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해외 생산기지 멈춰서고 유통망도 닫혀

"수요 변동 따른 탄력적 생산감축 등 전방위 대책 검토"

디지털경제입력 :2020/03/24 16:48    수정: 2020/03/25 07: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주에도 양사의 유럽과 인도 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가동 재개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과 LG는 특히 생산뿐 아니라 유통·판매망에도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사업 전반을 예의주시하며 모든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폐쇄된 유럽·인도 공장들…줄어든 수요 따라 생산감축 대응도

24일 삼성전자는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 공장 가동을 오는 29일까지 일주일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나우스 공장에서는 주로 스마트폰이 생산되고 있으며 TV 라인도 함께 있다. 남동부 상파울루주 캄피나스 공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향후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완제품 생산과 함께 유통과 판매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상파울루시에 있는 중남미 총괄법인과 브라질 판매 법인 전 직원도 이날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마나우스와 캄피나스 생산공장 외 300개 직영매장과 17개 서비스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 공장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은 인도 주정부 지침에 따라 오는 25일까지 가동 중단된다. 노이다 공장 연간 출하량은 1억2천만대에 달해 삼성전자 최대 스마트폰 생산기지로도 꼽힌다. 첸나이 가전 공장은 삼성전자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이달 23일부터 31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이들 지역은 삼성전자의 주요 해외 공략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방문해 현장 경영을 이어가기도 했다. 2018년 7월에는 8천억원을 투입해 스마트폰 생산규모를 늘리는 등 활발한 투자를 전개했으며 지난해에도 방문해 5G·모바일 사업을 챙겼다. 올 초에는 브라질 법인들을 방문해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LG전자 역시 현지 주정부 긴급명령에 따라 인도 노이다와 푸네 생산시설을 이달 말까지 닫는다. 이곳에서는 가전 중심으로 생산되며 푸네 공장에서는 일부 스마트폰도 출하된다.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전자업계 관계자는 "제품 공급과 출시에 큰 지연이 없는 수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일주일 가량 자체적으로 생산시설을 중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단기적인 수준이지만 공장 가동 시기가 미뤄지는 등 중단이 길어질 경우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지역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삼성 슬로바키아 TV 공장은 23일부터 일주일간 중단된다. LG전자는 이달 23일부터 29일까지 폴란드 므와바 공장에서 TV 생산량 축소에 나섰다. 오스트리아 비젤버그에 위치한 LG전자 자회사 ZKW도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 ZKW는 차량 헤드램프를 제조하고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비젤버그, 하그, 디타크 공장 생산량을 대폭 줄인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변동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유럽내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현지 공장 가동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ZKW는 주요 공급사의 차량 생산계획에 따라 부품 생산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며 "ZKW 본사가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금주부터 현지 공장의 생산량을 추가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판매망도 손쓰기 어려워…사업 전반 모든 방향으로 대책 검토

현지 주요 판매망도 묶이면서 매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점인 베스트바이는 영업시간 단축과 입장객 제한에 나섰으며, 유럽 미디어막트도 주요국에 있는 850여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부터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체험 매장을 폐쇄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타격을 받으면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제품 출시도 미뤄지고 있다. 거래선들과의 미팅이 축소되면서 사전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영향도 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협업하던 매장 거래선이 있는데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선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각종 미팅과 협의가 위축되면서 매출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베스트바이가 매장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사진=씨넷)

이처럼 코로나19 여파가 '공장 셧다운'에 그치지 않고 생산부터 판매·유통까지 번지면서 기업들의 고민 범주도 넓어졌다. 단일적 요소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폐쇄조치한 생산시설에 대한 재가동 시기 검토와 시시각각 변화는 수요에 유동적인 생산 대응을 이어가면서 재택근무 등 조치를 통해 감염 방지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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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중단되지 않은 생산 지역에서도 코로나19 발생 예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유럽에는 폴란드 TV 공장이 있으며, 미국에는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파운드리) 공장,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LG전자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냉장고 공장, 미국에는 테네시 클락스빌 세탁기 공장, 알리바마 헌츠빌 태양광 패널 공장, 미시간 헤이즐파크에 전기차 부품 공장 등을 운영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생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차질을 막기 어려워졌다. 유통과 판매망까지 타격이 있어 사업 전반적으로 고민을 안고 가고 있다"며 "당장은 생산 재개 시기와 추가 조업 여부 등 모든 방향을 열어두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