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SW가 제 가치 받아야 한국 SW가 큰다"

강재화 한국상용SW협회 부회장 "문화 바꾸는 데 주력"

인터뷰입력 :2020/03/31 17:13    수정: 2020/03/31 17:14

"국내 상용소프트웨어(상용SW)가 글로벌SW처럼 제 가치를 인정받는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올 3월부터 한국상용SW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재화 부회장은 31일 국내SW기업이 만든 상용SW가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산직 공무원으로 30여년...해운항만 전산화 주역

강 부회장은 '전산 공무원'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명이다. 40년 공무원 생활 중 30여년을 '전산'과 울고 웃어 왔다. 해운항만 전산화를 연 주인공으로 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공발협)를 2004년 만들기도 했다. GS(굿 소프트웨어) 인증과 SW 분리발주 등 현재 통용되고 있는 많은 SW제도는 공발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6년 2월 서울지방철도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6년 4월 옛 해운항만청에서부터 정보화 업무를 담당했다. 옛 해양수산부를 거쳐 2008년 3월 국토해양부 정보화통계관으로 5년간 근무했고, 2013년 3월 해양수상부 부활과 함께 해양수산부로 원복, 2016년 6월말 해양수산부 정보화담당관(고위공무원)으로 명예퇴직했다.

그가 구축을 주도한 공공 SW사업은 대부분 우수 정보화 사례로 선정, 국가 포상을 받거나 타 부처 및 공공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항만물류정보화(PORT-MIS)가 대표적으로, 95년에 대통령상을 받았다.

강재화 한국상용SW협회 부회장. 30여년을 전산직 공무원으로 일한 강 부회장은 올 3월부터 협회서 일하고 있다.

철밥통이라는 공직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전산학 학사에 이어 정보보안 전공 석사와 경영정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상용SW는 인건비 주기 바쁜 시장...제 값 받는 문화 절실"

2016년 해수부를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지만 전산직 공무원으론 드물게 해수부 산하 기관인 부산항시설관리센터에서 3년간 대표(사장)를 맡기도 했다.

올 3월부터 한국상용SW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부회장 포부를 들려달라는 말에 그는 "대한민국 상용SW가 세계적인, 글로벌 SW가 되는데 손색이 없는데 역할을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상용SW가 제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SW는 버전업을 하며 좋은 제품으로 발전한다면서 "국내 상용SW는 팔아서 직원들 인건비 주기도 바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국산 상용SW의 제 값받기는 유지보수비 현실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라클 같은 글로벌 기업 SW는 유지보수비를 20% 이상 주는데, 국산은 이의 절반이나 3분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오래된 관행이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의 해법으로 강 부회장은 "각 부처가 예산을 딸 때 재정 당국에 신청한 그 대로 예산을 집행하면 된다"면서 "국산 상용SW가 외산 만큼의 성능을 낸다면, 가격도 그만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에 SG인증 제품을 등록하면 예전에는 이를 그대로 (경쟁을 붙이지 않고) 사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들었다"며 나라장터의 GS인증 제품 구매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첫 공무원 직장인 서울지방철도청에서 일하던 중 "컴퓨터 쪽이 비전이 있겠다" 싶어 동국대 전자계산과에 들어간 그는 1986년 근무처를 해운항만청 전산담담관실로 옮겼다. '전산 공무원'의 시작이였다. 이후 인천지방해양수산청(항만운영전산망 총괄), 해양수산부 정보화담당관(서기관), 국토해양부 정보화통계담당관(부이사관), 해양수산부 정보화담당관(일반직 고위공무원) 등을 거쳤다.

"80년대는 공무원이 직접 코딩도 해...해운항만 전산화때 공무원 중요성 절감"

강 부회장은 '초짜 전산 공무원'이던 80년대 중반 이야기를 신명나게 들려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던 시기였다. "당시는 공무원들이 직접 코딩을 했습니다. 날밤 새며 프로그램을 짰죠. 해운항만청을 비롯해 청 단위 부서가 전산화가 빨랐습니다. 교통부 같은 부처에 전산 담당이 생긴건 청보다 늦은 90년대입니다."

