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음란물 범람…"미디어 비판교육, 모두가 합심해야"

[이슈진단+] 음란물 범람 현황과 대책(하)

인터넷입력 :2020/04/15 09:16    수정: 2020/04/15 09:17

소위 n번방 사건으로 음란물과 성착취물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특히 n번방 사건의 경우 다수의 청소년이 피해자이고, 가해자 또한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까지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음란물과 성착취물의 범람 현황과 이에 대한 미디어 교육 등의 대책에 대해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청소년들의 불법 음란물 공유와 디지털 성범죄 발생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나 국회, 사회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n번방 등 사회에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 터져야 관련 법을 돌아보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땜빵 정책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감수성 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지시했지만, 이같은 주문은 그동안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교육에 대한 지적이 일자 교육부는 성 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 방안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관계부처와 협력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상에서 범람하고 있는 불법 음란물과 성착취물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교육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이 미디어 비판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그 이유다. 성 인지 감수성 교육도 물론 중요하지만, 넘쳐나는 정보들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먼저일 수가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미디어 비판 교육 위한 정책 기구 필요

강진숙 중앙대 교수는 미디어 비판 교육을 위한 정책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디어 관련 교육을 공공기구나 지자체 등이 맡다 보니 정책 관련 소통과 연계 체계가 미흡하고, 전국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나 교육부 등 부처 개별사업 단위로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교육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은혜 의원(교육부 장관)이나 신경민 의원이 발의한 '미디어교육지원법안' 등이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 계류 중이다.

강 교수는 "학교 폭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의 괴롭힘 현상은 여전히 확산되고 있다"며 "이것도 사회적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무분별한 불법 동영상 노출이나 사이버 불링(괴롭힘) 등 현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없어 교육부 차원에서 이를 견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판적 미디어 교육을 담당하는 종합적인 정책 기구가 만들어진다면, 학부모와 청소년, 교사, 미디어교육 전문가, 통신업체나 플랫폼 업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여기서 중점적으로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이 논의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강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미디어 정책의 주체가 다 다르기 때문에 협의체를 구성할 방법을 계획해야 한다"며 "자율규제에 맡기면 강제력도 적고, 추진력도 약해진다"고 말했다.

■ 미디어 비판 교육 위해 기업도 참여해야

사이버 불링이나 디지털 성범죄 등을 막기 위해 미디어 비판 교육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기업들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주혜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영상 제작과정 등에 치중돼 있고, 미디어 비판 교육 강의가 부족한데 기업이 나서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와 미디어의 역기능을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면 청소년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유·아동과 이들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등 바른 사용 실천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유아에게 인지도와 파급력이 높은 마이린과 뚜아뚜지가 참여했다.

전 팀장은 "교육을 하려면 콘텐츠가 흥미로워야 하는데,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면 유·아동이나 청소년 대상으로는 효과가 크다"며 "MCN 기업이나 통신사, 카카오 같은 플랫폼 업체도 책임감을 갖고 정부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사회공헌 사업 등을 진행하면 메시지 전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가정에서의 교육이 가장 중요…부모도 노력해야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부모들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가정에서 미디어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지 교육이 돼야 하는데, 부모가 교육이 덜 된 상태에서 자녀들만 미디어 비판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유아동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접하기 때문에 부모보다 오히려 더 기기·기술 친화적이다. 부모들이 불법 영상 공유에 활용된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을 모를 수 있고, 이 가운데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아무리 가정에서 엄격한 방식으로 스마트폰이나 영상 시청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유튜브 등이 활용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가 영상 시청에 오히려 정당성을 가지며 혼란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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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교수는 "리터러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모나 학교, 교육기관 등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10대를 대상으로 미디어 비판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부터 미디어의 특징과 활용, 부작용 등을 파악하고 자녀와 함께 논의하고 토론해 자녀들이 부적절한 영상을 마주한다고 해도 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