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고거래 시장...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3강3색'

디지털 기술 발달과 MZ세대 명품 선호로 온라인 중고시장 상승세

인터넷입력 :2020/04/13 18:23    수정: 2020/04/14 07:07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중고거래 플랫폼 또한 각광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이 각자의 특징과 경쟁력으로 중고거래 시장에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모바일 이용문화 확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명품 소비 트렌드 등이 성장 이유로 꼽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중고시장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활성화됐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일본은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한편 국내는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명품 중고거래가 활성화됐다는 것도 중고거래 증가의 한 원인"이라면서 "최근 MZ세대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명품 시장을 좌지우지하는데, 이것이 중고시장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pixabay)

중고거래 자체가 활성화되다보니 다수의 거래 플랫폼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국내 시장규모에 비해 업체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성장세가 세다 보니 여러 플랫폼이 경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런 원인에 대해 "이커머스 특성상 일단 트래픽이 발생하고 매출이 일어나면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적인 시장 환경에서 세 플랫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비결은 서로 다른 이용자를 공략한 것이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은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면서도 각자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커뮤니티적 성격을 강화하거나, 위치 기반으로 목록을 띄워 직거래를 선호하는 층을 공략하는 식이다.

■온라인 '원조'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중고나라는 2003년 12월 네이버 카페로 시작해 현재 웹과 앱을 아우르는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 회원수는 1천800만명, 모바일 앱 가입자 수는 440만명이다.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의 경우 포털을 기반으로 한 손쉬운 접근성이 특징이다. 연간 890만건의 물품이 올라오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1초에 3개씩 새로운 상품이 업로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의 총 거래액(GMV)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3조4천억원에 달한다.

사업체가 아니라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도 타 플랫폼과 다른 점이다. 중고나라 법인인 큐딜리온이 설립된 것은 2014년 1월이며, 모바일 앱은 2016년 3월 출시됐다. 앱 GMV는 약 4천300억원이다.

모바일 앱만 놓고 봤을 때는 번개장터·당근마켓 등 타 경쟁 앱보다 뒤쳐지는 편이지만, 광범위한 카페 이용자를 바탕으로 광고사업이나 쇼핑몰 등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점에서 성장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중고나라는 작년 12월 이커머스 그로스 신기술조합으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투자를 받고 있다. 앞서 11월에는 상위 24개 벤처캐피털이 뽑은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편의기능 바탕으로 1천만 모바일 사용자 확보한 번개장터

번개장터는 지난 2010년 10월 출시 이후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다. 번개장터 회원수는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1천만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 2017년 연말 대비 5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번개장터의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 앱에 채팅 기능인 '번개톡'과 안심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안전송금 서비스 '번개송금' 등 편의기능을 붙였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이를 통해 번거로운 절차 없이 앱 안에서 한번에 거래를 진행하고 송금까지 완료할 수 있다.

이런 편의성을 바탕으로 성장한 번개장터는 경쟁력을 인정받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됐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는 지난 1월 번개장터를 운영하는 번개장터주식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신임 대표에 이재후 전 티몬 대표를 선임했다.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달에는 56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해당 투자에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스투엘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투자자들은 번개장터를 선택한 이유로 10~20대로부터의 인기를 꼽기도 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사용자의 80%는 MZ세대다. 올해 1분기 조사에서 10대 이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3대 쇼핑몰에 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1분기 누적 다운로드 수가 1천500만건을 기록하고, 하루 평균 이용자 수(DAU)가 72% 성장했다는 점도 번개장터를 선택한 요인이 됐다.

■모바일 이용자 충성도 높은 당근마켓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인 당근마켓은 타 플랫폼과 달리 지역 기반 사용자를 공략했다. 중고나라가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면, 당근마켓은 특정 지역에서의 직거래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인 셈이다.

2015년 출시된 당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 충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는 월 평균 실행횟수와 체류시간으로 드러난다. 쇼핑이 끝나면 종료하는 타 앱과는 달리, 당근마켓 앱의 경우 이용자들이 수시로 들어가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지난 1월을 기준으로 온라인 쇼핑 앱들 중 평균 실행 횟수·페이지뷰가 63.4회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체류시간 역시 약 194.7분으로 가장 길었다. 2위인 번개장터는 각각 47.3회와 113.5분으로 조사됐다.

이용자수도 세 플랫폼 중 가장 앞섰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국내 모바일 중고거래 앱 이용자 수 1위를 차지했다. 당근마켓의 지난달 앱 이용자 수는 714만명으로, 2위인 번개장터(239만5천명)와 3위인 중고나라 모바일 앱(92만6천명)을 크게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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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은 지난해 9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등으로부터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투자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투자받은 누적 금액은 480억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에는 구글플레이 2019 올해의 베스트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용구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오면 중고거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편"이라며 "국내 시장 환경은 경쟁적이지만, 세 플랫폼이 각자 발전해서 노하우를 갖고 아시아권을 비롯한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