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했던 삼성 '코로나 주총'…"전사 힘 모아 위기극복"

현장 코로나19 방역에 총력…대내외 불확실성 대응방침 강조

디지털경제입력 :2020/03/18 15:44    수정: 2020/03/18 18:3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삼성전자의 51번째 정기 주주총회가 18일 오전에 시작해 2시간 13분만에 마무리됐다.

사전에 주총장 내외부 곳곳에서 철저한 방역이 실시되고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해 지난해와 같은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다. 상정된 안건도 모두 통과됐다.

삼성전자는 18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한 주주총회는 11시13분경 끝났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이 큰 소동 없이 모두 통과됐다.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현장 참석 주주 절반 이상 줄어…삼성, 의료진에 구급차까지 준비

이날 주주총회에는 전년보다 절반 이상이 줄어든 4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액면분할 이후 시행된 지난해 주주총회에는 1천여명 주주들이 몰려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비해 주총장에 1천500석 가량을 마련했지만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 주주 수는 약 61만명이다.

이처럼 예상보다도 한산한 현장에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에 더해 삼성전자가 올해 첫 도입한 전자투표제와 수원 소재 외부 주총장을 선택한 영향이 종합적으로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주는 "코로나 때문에 참석할지 고민하다가 오게 됐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장 입구에서부터 건물 내부까지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울였다. 모든 출입 인원에 대해 마스크를 필수 착용하도록 하고 손세정제를 이용한 후 열화상 카메라와 비접촉체온계로 발열을 체크했다. 주주들에게는 주총 시작 전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하나씩 지급하고 코로나19 관련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주총장 안에서는 주주들이 마스크를 낀 채로 지정된 좌석에 맞춰 띄어앉았다. 혹여 입장하지 못한 주주를 위해 쌍방향 중계가 가능한 별도 공간이 준비됐다. 감염 의심환자 발생 등 혹시 모를 비상상황을 대비해 주총장 인근에는 건강 확인소와 의료진, 구급차 4대도 마련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총에 앞서 "지난 3월 5일부터 매일 건물의 방역 소독을 실시했다"며 "주주 발언 시 사용한 마이크는 그때그때 소독하고, 경영진의 경우 명확한 전달을 위해 부득이하게 마스크를 벗었지만 투명 아크릴판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언급했다.

18일 오전 8시30분경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리는 수원컨벤션센터에 손소독제와 열화상기가 비치됐다.(사진=지디넷코리아)

■코로나·시장 불확실성 대책 질문에 "전사차원서 다각적 계획 수립"

참석 주주 수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면서 이날 삼성전자의 주총 진행 과정에서 별다른 불만이나 소동이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입장 지연 등 주주 불만이 쏟아지면서 당일 오후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다만 시장 불확실성과 경쟁 심화에 따른 사업부문별 전략과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대응 방침을 묻는 주주들이 눈에 띄었다.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대해 "올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사에서 다각적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인공지능(AI)·5G 신성장 분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경쟁사인 TSMC에 대한 전략을 묻는 한 주주 질문에는 "대만에 있는 큰 회사(TSMC)와 격차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절대로 뒤지고 있지 않고 실제 최근에 많은 고객들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CE부문장 사장은 국내와 달리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고 있는 해외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프리미엄 전략과 연결 가전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는 (코로나19)가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유통에 대한 영향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고동진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5G·폴더블폰 리더십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가 주춤하고 있는 중국 시장과 경쟁이 심화된 인도 시장에 대해서는 "현지 맞춤 전략을 통해 잃어버린 점유율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해고 노동자 복직과 관련해 발언과 함께 플래카드를 펼치다가 일부 주주가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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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한 주주는 강남역 철탑 농성시위와 관련 "삼성이 노동탄압과 노조파괴가 해결되지 않고서 어떻게 글로벌한 경영을 행할지 의문이 든다"고 발언을 이어갔고, 어수선해진 현장 분위기에 주주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한편 제52기 이사 보수 한도는 기존 465억원에서 550억원으로 상향됐다. 현금배당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오는 4월17일 이뤄진다. 배당은 1주당 보통주 354원, 우선주 355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