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니온 "플랫폼 기업도 노동자 책임 져야"

"노동자 개념 은폐해 법적 책임 회피...노동자에 책임 전가 부적절"

중기/벤처입력 :2020/04/08 18:37    수정: 2020/04/09 08:36

최근 배달의민족 수수료 정책 변경과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 예고로 플랫폼 기업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 노동운동 진영에서 플랫폼 노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플랫폼유니온 준비사업단은 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플랫폼노동 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플랫폼유니온은 라이더유니온과 타다 비상대책위원회가 함께 조직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공식 출범을 앞두고 첫 사업으로 이날 행사를 기획했으며, 향후 라이더와 드라이버 등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지난 1일 출범한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플랫폼 노동 포럼)의 경우 배달업 관련 노동조합, 기업, 공익 전문가로 구성됐다. 반면 이날 토론회는 플랫폼 노동 관련 각계 노조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김태환 타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최정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미조직전략조직실장, 송명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직본부 실장이 참석했다.

플랫폼유니온 준비사업단은 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플랫폼노동 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플랫폼 기업도 사회적 책임 부담하고 노동자 보호해야"

플랫폼 노동이 기존 노동법 체계에 던지는 가장 큰 고민은 플랫폼을 통해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발제를 맡은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은 운영방식에 따라 시장과 계층의 요소가 혼합된 성격을 지니지만,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배달의 민족, 타다, 홈스토리 등은 계층의 극단에 위치한 플랫폼"이라며 "논의의 범위를 국내로 한정할 경우, 노동법을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의 정의를 모호하게 해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사업의 경영위험을 노동자에게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혁신'이라고 외치는 사업모델은 사실 규제를 회피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용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라며 "플랫폼은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해 노동자 개념을 은폐함으로써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사용자는 이윤을 누리기 위해 법적인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데, 온라인 플랫폼은 노동자에게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권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를 통해 이익을 얻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타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지휘·명령과 경제적 의존 아래서 일한다"며 "노동법의 목표는 이러한 취약성을 최소화하고 부당한 결과를 방지해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며,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이런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서로를 한정된 일감을 다투는 경쟁자로 인식하게 해 노동자의 연대를 악화시킨다"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강력한 단결체를 조직해 독점적 플랫폼 기업과 대등한 교섭력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라이더유니온 "위장자영업 바로잡고 권리보장 위해 나설 것"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현장에서 바라본 플랫폼 노동 운동의 한계와 대안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국내에서 플랫폼은 노무관리의 수단일 뿐"이라며 "국내 다수 플랫폼 기업에서는 근로형태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존재하며, 출퇴근시간을 관리하고 노동자의 위치정보까지 이용한다. 이를 자유로운 노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라이더유니온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시행하는 '위장 플랫폼'을 근절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플랫폼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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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5월 출범해 11월 합법노조를 설립했다. 이후 라이더뿐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플랫폼유니온 건설의 필요성을 인지해 준비사업단을 마련하고 관련 활동을 진행 중이다.

박 위원장은 "플랫폼유니온을 통해 플랫폼이 무조건 혁신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재정비할 것"이라며 "법·제도적 설계 원칙을 제시해 특수고용직과 연대를 통해 노동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