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됐고...5G+가 진짜 필요해졌다

[이슈진단+] 5G 서비스 1년 성과와 과제(下)

방송/통신입력 :2020/03/31 11:17    수정: 2020/03/31 18:36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3일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란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007 작전을 방불케 한 유례없는 한밤중 상용화였지만 세계가 주목했고, 여러 나라의 5G 상용화를 앞당기게 한 기폭제가 됐습니다. 가입자 증가폭도 LTE를 추월해 10개월 만에 500만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서두른 만큼 부작용도 뒤따랐습니다. 3G·4G와 달리 지하·건물 내에서는 원활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민원이 잇달아 제기됐고, 이통사는 투자비 외에 마케팅비 증가로 경영지표가 악화했습니다. 아직까지 5G에 특화된 서비스 부재로 비즈니스모델 발굴이란 숙제도 남아있습니다. 5G로 울고 웃었던 지난 1년의 성과와 과제를 따져봤습니다. [편집자주]

국내 통신 3사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기점으로 5G 통신 경쟁이 세계적으로 본격 시작됐다. 지금까지 24개 국가 26개 통신사가 5G 통신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39개 국가 79개 통신사가 5G 출시를 앞두고 있다.

5G를 향한 세계 각국 통신사의 경쟁은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 도입이 아니라 백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 기지국을 설치하는 대규모 장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글로벌 통신사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모바일 네트워크 설비투자에 1천342조 원을 투입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5G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80%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8천800억 달러, 즉 1천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5G에 막대한 투자를 집중하면서 기대했던 수익 창출과 서비스 모델 발굴이 아직 부진하다는 점이다.

휴대폰 가입자의 요금 수익만으로 기댈 수 있는 투자 규모가 아니다. 5G 시대에 각광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던 실감콘텐츠,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디지털헬스케어 등의 융합 서비스 산업의 성장이 절실하다.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지 1년이 겨우 지난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데 다소 조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5년 후 LTE 가입자가 글로벌 이동통신 가입자의 56%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하면 단순한 통신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산업분야에 5G 융합을 통해 전후방 산업의 신시장 창출이 절실하다.

통신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국내에서도 5G를 통한 B2B 수익 창출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일구지 못했다는 점은 5G 상용화 1년이 지나는 이때 다시 고민해야 할 과제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MEC 확산이 5G 융합 서비스 신호탄

5G 통신이 혁신적 융합 서비스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 것은 이전 세대 기술인 4G LTE나 대표적인 비면허주파수 통신 기술인 와이파이와 차별화된 특성 때문이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등 이전 세대 통신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특성으로 각종 융합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를 받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5G를 두고 수십억개 사물을 안전하고 즉각적으로 연결해 자동차, 의료, 제조, 유통 등에서 전기나 자동차와 같은 혁신을 일으킬 것도 같은 이유다.

예컨대 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실감형 콘텐츠나 클라우드 게임은 5G의 초고속 특성에 기대고 있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 받는 환경에서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활용 사례다.

실감형 콘텐츠와 클라우드 게임과 같은 5G 스마트폰 가입자 대상의 B2C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5G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핵심으로 통신업계는 모바일엣지컴퓨팅(MEC)을 꼽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통신사는 5G 커버리지 확대와 함께 지난 1년간 해외 사업자와 MEC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지역 거점별 MEC 센터를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다.

