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저분한 은행 자동화점포...코로나19 방역은 하나?

은행들 "관리 외주업체에 소독 부탁...이유 몰라"

금융입력 :2020/03/18 11:33    수정: 2020/03/18 11:36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들은 영업점은 물론이고 자동화기기(ATM)를 매일 소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영업점에 함께 있는 자동화기기가 아닌, 박스 형태로 영업점 인근에 설치된 ATM 기기들은 관리가 되는지 의심스러울 조차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은행들은 그러나 영업점 바깥에 설치된 자동화기기 점포는 외주 관리업체의 소관이며, 청소나 방역이 되지 않았다면 이 외주업체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18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자동화점포를 둘러봤다. 이 지역의 자동화점포 영업시간은 오전 7시이기 때문에 오전 7시와 오전 8시33분께 두 번 방문해 자동화기기의 위생상태를 살펴봤다.

서울 서대문구 우리은행 자동화점포 내부 모습. 모니터화면에 알 수 없는 먼지가 떨어져있고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아파트 입구에 비치된 우리은행 자동화점포의 상태는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자동화기기 윗쪽에는 누군가 쓰다 버린 마스크가 올려져있었으며, 손이 많이 닿는 화면에는 먼지가 쌓이고 틈새에는 까만 쇳가루같은 것도 떨어져있었다. 문을 열고 모니터에 얼룩져 있는 손자국을 보니 자동화기기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떨어졌다.

아파트 중턱에 위치한 신한은행의 자동화점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시간 두 차례 방문한 신한은행 자동화기기의 모니터에도 갖은 지문이 남아있었다. 신한은행은 자동화기기에서도 모바일 뱅킹 '쏠'을 홍보하고 있어 다른 은행에 비해 터치해야 하는 항목이 많은 편이라 신한은행 자동화점포에서도 발길을 돌렸다. 우리은행 점포보다 그나마 나은 점이라면 쓰레기가 있진 않았다는 점이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신한은행 자동화점포에도 먼지와 손자욱이 그대로 남아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인근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의 자동화점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일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화면을 터치해야 하고 코로나19 전염의 주된 통로가 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니터의 소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였다.

해당 내용에 대해 일단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고객센터 직원들은 모두 "외주업체에서 관리해 정확히 몇 시에 소독이 이뤄지는지 은행이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자동화점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매일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부착해뒀다.(사진=지디넷코리아)

우리은행 고객센터는 "외주업체의 번호를 확인해 알려줄테니 직접 통화해 물어볼 것"을 권유하다가 추후 "불편한 상황에 대해 인근 영업점에 통지해뒀으며 현금 시재 등을 하는 업체가 소독을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금 운반 사례를 최근 몇 차례 지켜봤지만 소독이 진행되는 모습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해 은행 홍보팀에 제대로 된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문의했다. 은행 홍보팀은 영업점 내에 있는 자동화기기는 영업점 직원이 하지만 영업점 바깥에 떨어진 자동화점포는 모두 관리업체, 외주업체에 소독 업무를 추가해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동화점포 관리는 모두 외주업체가 하는데 소독을 해달라고 했다"며 "만약 소독이 안됐다면 외주업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타행도 전부 전문방역업체가 아닌 점외 자동화코너를 관리하는 용역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며 "관리업체라고 해서 소독을 잘 못한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바깥에 있는 자동화점포는 조금만 지나도 더러워져 관리가 용이하지만은 않다"며 "관리업체 등에게 해당 상황을 확인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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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업체가 자동화점포 소독까지 맡고 있다 보니 은행에서는 정작 몇 시에 몇 차례 소독이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은행에서는 영업 개시 전이라고 답했지만 직접 문의한 결과 낮 12시께 이뤄진다는 외주업체 답변이 돌아왔다.

인근 영업점에서 자동화점포 관리를 더 할 수 없냐는 질문에 은행 관계자들은 모두 "영업점과 멀리 떨어진 데에 직원을 보내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