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대항 지자체 공공배달앱 개발...흥행가능성 "글쎄"

운영비용·인프라·서비스 차별화 문제 산적

인터넷입력 :2020/04/07 18:38    수정: 2020/04/08 07:31

이재명 경기지사가 플랫폼 독점 방지를 위해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지자체는 잇따라 자체 배달앱 출시 계획을 내놨지만, IT업계에서는 공공앱 출시 자체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도 차원에서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배달의민족이 오픈서비스를 도입, 수수료 방식을 기존 8만8천원 정액제에서 주문금액의 5.8%를 부과하는 정률제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배민의 이런 수수료 정책 변경은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이 지사는 지자체에서 자체 배달앱을 운영하는 사례를 참고해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 상표를 공동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는 자체 배달앱 '광진 나루미'를 개발 중이며, 경북 지역에서도 공공배달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배달의민족

■"지자체가 나서서 민간시장 견제하는 것은 부적절"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이런 공공앱 개발 시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민간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는 일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대표 변호사는 "요금을 올리고 내리는 문제는 민간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문제"라며 "만일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에 문제가 있다면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야 하며, 지자체가 이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의민족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의견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음식배달시장은 새벽배송, 신선식품 배송 등을 통해 끊임없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데 배달의민족이 과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확정된 것도 아닌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 굳이 나라의 세금을 써서 공공앱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공공앱은 차별화 없이 확대 어려워…'제2의 제로페이' 될 수도

공공배달앱이 '제2의 제로페이'가 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공공앱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나 운영 측면에서 민간 기업의 앱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소상공인의 가맹점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지자체, 금융회사와 협력해 2018년 12월 제로페이를 출시했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이용상의 불편함 등으로 널리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출시 14개월 동안 제로페이 누적 결제액은 약 1천억원으로, 전체 결제시장 비중의 0.01%만을 차지했다.

후발 플랫폼으로서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이미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플랫폼이 있는 상황에서 후발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공인중개사협회는 기존 부동산 중개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 자체 플랫폼 '한방'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미 네이버와 직방, 다방 등 인기 플랫폼이 있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다른 서비스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는 것도 사용자 확대에 걸림돌이 됐다.

이외에도 2014년 한국배달음식업협회가 출시한 '디톡'과 2019년 택시업계가 만든 '티원택시'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사업에 맞는 기술과 운영방식, 비용 신중히 고려해야"

스타트업과 IT업계에서는 공공배달앱의 운영과 유지·관리를 우려하기도 한다. 서버 인프라부터 시작해 기술적으로 많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기술의 발전으로 유통·중개 영역이 급격히 신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을 통해 최적의 시장값을 찾아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공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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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달중개앱은 단순히 중개만 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조정하며, 몇천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고객상담도 전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를 가져온다"며 "주문 중개를 넘어서서 재고관리, POS관리, 개인정보관리 등을 모두 디지털로 매칭하는데 공공에서 배달앱을 새로 만들고자 하면 이런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