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글로벌 TV 시장 구도 요동

1Q 中 직격탄, 2Q 삼성-LG-소니도 영향권

홈&모바일입력 :2020/03/31 15:42    수정: 2020/03/31 17:19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중·일(韓·中·日) 글로벌 TV 제조사들간의 역학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31일 전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수 추이에 따르면 중국이 진정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지역의 감염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며 글로벌 TV 시장에 다양한 변수가 등장했다. 1분기 TV 시장은 중국 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2분기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자료=옴디아

■ 1분기, 중국 업체 타격 가장 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 전망치는 4천460만대로, 이는 코로나19 이전 전망치인 4천800만대보다 340만대 가량 줄었다. 특히, 중국 내수 의존 비중이 70%가 넘는 샤오미와 스카이워스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 예측 수치에서 각각 25.9%, 21%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역시 비슷한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 업체보다 중국 업체가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옴디아의 TV 제조사별 1분기 출하량 전망치에 따르면 1분기 TCL과 샤오미, 스카이워스는 각각 13.1%, 11.8%, 8.5%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4.3%, LG전자는 0.1%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 2분기, ‘한·중·일’ 누가 더 부정적 영향 받을까

2분기에도 출하량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TV 출하량 전망치를 4천760만대에서 7.3% 감소한 4천41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중국 제조공장의 가동 중단 및 인력 수급 등 공급 차질 영향이 컸으나, 2분기는 엄격한 이동제한 조치 및 소비자들의 지출, 소득 감소, 올림픽 연기에 따른 프로모션 축소 등에 따른 수요 영향이 모든 시장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노경탁 연구원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중국 수요 위축 구간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여왔으나, 3월부터는 글로벌 유통 채널의 재고증가에 따른 출하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트렌스포스는 2분기엔 코로나19가 유럽으로 확산되며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 유럽 출하량이 30%를 초과하는 브랜드가 더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거래선 관계자들이 2019년형 LG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미국과 유럽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될수록 자국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 업체와 달리 미국과 유럽이 주력 시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더 불리하다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 특성상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은 어차피 글로벌 브랜드 격전지”라며 “TCL 등 중국 업체들의 해외 매출 비중도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여 경쟁 환경 측면에서는 한국이 더 유리한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글로벌 TV 시장 규모가 이전 전망 대비 10% 정도 물량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브랜드별 점유율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운호 연구원은 “변수는 중국 경기 부양을 위한 강한 프로모션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서 TV 판매가 활발해질 수는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낮은 국내 업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도쿄올림픽 연기로 일본 ‘소니’ 직격탄

아울러 올해는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며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TV 판매 특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는 크고 화질 좋은 TV로 경기를 시청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주요 업체들의 프로모션 행사가 서로 맞물려 TV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게 통상적인 싸이클이다.

소니 Z8H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도쿄올림픽 연기로 전체 TV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일본 소니가 직격탄을 맞았다. 소니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8K TV와 LG전자가 이끄는 OLED TV 진영의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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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올초 브라비아 플래그십 마스터 시리즈 기술을 계승한 신제품 8K LCD TV 'Z8H'와 OLED TV 'A8H'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5G 연결 카메라로 미식축구 경기 생중계 영상을 캡처하는 스포츠 영상 관련 기술 등을 선보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쿄올림픽은 상대적으로 소니 등 일본 업체의 기회였다”며 “전체 TV 제조사들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 TV 특수를 못 누려 시장 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소니가 더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