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토아, 선거법 위반 논란에도 법정제재 피해…"고의성 없어"

"통상적인 홈쇼핑 포맷이 아냐"…솜방망이 처벌 지적도

방송/통신입력 :2020/04/02 16:08    수정: 2020/04/02 17:44

T커머스 쇼호스트가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점퍼를 입고 특정 숫자가 적힌 피켓을 들고 물건을 판매해 물의를 일으킨 SK스토아가 방송 규제 기관으로부터 행정지도(권고)를 받았다.

당초 이 안건은 여러 건의 민원 제기와 함께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논란이 커져 법정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피해갔다.

그럼에도 관련 규정 위반이 명확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나온다.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선거 유세처럼 보이는 T커머스 방송을 내보낸 SK스토아에 권고를 결정했다.

SK스토아는 지난 3월 18일 T커머스 특성상 녹화된 판매 방송을 내보내며 화장지인 '깨끗한나라 언제나 니곁에 총 90롤'을 판매했다. 이 방송에서는 선거운동 차량과 유사하게 제작된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와 청중이 분홍색 점퍼와 ‘1등’이라고 적힌 어깨띠 등 선거운동원의 복장을 착용한 채, 스튜디오 패널 및 전면자막에서 ‘깨끗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제 깨끗한 나라가 해 낼 겁니다!’ 등의 자막을 표시했다.

SK스토아 방송 화면

또한 남성 쇼호스트가 “제가 떴다 하면 난리가 나죠. 깨끗한 나라 만들겠습니다”, “깨끗한 나라 원하십니까?”라고 외치자 청중이 박수 또는 양 손의 엄지를 드는 동작과 함께 환호하거나, 여성 쇼호스트가 숫자 ‘2’가 강조된 가격 패널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여줬다.

민원인들은 방송에서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점퍼를 착용한 것도 문제고, 한 쇼호스트와 청중이 숫자 ‘2’가 크게 쓰인 피켓을 들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외치는 등 선기기간 중 특정 정당의 선거유세처럼 보이도록 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므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에 열렸던 첫 심의에서도 심의위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심의위원들은 "오해를 주기 충분했고, 방송사업자라는 마인드가 없다는 지적까지 하며 전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이날 열린 의견진술 자리에는 윤석암 SK스토아 대표가 직접 참여했다. 윤 대표는 "이 상품판매방송에 대한 사회적 파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항이었고, 업의 본질을 망각했다"고 해명했다.

심의 책임자들은 해당 방송은 총 5회 방송됐는데, 문제가 된 것은 1회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사전에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사전 필터 기능이 없어 이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편성제작자문위원회를 신설해 사회적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송출되기 전 모든 프로그램에 필터링 적용을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방송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5조(공정성)제2항을 어긴 것으로, 규정을 보면 방송은 방송프로그램의 배열과 그 내용의 구성에 있어서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해당 방송의 첫 송출된 시점이 미래통합당이 출범하기 전이라 해도, 추후에 논란이 될 것을 대비해 방송을 내보내지 않거나 수정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심의위원들은 "결과를 놓고 봤을 땐 심각한 규정위반으로 보이나, 사후조치나 사업자의 법적지위를 경감사유로 봐서 권고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또 "색깔과 숫자가 문제지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돼 권고를 준다"고도 덧붙였다.

법정제재 의견도 있었다. 한 위원은 "기존 홈쇼핑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방송이었고, 여러번 재송출한 점과 방송사업자로 심의시스템 인지를 못한 점, 방송이라는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다수의 심의위원들이 생방송이 아닌 데이터방송이고, 첫 사례라는 점을 들어 권고를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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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방송은 녹화 방송으로 생방송보다 더 심의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수정이 없었던 것은 이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숫자 2가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있는 장면은 통상적인 홈쇼핑 포맷이 아니다"며 "광고심의소위원회에서 심의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