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칼럼] 2020년의 인공지능, 이런 인재를 키워야 한다(상)

컴퓨팅입력 :2020/03/31 15:35    수정: 2020/04/01 12:05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 인공지능연구원 (전)원장. KAIST 명예교수

인공지능(AI)이 중요하다는 것은 지난 여름 손정의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전략을 수립하고 그 일환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인력양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인공지능대학원을 설립한다고 하고, 여러 대학에서 학사과정에 인공지능 학과를 설립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2021년까지 인공지능 고등학교 10개를 서울에 만든다는 계획도 발표 되었다. 과연 한국답다.

손정의 씨가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희연 교육감이 이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궁금하다. 언론은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또한 실무를 담당하는 관료들은 인공지능이 컴퓨팅 기술이라는 것을 알고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지 궁금하다.

인공지능은 빙산 중에서 물위로 보이는 부분에 불과하다. 물밑에서 거대한 컴퓨팅 기술이 받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초중고와 대학에서 코딩교육과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없이는 인공지능이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정부의 과학기술, 산업 및 교육정책에 못 마땅한 것이 한 둘이 아니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급격히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미래에는 어떤 일자리가, 어떤 형태로 생기는지를 생각해 봐라. 국가를 운영 해보겠다는 정치인과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컴퓨팅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보면 그 동안 교육자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은 무엇을 했는 지 자괴감이 든다.

인공지능은 기술이 아니라 비전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과학이 태동하던 1950년대부터 연구되어 온 주제다.

컴퓨터를 고안한 알렌 튜링이 'Can machines think'로 시작하는 논문에서 컴퓨터와 지능의 관계를 갈파했다. 이어 학자들이 컴퓨터로 지능적인 업무를 수행케 하는 이 학문분야를 '인공지능'이라고 명명했다. 그 후 컴퓨터과학의 구심점을 형성하며 컴퓨터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컴퓨터 기술의 역사다.

인공지능이 성장하던 지난 70년 동안 많은 기술이 나타나고 사라지곤 했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인공지능이 완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흥분했다. 많은 사람과 자금이 몰린다. 그러나 그 기술의 한계가 밝혀지면 실망하고 떠난다.

이런 상황을 겨울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술이 또 나타난다. 오늘의 인공지능 능력은 여러 기술이 겹겹이 쌓인 결과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하나의 기술이라고 하기보다는 연구의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인공지능 방법론의 양대 산맥

컴퓨터로 하여금 업무를 시키려면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해야 한다. 컴퓨터가 문제를 푼다고 하는 것은 알고리즘이 지정한 대로 컴퓨터가 작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지능이 있다,생각을 한다, 창작을 한다'고 말하는 것 뿐이다.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은 알고리즘은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두 방법론이 오랫동안 경쟁했다.지금도 경쟁 중이다. 하나는 사람의 지식을 컴퓨터에 수동으로 이식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학습시켜 알고리즘을 만드는 방법이다.

전문가 지식을 이용하는 인공지능

사람의 지식을 컴퓨터에 이식하는 방법론에도 전통적인 코딩 방법과 지식베이스를 별도로구축하는 세분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지식이 사람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화려한 디지털 문화와 혁신은 모두 전통적인 코딩 방법으로 이루어 졌다. 윈도10(Window10)의 소스코드는 5천만 줄이고,구글은 20억 줄의 소스코드를 이용해 검색과 지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식기반 방법론은 1980년대에 인공지능의 붐을 이끌었다. 전문가 지식을 기호적으로 표현해 지식베이스를 구축하면 알고리즘이 이를 검색하거나 추론해 판단한다. 비록 좁은 영역이지만 전문가 수준의 판단을 할 수 있어서 현장에 배치되어 쓰이고 있다.

2011년 미국 한 방송사에서 실황 중계된 퀴즈대회에서 IBM의 왓슨(Watson)이라는 프로그램이 경쟁하던 사람들을 물리치고 우승한 사건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두 번째로 큰 전투에서 승리한 영웅의 이름을 딴 공항이 있는 도시는 어디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진행자가 말하면 먼저 '스톱'을 부르고 정답을 대면 상금을 가져가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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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음성인식은 사용되지 않았지만 왓슨은 사람 언어를 이해하고,정보 검색과 추론을 거쳐 정답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 사람을 능가한 것이다. IBM은 이 사건이 인간 고유 영역이었던 지적판단 영역까지 컴퓨터에 내어 준 순간이라고 주장했지만 과장된 면이 있다. 그렇지만 방대한 지식을 이용해 정답을 도출하는 능력은 세상을 놀라게하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론은 한계가 있다. 오직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식의 영역에서만 가능하다. 방대한 데이터에 내재되어 있는, 그러나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정보는 활용할 수 없다. 이 방법론으로는 보고 듣는 인식 및 인지 기능의 개발이 거의 불가능했다. 우리 인간이 어떤 기재로 신호를 감지하고 이해하는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로부터 학습하는 기능도 매우 어색했다. <2편(중)으로 계속>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