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우리네 리얼 가족 이야기 '마당 씨' 3부작

홍연식 작가 “가족 테마, 결코 끝낼 수 없는 이야기”

인터넷입력 :2020/03/29 09:49    수정: 2020/04/13 09:45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다섯 번째 인터뷰는 도시부부의 귀농에 대한 환상대신 현실을 그린 웹툰 '불편하고 행복하게'와, 가족에 대한 문제를 음식을 통해 접근한 '마당 씨의 식탁'으로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단행본도 출간하는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홍연식 작가다.

홍연식 작가가 그린 인터뷰 관련 이미지

그간 태생적 가족과 성인이 된 뒤 스스로 만든 가족 사이에서 건강한 삶과 행복이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각기 다른 매개체를 통해 화두를 던져온 작가는 현재 마당 씨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인 '마당 씨의 가족앨범'을 연재 중이다. 가족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가족의 삶' 그린 홍연식 만화가 열전], 쇼미더웹툰 아버지의 삶...'마당 씨의 가족 앨범']

다음은 홍연식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각각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불편하고 행복하게'는 만화잡지 '팝툰' 연재 시 '부부소소사'였습니다. 신혼 부부, 혹은 젊은 커플이 헤쳐나가야 할 사회 경제적 난관들이 녹록치 않음을 기본 출발선에서 보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처럼 부부가 겪는 어려움이 특별한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젊은 세대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행본이 나올 때 '불편하고 행복하게'로 바뀌었습니다. 처음 책을 출간한 곳은 웅진출판사의 만화 레이블 '재미주의'였고, 당시 편집자였던 지금의 레진코믹스 김준협 피디와 논의해 결정했습니다. 불편함 속에서 맺는 달디단 부부만의 행복이 담겨있는 이야기입니다.

'불편하고 행복하게' 타이틀 이미지(제공=레진엔터테인먼트)

구상의 배경은… 당시 산 속에 살던 저는 상념에 젖어 있을 시간이 많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학교는 덜커덕 들어갔고 휴학 중 결혼도 했지만 싼 신혼집을 찾아 서울을 벗어나 산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 더해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까지 이르러서야 여기까지 와버린 제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생활비를 벌자고 기획만화 시리즈를 겨우 끝내고 번아웃이 왔던 시기였기도 합니다. 만화를 그만 그리고 싶었고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한 저와 그런 저를 바라보고 산 속에서 함께 사는 아내, 그리고 현재의 우리 삶을 만화로 기록하게 된 것이 '불편하고 행복하게'의 시작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불편하고 행복하게'를 작업하면서 '나는 계속 만화를 그리고 싶다'가 됐습니다.”

Q.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1992년 '소년챔프'라는 당시 소년만화 주간지 신인 공모에 '검은 창공'이라는 단편으로 데뷔했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그림 그리기에 빠져 살았고 평생 그림 혹은 만화를 그리며 살 것이라고 콧물 흘리는 나이에 이미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만화잡지 시대가 서서히 저무는 90년대초까지 아동만화를 그렸고, 공부를 더 하기 위해 활동을 멈추고 다시 학생이 됐습니다. 그 사이 출판 중심의 만화 시장은 온라인 중심의 '웹툰 시장'으로 체질 변화됐고 '불편하고 행복하게' 출간 후 이때까지도 웹툰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제게 레진코믹스 김준협 피디의 제안으로 페이지 형식의 제 만화를 웹툰 형식으로 컷을 재배열해 연재하게 된 것이 '웹툰 작가'로서의 첫 활동입니다. 출판 서적으로서의 만화가 독자를 만나는 데에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 한계가 분명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마 이 계기가 없었다면 웹툰 작가로서의 데뷔(?) 시기는 한참 뒤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마당 씨의 식탁' 타이틀 이미지(제공=레진엔터테인먼트)

“십여 년 전부터 만화(웹툰)를 일부러 찾아보진 않습니다. 자주 혹은 가끔 만나는 작가들 작품은 다는 아니어도 가능한 찾거나 구해 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활동하며 사는지 동료 작가 자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랄까요. 작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좀도둑 가족(국내 개봉 제목 '어느 가족')'을 보고, 가족 만화를 너무 오랫동안 그리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던 제게 '가족'이라는 테마는 결코 끝낼 수 없는 이야기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했습니다. 특정할 수 없지만, 예술 장르를 초월해서 인간성의 본질을 다룬 고전들이 저의 창작 자양분이 됩니다.”

