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정책, A학점...금융 산업 체질 변화 토대 마련

[혁신성장 정책 3년 성적표] ⑨금융 혁신정책

금융입력 :2020/05/11 07:27    수정: 2020/05/12 07:55

지디넷코리아는 5월20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3년’을 12개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를 위해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 41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소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시리즈 기사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더 알차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⑨금융 정책, A학점...금융 산업 체질 변화 토대 마련

정부는 약 6만개에 이르는 잠재 혁신 기업 중 1천개의 혁신 후보군을 선정, 40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올해 3월 밝혔다. 이중 금융 분야는 올해부터 4년 간 3천억원 규모로 혁신·핀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핀테크 및 금융 혁신 기업에 금융 지원으로 새싹을 틔우고 자라난 핀테크는 글로벌 무대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스케일 업 정책이 병행 중이다. 2014년 국내에 '핀테크'란 생소한 용어가 나온 지 6년 만의 일이다.

2019년과 2020년 초는 특히 금융 혁신 제도의 개선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해이기도 하다. 2014년 말 시작한 P2P대출산업은 2019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 빅데이터 시대를 위한 포석도 마련됐다. 2020년 1월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통과했다. 제도 개선 외에 오픈뱅킹도 시행됐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 3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은행업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도 한 개 더 인가했으며, 카카오페이와 비바리퍼블리카에 증권사 설립을 인가하며 핀테크 매출 1천억원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도 있게 했다.

학계와 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2018~2019년 핀테크 성장 발판을 마련한데 이어 2019~2020년은 발판을 더욱 굳혔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실제 지난 해 2주년 성적표는 B학점에 그쳤지만, 3주년 성적표는 A학점으로 높아졌다. 제도가 얼추 갖춰졌으니 핀테크와 금융 혁신 기업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평이다. 정부는 이 기조를 일관성있게 유지하되, 금융 취약 및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 17년 만에 새 금융산업법 탄생...P2P대출 '다른 혁신산업 귀감'

2019년 가장 큰 변화를 꼽으면 P2P대출업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4년말 규제할 적절한 법이 없어 대부업 자회사로 출발했지만, 2019년 P2P대출업법(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업계는 정부 핀테크 정책이 한걸음 나갔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금융산업은 2002년 대부업법 탄생 이후 17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많은 이해를 구하고 소통을 진행했던 8퍼센트 이효진 대표는 "지켜야할 부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 보호 방안도 넓어진 것과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에 큰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렌딧의 대표이자 전 마켓플레이스 금융협의회 운영위원장이었던 김성준 대표는 "국내서 탄생한 혁신 산업이 법 제정에 의해 산업 명칭이 생기고 정의된 최초의 사례"라며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균형을 맞춰 규제를 만들어 다른 혁신 산업 법제화 과정에도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피플펀드 대표이자 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인 김대윤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P2P금융 활성화 정책에서 기존 금융시장의 방식에 구속되지 않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유연하게 재정립했다"며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넘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8월 5일 시행

진통 끝에 '데이터 3법'도 올 초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고객 동의 하에 고객 신용 정보를 한 데 모아 관리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업계선 가명 처리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과 일정 요건을 갖춘 곳에서의 데이터 결합은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 산업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천대학교 최경진 교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단순히 신 사업의 탄생만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금융 체질을 전환할 교두보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금융업 외부업계와 협업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체계를 만들었다"며 "활용은 물론이고 기존 금융 산업의 데이터 투명성 등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신용정보는 중요한 정보고 막 유통이 되면 안 된다"며 "규제 기관의 모니터링과 관리가 같이 가야지만 안정적인 체질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오픈뱅킹, 카카오페이·토스 증권사 개설

2019년 12월 18일 전면 실시된 오픈뱅킹도 핀테크와 은행업계에 큰 전환점이 됐다. 오픈뱅킹으로 브랜드보다는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의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조회와 이체, 지출 분석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핀테크와 은행업의 금융서비스 경쟁의 장을 올린 '사건'이기도 하다.

또 올해 2월 5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승인, 3월 18일 비바리퍼블리카의 증권사 예비인가는 핀테크의 제2시대를 열었다. 기존 금융사가 하지 못했던, 금융사가 품지 못했던 고객들을 끌어안으면서 핀테크의 수익성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오픈뱅킹 등으로 카카오페이와 비바리퍼블리카의 2019년 매출은 1천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2019년 매출은 1천410억원으로 2018년 695억원보다 715억원(102.8%), 비바리퍼블리카는 2018년 548억원에서 2019년 1천187억원으로 639억원(116.6%) 매출이 증가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류영준 회장은 "2019년은 금융혁신기획단을 주축으로 한 금융위의 적극적인 행보로 오픈뱅킹 시행, P2P 법안 및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핀테크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던 해"라며 "올해 도입될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등 새로운 금융 혁신을 위해 금융당국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를 걷고 있는 노인들.(사진=지디넷코리아)

■ 법제화는 합격점 이상...금융 소외 계층 보듬어야

학계에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이 속도감있게 추진됐다는 점에선 합격점을 줬지만 이 평가가 유지되기 위해선 일관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강대학교 정유신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정책은 어느 정부보다 열심히 했다"며 "금융 규제 테스트베드도 쓸데없는 '탁상공론'이 아닌 일단 해서 생기는 문제점을 보거나, 편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자 디지털금융센터장인 서정호 박사도 "정책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하긴 했는데도 제도 개혁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금융혁신특별지원법이 만들어진 것이 그 방증인데 다른 나라선 감독 기관 재량에 의해서 하던 일들을 아예 법제화를 해서 굉장히 강력한 정책 추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가천대 최경진 교수도 "규제 샌드박스가 좋은 모델을 많이 만들었다"며 "기존 규제 중 현 시대선 필요없는 것들을 확인한 점들도 있어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업계서도 당국에 건의하면 받아들여진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가장 성과가 좋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금융 취약, 소외계층을 위한 당국의 정책적 추진과 지난해 성과로 완결짓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호 박사는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사태로 모든 소비자들의 행태가 비대면으로 바뀌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속도감이 더 필요하다"며 "이 과정서 비대면 방식의 금융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 소외계층을 위한 여러가지 보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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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교수도 "핀테크를 활용해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찾아 정부가 마중물 자금을 투입한 후 시장서 성장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며 "지난해 인도네시아는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서비스 혁신을 핀테크에서 찾았는데, 우리도 그런 점을 고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 교수는 "핀테크 경쟁력이 가속화하기 위해선 일관성있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위험한 순간일 때 혁신이 어려운데, 이후 올 금융 서비스의 비대면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최경진 교수 역시 "작년이 (핀테크 등 혁신 정책의) 시작이었어야지 끝이 되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