그는 해운항만 전산화를 하면서 공무원의 '중요성'과 '공무원이 가져야 할 '자세'를 깨달았다고 했다.

당시 주임으로 근무하며 해운항만 전산화를 추진하던 때다. "비록 주임이였지만 내가 하는 정책이 국가나 산업에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구나 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주임이였지만 내가 하는 일이 어찌보면 장관을 대신해, 혹은 대통령을 대신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 일을 소홀히 할 수가 없었죠. 날밤을 새도 즐거웠습니다."

그는 후배 공무원 전산인들에게 이날의 경험을 들려주며 전산직 공무원의 자세와 중요성을 말해주곤 한다.

강 부회장은 공공SW 시장의 문제 중 하나로 산출물 표준화가 없다는 걸 지적했다. 적어도 정부 기관은 산출물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산출물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게 없어 아쉽다"는 그는 "시중에서 발주자 역량이 낮다고 말이 많은데 SI 수주자들이 데리고 들어오는 인력의 역량이 뛰어나지 않다. 연봉이 높아야 유능한 사람들이 몰릴텐데 3D, 4D 만들어 놓은 시장에 무슨 인재가 몰리겠냐"고 진단했다..

강재화 부회장이 구로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2004년 공발협을 만든 계기에 대해서는 "지금의 나이파(NIPA)에서 발주자들을 불러 애로사항을 청취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됐다"면서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역량 문제 등이 나와 억울했다. 왜 우리가 욕을 먹어야지? 하는 문제의식에서 공발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30여명으로 시작한 공발협은 당시 정보화 사업이 많은 부처를 중심으로 사무관 1,2명과 공공기관 부장급 1,2명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수백명이 넘는 단체로 발전했다.

■"상용SW 사스화 대응 방안 찾을 것"

강 부회장은 현재 업계와 시장에서 거론하고 있는 공공 분야 SW 시장 문제점은 2006년 3월 만든 'SW 공공구매 혁신 방안'에 다 들어있다면서 "이 방안을 만드는데 공발협이 큰 기여를 했다"면서 "당시 대중소 기업이 함께 상생하자며 대회까지 열어 뭔가 되겠지 하는 기대를 했다"고 회상했다.

공공SW 시장은 연간 구매액이 하드웨어 포함해 5조원 가량이 된다. 올해 처음으로 5조대를 넘었다. 중앙부처 50여곳을 포함해 17개 광역시도와 220여 시군구,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약 2000여 곳에 달하는 공공 분야의 구매액이다. 이중 시스템통합(SI)과 시스템관리(SM), 상용SW(보안 포함) 구매액은 연간 4조 원이 약간 넘는다.

강 부회장은 "국가 시스템은 예산을 주는 곳, 감독하는 곳, 조달하는 곳, 행정 효율을 높여야 하는 곳 등 스테이크홀더(이해당사자)가 많다"면서 "하지만 SW와 ICT가 미래 먹을거리라는 큰 차원에서, 미래 세대가 가지고 가야 할 먹을거리라는 차원에서, 공고 SW 및 ICT 시장 규모를 10조 정도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양수산부 정보화담당관을 지낸 그는 "농촌과 달리 어민은 다 해봐야 15만명이여서 정치인들 관심이 적다"면서 "IT도 마찬가지다. 땀흘려 예산을 따 놓으면 국회에서 커팅하기 좋은게 IT쪽이다. SOC 예산은 몇백억이나 하는데도 깍지 못한다. 다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IT 예산은 담당이 주사나 사무관이여서 커팅을 하면 당할 수 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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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는 몇가지 사업을 야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SW 분리발주와 상용SW의 클라우드 대응, 은퇴한 시니어 전산 공무원 활용 등이다.

강 부회장은 "상용SW가 점차 사스(SaaS)로 가고 있는데 협회 부회장으로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과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시장을 제대로 알고 제품을 만들어야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 공공시장을 잘 알고 있는 시니어 전산직들을 상용SW 기업과 연결, 서로가 윈윈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