Q.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저의 경우 콘티가 다 나온 상태로 연재를 시작했기에 정신적인 노동이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물론 콘티를 약간씩 다듬으며 연재를 하지만 큰 틀을 바꿔야 되는 사태가 없으니 다행이랄까요. 연재 중일 때, 물리적인 노동은 작업의 디지털화로 많이 감소했지만 대신 건강을 특히 신경 쓰는 편입니다. 담배는 물론이고 1년간 총 주량도 맥주 한 병을 넘지 않습니다. 매일 1시간 이상 빠른 워킹을 합니다.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와 수면을 통해 건강에 대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연재를 펑크 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작가가 꼽은 '불편하고 행복하게'와 '마당 씨'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는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불편하고 행복하게'는 굳건히 곁에서 버팀목이 돼주던 아내가 무너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저도 강하다고만 생각했던 아내의 그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너무나 아내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마당 씨의 식탁'은 어머니와 이별해야 하는 직전 후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했던 컷들이 있습니다. 자세한 표현은 여기서 생략하겠습니다....

'마당 씨의 좋은 시절'은 아내와의 갈등이 커질수록 마당 씨는 신혼 시절 자신만을 바라보던 아내를 회상합니다. 현재의 아내에 대한 불만을 아내 탓으로 돌리는 마당 씨의 내면을 과거의 아내를 빗대는 장면으로 연출했습니다.

'마당 씨의 좋은 시절' 타이틀 이미지(제공=레진엔터테인먼트)

'마당 씨의 가족 앨범'은 이 인터뷰가 실릴 즈음 아니면 먼저 레진코믹스를 통해 보실 수도 있는 이 작품의 거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결국 부모로 불리는 이들이 먼저 극복하지 못하고 피하고자 했던 모든 상처들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는 장면입니다.”

Q.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불편하고 행복하게' 연재 당시 사실, 산 속 집을 구하는 월세 보증금조차 없어서 처형께 돈을 빌린 부끄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Q.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불편하고 행복하게'는 현재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10대부터 30대까지 두루 읽혔으면 하는 작가로서의 욕심입니다. 아마, 주인공 부부보다는 내가 낫다고 여겨지실 겁니다(웃음).

'마당 씨의 가족 앨범' 타이틀 이미지(제공=레진엔터테인먼트)

'마당 씨 시리즈'는 3대에 걸친 가족 서사를 담았기에 아이부터 고연령 독자분들 모두 환영입니다. 부모를 뒤로하고 사랑하는 연인과 새로운 가족을 계획 중인 자녀, 현실에 지쳐 갈등을 겪는 부부, 아이를 키우며 어두웠던 내면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부모 모두에게 '마당 씨 시리즈'를 권해드립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연재 중이신 '마당 씨의 가족 앨범' 관련해 말씀 주셔도 좋습니다)

“이제 대단원을 앞둔 마당 씨 시리즈 3부 '마당 씨의 가족 앨범'의 마지막화까지 무사히 연재를 마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현재도 레진코믹스를 통해 '불편하고 행복하게'와 '마당 씨 시리즈'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여름 즈음에 위 작품들의 개정판이 새롭게 나오며, 올해 주요 작업은 독립운동사에 관한 만화입니다. 또한, 청소년기 성장물을 다룬 만화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작품화 되는 대로 레진코믹스를 통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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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 만화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