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국 통신사 가입자 2천만 명 감소…어디로 갔나?

업계 "정책 변경 때문"…"코로나19로 심카드 한 개 포기" 분석도

방송/통신입력 :2020/03/24 12:09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3대 관영 통신사의 모바일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3대 통신사 가입자는 올 들어 1, 2월 두 달 사이에 2천 만명 가량 줄었다.

중국 통신업계는 두 개의 심카드를 이용하던 가입자들이 '번호이동' 정책 도입으로 한 개의 심카드를 포기하면서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3일 중국 차이나유니콤은 2월 영업 데이터를 공개하고 모바일 가입자 수가 전달 대비 660만1천 명 줄어든 3억1천68만8천 명이라고 밝혔다.

1월에도 118만6천명이 감소했던 차이나유니콤의 모바일 가입자 수는 올해 1~2월에만 778만7천 명이 줄어들었다.

차이나모바일의 올해 1월과 2월 가입자 수 변동 내역 (사진=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의 1월과 2월 가입자 수 변동 내역 (사진=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의 1월과 2월 가입자 수 변동 내역 (사진=차이나텔레콤)

앞서 모바일 가입자 수 근황 데이터를 공개한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역시 가입자 수가 줄었다.

차이나모바일의 영업 데이터에 따르면 2월 가입자 수는 1월 대비 725만4천명이 감소한 9억4천216만 명이었다. 지난 1997년 차이나모바일 설립 이후 역대 두번째 가입자 역성장이자 역대 최대 규모의 가입자 유실 기록이다. 차이나텔레콤 역시 2월 가입자 수가 1월 보다 560만 명 줄어든 3억3040만 명이었다.

중국 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3대 통신사를 더하면 1월 대비 2월 가입자 수가 1945만5000명 줄어든 셈이다.

2천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들은 1월과 2월 사이 어디로 갔을까.

중국 통신업계는 '솽카' 사용자 이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솽카는 '듀얼 통신사 심카드(Dual SIM)'란 의미로 가입자 한 명이 두 개 이상의 통신사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한 개의 스마트폰이 듀얼 심 구조를 갖추게 설계돼 있다.

차이나유니콤 왕샤오 이사장은 23일 중국 언론 C114와 인터뷰에서 "통신 3사의 이용자가 모두 줄어든 것은 솽카 사용자들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부 사용자들이 단기간 동안 (2장 중) 1장의 전화 카드만 사용하다 보니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가입했던 통신사 중 불만이 많았거나 이동 제한과 업무 복귀 불가 등 이유로 한 통신사의 심카드 사용을 중단한 사례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많은 가입자들이 듀얼 심카드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한 개 스마트폰에 복수의 심카드를 끼워서 쓸 수 있는 중국 특유의 가입 시스템이다. 이에 많은 중국인들은 한 스마트폰에 두 개의 심카드를 꽂는 방식으로 여러 통신사를 이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두 개의 심카드를 보유하다 둘 중 한 개의 심카드를 포기한 경우가 많아졌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후 '휴호전망(携號轉網)' 정책을 시행하면서다. 휴호전망은 기존 번호를 유지하면서 통신사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지 않으면서, 한 통신사의 사용자가 번호 변경없이도 다른 통신사의 사용자가 될 수 있게 하면서 각종 서비스를 누리게 하는 데 목적을 뒀다. 11월 27일 정식 시행됐다.

일종의 번호이동 정책인 휴호전망이 시행되면서 중국 통신 가입자 구조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상대적으로 통신비가 비싼 통신사가 큰 타격을 받는 구조가 됐다.

통신사 변경이 자유로워진 사용자들이 가장 통신비가 높은 차이나모바일에서 대거 이탈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9년 5월 중국 아이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 사용자의 불만족 요소 톱5로 고가의 월 요금, 낮은 가성비, 네트워크 신호 불안정, 적은 데이터량, 낮은 통화 음질 순이 꼽혔다.

결국 통신사간 경쟁을 촉진해 통신비를 낮추고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차이나모바일 등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통신사의 가입자가 이동하면서 3대 통신사의 가입자 비중의 불균형 역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차이나모바일은 1월 86만2천 명, 2월 725만4천 명에 이르러 두달간 811만 명이 감소하는 가입자 감소 쇼크가 일어났다. 비록 9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중국 최대 통신사지만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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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1월 이후 시행해 이미 3개월 가량이 지난 2월 가입자가 유독 큰 폭으로 감소한 것만은 뚜렷하다. 차이나모바일은 1월 가입자 감소 폭이 86만2000명이었지만 2월 감소 수는 725만4000명이다. 차이나유니콤은 1월 가입자 수가 118만6천 명 감소했지만 2월 가입자 수는 6천601만 명 감소하면서 역시 감소폭이 커졌다. 차이나텔레콤의 경우 1월 가입자수는 43만명 줄어든 데 이어, 2월에 560만 명으로 감소 폭이 늘어났다.

C114에 따르면 왕 이사장은 이같은 상황이 3월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