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선방'…삼성 1Q 영업익 6.4兆로 예상치 상회

반도체 호조에 폰 부진 '제한적'…"2Q 실적 악화 불가피"

디지털경제입력 :2020/04/07 09:47    수정: 2020/04/07 18:03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6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초 반도체 선방 속에 세트 부문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5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같은 우려를 넘어 선방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6조2천300억원)보다 2.73% 증가한 6조4천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5조원으로 전년 동기(52조3천900억원) 대비 4.98% 늘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6조원 중반대였지만, 3월부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6조원 초반대로 하향조정된 바 있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이어지면서 해외 스마트폰·가전 생산기지의 가동중단, 소비 침체가 본격화되면서다. 영향을 미친 기간이 짧았던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1분기 타격은 제한적이었다는 평이며, 관건은 2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미사업장을 방문했다.(사진=삼성전자)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 TV 중심의 완제품 생산과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디스플레이, 모바일 디램의 수요도 위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면에 글로벌 서버, 네트워크 업체의 설비투자 증가 등 코로나19의 반사이익으로 추가 수요가 발생해 서버향 반도체 수요는 확대해 가격 상승이 예상 수준을 상회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서버 수요로 '호조'…폰, 1Q 코로나 타격 제한적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전년 동기(4조1천200억원)보다 감소한 3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완제품 수요 둔화가 메모리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 등이 권장되면서 서버 메모리 수요가 증가, 반도체 출하 감소폭을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패널(DP) 부문은 액정표시장치(LCD) 적자지속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주문 감소로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고객사의 완제품 출시 지연이 잇따르면서 전체 출하량이 감소한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DP부문이 이 기간 2천억원대에서 많게는 4천억원대 이상의 영업손실액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전년 동기(2조2천700억원)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경쟁 심화, 길어진 교체 주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둔화까지 겹쳤지만 코로나19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평이다.

플래그십 갤럭시S20 판매량은 전작의 70~80%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제조사와 애플의 스마트폰 생산 중단이 이어지고 영업활동 제한으로 지난 2월 신제품을 정상적으로 발표하고 출시한 삼성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외경(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목표치 대비 줄기는 했지만, 갤럭시S20 이전에 내놓은 모델들도 있어 일각에서 내놓는 전망과 비교해서는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며 "2분기에 대한 우려가 커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전년 동기(5천400억원)보다 하락한 3천억대에서 4천억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둔화로 생활가전과 TV 판매 부진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이수빈 연구원은 "TV 수요 부진에 따라 1분기 출하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2분기…세트 수요 감소 심화 속 반·디 손익 개선 요인

2분기에는 삼성전자 세트 수요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일부 손익 개선 요인이 있지만, 세트 사업 부진으로 전체 삼성전자 매출액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을 7조원 초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코로나 여파로 2분기 세트 수요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서버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DP 사업부 일회성 이익 등 플러스 요인이 있다"며 "이 기간 전체 매출은 49조2천억원 수준까지 감소하겠지만 반도체와 DP 사업 손익 개선으로 7조2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갤럭시S20 울트라.(사진=삼성전자)

6조원 안팎 수준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놓는 증권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 반도체는 모바일 수요 감소에 따라 D램과 낸드 비트그로스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격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삼성 스마트폰과 TV 등 세트 수요 부진에 따라 6조1천억원대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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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학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세트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2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반도체는 언택트 수요 증가로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겠지만 2분기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은 6천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나 감소하면서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간 실적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정기에 들어가는 시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관건은 코로나가 어떻게 통제되고 치료제가 과연 언제 개발될 것이냐에 달려있다"며 "다만 세트 수요 감소를 가만할 때 하반기까지 메모리 가격이 강세를 이어간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투자 수요 둔화 가능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