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기술 놓고 삼성-LG 건조기 신경전

"히트펌프식엔 필요 없어" vs "해외 프리미엄엔 모두 탑재"

홈&모바일입력 :2020/05/13 15:48    수정: 2020/05/13 17:18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건조기 시장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다. 최근 필수 가전으로 떠오르며 인기를 얻고 있는 건조기를 두고 양사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화두는 '스팀'이다.

■ 삼성전자 "아…생각할수록 스팀 받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그랑데 AI 비긴즈 - 스팀받지마 편'을 공개했다. 광고 영상에는 "아…생각할수록 스팀 받네", "열 받은 옷감에 스팀 뿌린다고 옷감이 살아나, 안 살아나?", "안 살아나지…" 등의 문구가 등장한다.

'그랑데 AI 비긴즈-스팀받지마 편' 유튜브 광고 영상 갈무리

이는 사실상 LG전자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의 트루스팀 기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TV 광고를 통해서도 '에어살균+' 기능을 소개하면서 '스팀이 필요 없는'이라는 광고 문구를 채택했다.

■ LG전자, 스팀에 올인

반면 LG전자는 TV 광고를 통해 스팀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건조기와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건강관리가전에 두루 적용하고 있는 스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고는 '가족의 건강에 꼭 필요한 LG 트루스팀'을 주제로 트루스팀의 편리함을 강조한다.

LG전자 건강관리가전 스팀 광고 화면 갈무리

최근 LG전자는 트루스팀 기술을 널리 알리는 데 발벗고 나섰다. 트루스팀은 탈취·살균과 주름 완화를 도와주는 기술로 건조기에 앞서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기존 LG전자 생활가전에 적용됐다.

LG전자는 올해 자사 건조기 이름에 스팀을 새로 붙였다. LG전자 신제품인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는 이름에 맞게 '스팀 리프레쉬 코스', '침구털기 코스 스팀 옵션', '패딩 리프레쉬 코스 스팀 적용' 등 스팀을 특화 기능으로 내세운다.

LG전자 관계자는 "차별화된 스팀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기 때문에 건조기 이름에 스팀이 들어간 것"이라며 "북미 등 건조기가 일찌감치 필수가전이 된 해외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에 모두 스팀이 탑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이 의류관리기나 북미 등 해외에서 판매하는 건조기에는 스팀을 프리미엄 기능으로 넣고 있어 이번 광고는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스팀가전은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LG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는 지난달 5일 출시되자마자 3월 1주 LG전자 건조기 전체 판매량 가운데 약 30%를 차지했다. 3주차와 4주차에는 스팀 제품의 판매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 삼성전자 "인버터 히트펌프식 건조기에 스팀 탑재 계획 없어"

삼성전자 미국 판매 건조기 일부 모델에도 ‘스팀 살균+’와 ‘멀티 스팀’ 등 스팀 기능이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미국형 건조기의 경우엔 벤트식 가스타입 건조기이기때문에 스팀 기능을 탑재했다고 설명한다.

건조기는 크게 가스 벤트식과 인버터 히트펌프식으로 나눌 수 있다. 가스식의 경우 고온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옷감 손상이 심하다. 인버터 히트펌프식은 건조 온도가 가스식보다 낮아 옷감 손상이 덜하다. 국내 건조기 대부분은 히트펌프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북미 벤트식 가스타입 건조기엔 고온 건조기의 정전기 방지용으로 썼다"며 "한국은 저온제습 인버터 방식의 에너지효율을 더 강조하는 건조기 타입이라 스팀이 전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버터 히트펌프식 모델에 스팀 탑재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 소비자, '스팀' 기능 및 효율 등 잘 판단해야

스팀이 건조기에 꼭 필요한 기능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스팀이 건조기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주장과 스팀이 갖고 있는 기능적 특징과 효능은 이미 많이 제품에서 증명됐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삼성전자 측은 건조기의 기본인 살균과 건조 성능, 에너지 효율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 광고 화면 갈무리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건조기 광고 영상은 건조통 내부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게 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고 유해세균도 제거해 주며 에너지효율까지 1등급인지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며 "스팀이 꼭 있어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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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살균은 일정온도에서 일정시간을 유지해 주는 조건이 필요한 것으로 스팀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며 "그랑데 AI 건조기는 스팀 없이도 에어살균+로 유해세균과 집먼지진드기 등을 박멸하는 기능을 인증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LG전자 측은 "스팀은 살균뿐 아니라 탈취, 주름 완화 등에도 도움이 되는 건조기의 프리미엄 기능으로 이미 많은 제품에서 증명된 기술"이라며 "LG가 오래전부터 국내 건조기 시장을 선도하고 개척한 경험과학에서 볼때 소비자들이 스팀이 새로운 가치와 편의성을 주는지, 그렇지 않은지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