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반·디 산업, V자 반등이냐 L자 침체냐

[이슈진단+] 코로나19 확산 전자업계 영향 긴급분석 ④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3/23 10:05    수정: 2020/03/23 17: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아시아에 이어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發 경기 위축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의 공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각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대책은 무엇인지 총 4편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전방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스마트폰, TV 시장의 수요 둔화가 후방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올 한 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이 침체에 빠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완제품(스마트폰, TV) 시장인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소비(판매) 위축과 생산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침체기에 빠질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실제로 중국 공업신식화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연구원(CAITC)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월 대비 55% 줄어든 634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내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와 샤오미의 출하량은 같은 기간 1천272만대에서 585만대으로 줄었고,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 역시 127만대에서 49만4천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량이 반토막이 난 셈이다.

TV 시장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은 올해 세계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1.8% 감소한 2억3천6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오는 7월 '2020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세트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1~2월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과 TV 시장에서 소비 위축 현상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주요 업체들이 제품 출시 계획을 조정하는 등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한 상태"라며 "미국과 유럽을 넘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상황에서 누구도 어느 시점까지 소비 위축이 진행될 지 장담할 수 없고, 이에 따른 수익 둔화도 어디까지 이어질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 흔들리는 반도체 시장, 'V자냐, L자냐...' 엇갈리는 전망

올해 반도체 시장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크게 상저하고 흐름의 V자형 반등과 상저하저 흐름의 L자형 침체가 전망되고 있다.

V자형 반등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더불어 기온 상승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면,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가 하반기께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택경제(광범위한 원격 서비스의 확산)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데이터 센터 중심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코로나19 확산 둔화가 반도체 시장의 V자형 반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1~2월 D램 및 낸드플래시 현물가격이 상승하고, 서버 D램 및 엔터프라이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하반기 시장 회복이 상반기 둔화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2월) 중국 스마트폰 공장의 생산차질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이지만, (하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상당 부분 상쇄가 예상된다"며 "(이미) 중국 후베이성을 제외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은 3월 중순부터 가동률이 60%대로 회복 중이고, 3월 말에는 정상 가동률까지 회복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반도체의 경우,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에서 작업한다는 점에서 생산중단 가능성은 미미하고, 전자 제품은 서비스 산업처럼 수요가 취소되는 것이 아니고 이연되는 것"이라며 "코로나19에서 유발된 생산차질 우려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급등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센터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L자형 반등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올 한 해동안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이로 인한 반도체 재고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가령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과 함께 PC 시장까지 판매가 지연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이 나타나고,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쇼크로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신용 위험(Credit Risk) 발생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확산될 경우엔 극단적인 유동성(현금) 선호로 소비 둔화 및 투자 감소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신용 위험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경우에는 엔터프라이즈 SSD 및 모바일 수요에 충격이 발생해 4분기까지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신용위험이 발생하면 미국과 유럽의 데이터센터 증설과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는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 디스플레이는 이미 '비상사태' 진행 중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반도체와 달리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두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의 경우, 재택경제 확산으로 인해 고부가 서버 시장의 수요가 올 한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모바일 수요 위축을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TV와 스마트폰 모두 판매량(출하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더불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해 주요 세트 업체들의 고부가 제품 판매 전략도 소비 심리 위축에 따라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최근 TV 시장 전망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연간 TV 출하량이 최대 500만대 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IHS 마킷은 당초 올해 TV 출하량이 2019년 대비 1%가량 증가한 2억2천500만대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적게는 200만대에서 많게는 500만대 가량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수요 위축으로 인해 올해 LCD TV는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견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LCD 패널 가격이 상승했지만, 패널 업체들이 제값을 받고 패널 공급을 할 수 없는 만큼 LCD 업계는 어려운 한 해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고부가 제품인 OLED TV 역시 수요를 끌어낼 요인이 없어 예년 대비 판매량 증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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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역시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예년 대비 업황 둔화가 예견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OLED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보류한 가운데 애플도 스마트폰 공장의 생산차질로 인해 OLED를 적용한 차세대 아이폰 출시 계획을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BBK, 화웨이, 샤오미 등이 올해 OLED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으로 고부가 OLED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중소형 스마트폰 판매 전략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세트 업체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