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따로' '또 같이'...사용처 확대가 관건

[이슈진단+] 간편결제 '춘추전국시대'(하)

금융입력 :2020/03/18 09:39    수정: 2020/03/18 10:14

권상희, 손예술 기자

전자상거래 활용 건이 높아지고, 플랫폼 제공업자들이 끊김없는 서비스 이용을 내세우면서 국내 간편결제의 사용 건이 크게 늘고 있다. 2013년 54조4천108억원이었던 간편결제 거래금액은 2018년 80조1천453억원으로 무려 47.2%(25조7천345억원) 증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이고 이커머스·유통·생활서비스 사업자들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간편결제의 '춘추전국시대', 누가 하나로 통일할 것인가, 아니면 춘추전국시대가 지속될 것인가. 간편결제 진출 동향과 미래를 두 편에 걸쳐 살펴봤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각양각색 간편결제, 차별점 꼼꼼히 따져보니

(하) 간편결제 '따로' '또 같이'...사용처 확대가 관건

■ 배민, 마켓컬리...거래량 증대에 비용 절감 차 '00페이' 도입

국내 플랫폼 사업자의 양대산맥이라고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 사의 간편결제를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것이 최근 동향이다. 여기에 배달의민족과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업자도 자체 간편결제를 내놨다. 플랫폼과 생활밀착형 유통업체, 쿠팡과 이베이와 같은 이커머스의 간편결제까지 크게 세 부류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간편결제 춘추전국시대는 왜 도래했을까. 일단 이유는 자체 결제를 내세운 업체들의 거래대금이 크게 증가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배달의민족 간편결제 금액은 올해 1월 기준 1조원으로, 이커머스 업체 쿠팡의 올해 2월 결제금액 1조6천256억원을 따라잡고 있다. 배달이라는 단일 영업의 거래대금이 커지면서 고객을 묶어두고 이탈없이 결제를 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서비스를 선택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량이 늘어나니 간편결제 사업자에게 줘야하는 수수료도 동반 증가했다. 배달의민족은 자체 결제 '배민페이'를 내놓으면서 페이코 서비스 이용폭을 제한했다. 마켓컬리도 최근 선보인 ''차이페이'에 대해 "고객 혜택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결제 수수료율도 만족스러워 차이페이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SK경영경제연구소 김지현 연구위원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등의 거래량이 어마어마하다"며 "고객 접점을 갖고 있고 단일 채널에서 나오는 거래량이 증가하다 보니 결제(페이먼트)도입까지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거래액 규모가 늘어나니 자체 결제는 수수료 절감하는 법을 생각하게 됐고, 자체 간편결제 제공은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간편결제 업체 관계자는 "결국 고객을 묶어두는 수단으로 결제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제를 연계해 우리 애플리케이션(앱), 우리 플랫폼 사용의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결제를 붙였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또 페이코 관계자는 "자체 서비스 이용자들을 묶어두고 멤버십을 활용해 충성 이용자를 확보하는 브랜드 충성도 차원에서 자체 페이가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한동안 이어지지만...

이런 추세가 한동안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스타트업의 실험 정신과 고객 락인(Lock-in)은 투자금 유치에도,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체 페이는 이커머스와 대형플랫폼의 간편결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자체적인 결제 만으로는 장기적 유지가 어려운 것이란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외부 제휴처 확보가 이뤄져야 더 오래, 더 많이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현 연구위원은 "유통업계의 간편결제는 '갈라파고스 군도' 같다고 본다"며 "하나의 결제 수단으로 더 많은 사용처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있을텐데 장기적으로 단일 서비스 결제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고객은 (자체 페이 서비스에서) 저변 확대와 범용성을 요구할 것이고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회사는 고객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합종연횡 제휴처 늘리는 업체들...범용성 잡아라

이에 기존 사업자들도 자체 페이서 외부서도 활용가능한 간편결제로 거듭나기 위해 힘쓰고 있다. NHN페이코는 올해 2월 애플 앱스토어서 페이코 결제가 가능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페이코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모바일 간편결제 자료 이미지(제공=이미지투데이)

페이코 관계자는 "콘텐츠 시장이 크고 있어 이 부분에서 결제 서비스를 접목하는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이어 지난 2월 애플 앱스토어서 페이코 결제가 되는데, 페이코 플랫폼만의 특색이 유효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대형사업자 간 결제 서비스 제휴 계약은 자칫 잘못하면 힘 겨루기가 될 수 있지만 페이코는 중립적인 플랫폼이란 업계 인식이 있어 좋게 작용했다"면서 "데이터 분석 역량을 통해 페이코는 대국민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도약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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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의 옥션·지마켓·G9 등에서 쓸 수 있는 스마일페이도 외부 제휴처 확장에 나섰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카카오나 네이버페이만큼의 인지도 확보는 쉽지 않지만, 스마일페이를 쓰는 브랜드사가 많이 있고 이들과 제휴하고자 하는 곳들이 있다"며 "간편결제를 통해 서비스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운을 뗐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현재 두 가지 전략이 있는데 자체 페이를 원하는 곳에 스마일페이 모델을 심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라인터넷면세점은 신라페이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스마일페이 기반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밖에 이베이코리아는 카페24, 메이크샵 등 전자상거래 구축 사이트와 손잡고 소호몰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이 같은 간편결제 세분화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강력한 플랫폼 이용자를 기반으로 간편결제의 2기를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제휴사 멤버십도 자동 적립되고 전자영수증도 제휴 카드사의 경우 발급된다. 카카오페이 내 통합 조회서비스로 이를 관리하고 손쉽게 보는 '연결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변하니 모니터링도 하지만 카카오페이의 결제 서비스도 개선되고 있는 상태"라며 "카카오 공동체(카카오T, 멜론 등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 생활 금융 영역서 접근성과 연결성을 강화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