방 방지법이 이메일, 개인 메모장, 비공개 카페와 블로그, 클라우드, 메신저 등을 모두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 개정안의 제22조의5 제2항에 따르면, 조항을 성폭력특별법이 정하는 불법촬영물과 함께 딥페이크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이 정하는 아동 청소년 대상의 음란물이 기술적 관리적 조치 대상에 오른다.

성폭력특별법이 정한 불법촬영물은 이미 현행법에서도 인터넷사업자가 유통방지 의무를 가지고 있는 내용이다. 여기에 딥페이크와 아동, 청소년 대상 음란물이 추가되는 것이다.

즉, 아동과 청소년 대상 음란물을 차단하고 삭제하라는 법안 내용을 두고 이메일과 SNS 대화 모두를 살핀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란 지적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22조의5 제1항에 따라 유통방지 대상 정보는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개된 정보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같은 법조항을 두고 사적 대화를 살펴볼 수 있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인터넷 사업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현재 논의되고 있는 n번방 방지법이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들여다 볼 수 있다면, 현행법에서도 성폭력특별법이 정한 불법촬영물 만으로 인터넷 사업자가 스스로 검열을 할 수 있다는 논리에 부딪히게 된다.

또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과도 정면 배치되는 법안이 될 뿐만 아니라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가 우려하는 내용으로 법안 개정 논의는 불가능하다.

■ 인터넷 사업자 모니터링 의무 없다

국회서 논의 중인 n번방 방지법의 유통방지 의무 조항은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해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 삭제요청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단체의 요청 등을 통해 인식한 경우 해당 정보의 삭제와 접속차단 등의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거듭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 사업자가 모든 게시물을 스스로 검열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자체적으로 불법촬영물을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다.

자체적인 모니터링 의무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가 사적검열에 나설 수 없다. 현행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과 단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유통방지 조치 의무가 추가된 것이다.

예컨대 인터넷 상에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이용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경찰 등이 네이버나 카카오에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삭제 요청이 이뤄지면 접속차단이나 게시물 삭제 등의 유통방지 의무가 이뤄지는 식이다.

정부 기관의 요청에 따라 불법촬영물을 삭제하는 의무 외에 인터넷 사업자가 취해야 할 기술적 조치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 개정 단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 국내 사업자만 규제하니까 하지말자?

딥페이크와 아동 청소년 대상 음란물 유통방지 의무가 해외 사업자에는 적용되지 않고 국내 인터넷 사업자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역차별 규제로 법안 논의가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해외 인터넷 사업자도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해 협력해갈 방침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최성호 방통위 사무처장은 “그간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법제 정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어, “해외사업자도 의무가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에 역외적용 규정이 도입됐다”면서 “정보통신망법에서도 지난해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가 신설돼 있고 n번방 방지를 위한 법개정에서도 역외적용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질적 규제 집행력 확보를 위해 해외 관계 기관과 국제공조를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텔레그램의 경우에는 해외 사업자 중에서도 사업장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돼 수사기관, 해외기관과 협조해 규제집행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