MEC는 5G 인프라에서 지연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데이터 처리가 중앙에 집중된 방식의 클라우드 컴퓨팅보다 네트워크 가장자리에서 분산된 컴퓨팅 자원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면 데이터가 오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초저지연이 필수적으로 꼽히는 5G 융합서비스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디지털헬스케어 등이 꼽힌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하루에 수 테라바이트(TB)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데, 기지국과 백본망을 거쳐 집중국까지 이어지는 데이터 전송 방식보다 분산된 MEC가 적합하다. 차량과 도로 인프라가 통신을 주고받는 V2X는 MEC를 통한 초저지연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공장이나 산업단지 기준으로 MEC를 갖춰 지연속도를 최대한 줄여야 즉각적으로 공장 설비를 제어하고 원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5G 시대 MEC는 ‘라스트원마일’을 재정의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선 MEC 도입 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5G 통신 상용화 당시 엣지컴퓨팅을 겨냥한 정책적인 정부 지원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엣지컴퓨팅 기반 조성 계획에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 = 삼정KPMG

■ 5G 발목 잡는 규제 개선 서둘러야

5G 기반 융합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둘러싼 논의도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5G 국제 표준에서도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포함되는데 망중립성 논의에 가로막히면서 5G 산업 발전을 좌초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여러 개의 가상 네트워크로 데이터 서비스 품질을 차별화하는 기술이다.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네트워크지만 논리적으로 분리된 여러 네트워크를 만들어 개별 네트워크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5G 융합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기술 요소다.

원격의료나 자율주행과 같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기술에 음악 스트리밍 수준의 서비스와 차원이 다른 통신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버퍼링 수준에 그치는 문제가 의료사고나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국제 표준에도 포함되는 5G 주요 기술에 해당하지만 국내에서는 망중립성 논란으로 기술 사용이 여의치 않다.

망중립성은 최선형 인터넷 서비스 품질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원칙 위에 있다. 반면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관리형 서비스(Specialized service)로 최선형 네트워크에 포함되지 않는다. 망중립성 원칙이 엄격한 미국이나 EU에서도 관리형 서비스는 망중립성 논의에서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두고 망중립성에서 허용할 수 있냐는 논의에 머무르고 있다. 자칫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이용한 5G+ 핵심 서비스와 산업은 육성과 집중 발전 이전에 도입조차 어려워질 상황에 있는 셈이다.

아울러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포함한 5G 기술 표준인 3GPP의 릴리즈 16(Rel.16)이 확정되면 한국 5G는 고립된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한 기술과 시장 선점이라는 민간의 협력과 정부의 목표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범용기술...협력과 투자 확대

스마트폰을 통한 B2C 5G 서비스 1년 동안 얻어진 네트워크 운영 경험과 신규 서비스 발굴 노력으로 꽃을 피워야 할 때다. 5G 시대에서 네트워크는 덤 파이프(Dumb pipe)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되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4G 시대가 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5G 기술개발 경쟁을 벌였고 막대한 비용 투자를 집행하면서 상용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정부도 5G전략위원회를 통해 올해 5G 연관산업에 지난해 3천500억 수준의 예산을 올해 90% 가까이 늘렸고, 1조원 규모의 ICT R&D 예산은 5G 성과 극대화에 초점을 뒀다.

범용기술의 관점에서 네트워크 운영 주체인 통신사는 보다 다각화된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설 필요성이 크다. 콘텐츠 산업을 네트워크로 끌어들여 실감형 콘텐츠 서비스를 키워내고, 게임 플랫폼 회사와 협력을 통해 5G 시대 새로운 게이밍을 선보인 것처럼 새로운 산업을 5G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초협력’ 키워드를 강조하면서 힘을 모으고 있다. KT는 50여개 기업전용 5G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B2B 유스케이스를 발굴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물이 축적되면 5G 융합 서비스의 발굴을 촉진시킬 수 있다.

협력 관계 확대와 함께 네트워크 투자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현재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3.5GHz 대역은 커버리지를 넓히는 차원이라면 밀리미터파 영역인 28GHz 대역은 거점 중심으로 B2B에 활용될 수 있다.

관련기사

28GHz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하기 위해 전용 단말이 확충돼야 하는 선결 과제가 있지만, 밀리미터파 기반 서비스 개발과 기술검증은 앞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B2B 활성화를 위해 28GHz 주파수의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며 “5G B2B 모듈과 단말기를 개발해 5G+ 기반 융합 실증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