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글로벌 생산·매출 위기 점검 '비상 경영'

[이슈진단+] 코로나19 확산 전자업계 영향 긴급분석 ①

디지털경제입력 :2020/03/17 16:30    수정: 2020/03/17 20: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아시아에 이어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發 경기 위축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의 공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각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대책은 무엇인지 총 4편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미국과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현지에 두고 있는 반도체, 가전 생산시설 셧다운(폐쇄) 우려에 더해 판매·마케팅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에 있는 법인별 수요와 공급을 모니터링하며 이에 맞춰 생산과 공급망관리(SCM)에 나서고 있다. 현지에 둔 생산시설 방역과 출장 임직원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 조치에 나서며 장기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전날보다 770여 명 늘어난 4천158명으로 집계했다. 한국시간 이날 오전 기준 유럽 코로나19 확진자는 이탈리아 2만7천980명, 스페인 9천428명, 독일 7천272명, 프랑스 6천650명, 스위스 2천200명, 영국 1천551명 등으로 누적 6만6천명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제공=픽사베이)

■국내 제조사, 현지 공장 폐쇄될까 노심초사...방역수위 강화

삼성전자는 미국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파운드리) 공장,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을, 유럽에는 헝가리·슬로바키아 TV 공장과 폴란드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해당 미국·유럽 사업장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미국·유럽 공장이 중단된 사례가 없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출입 시 체온 측정, 위생관리 등 방역 활동에 철저히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찍이 국내 사업장 확진자 발생에 따른 연이은 사업장 폐쇄 조치로 인해 한시적으로 생산을 베트남으로 돌리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또 유럽 일부 국가 출장자에 대해서는 사업장 출입 기준을 강화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프랑스, 스페인,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을 다녀온 직원에 대해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고 7일간 자가격리 후 출입하도록 조치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 방문 인원은 14일간 자가격리 후 출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쪽에는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공장 가동이 중단된 사례가 없다"며 "앞서 해왔던 것처럼 사업장 방역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LG전자는 폴란드에 브로츠와프 냉장고 공장과 므와바 TV 공장, 미국에 테네시 클락스빌 세탁기 공장, 알리바마 헌츠빌 태양광 패널 공장, 미시간 헤이즐파크에 전기차 부품 공장 등을 운영한다. 해당 사업장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공장 가동 중단 등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지 법인별 수요와 공급을 상세히 모니터링해 생산, 공급망관리, 재고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한 미국과 유럽 일부 법인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임직원에는 출장을 금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출장금지, 재택근무 등 지침을 내리고 있다"며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출장 금지 '마비 사태'...거래선 행사 연기에 소비 둔화까지 덮쳐

국내 전자기업들이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유럽에서는 일부 완제품 출시 일정이 연기되는 데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탓에 마케팅 활동에도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온라인 마케팅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예전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지에서 예정됐던 거래선들과의 주요 행사들도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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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이 제한되면서 소비 둔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독일과 스위스에서도 마트와 약국 등 생활에 필수적인 점포를 제외하고 상점 영업 중지령을 내렸다. 프랑스는 아예 보름간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5일부터 8주간 50명 이상 규모 행사에 대해 취소·연기를 권고했다.

전자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출장의 경우 오는 4월 중하순까지 미뤄지고 있는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기존에 본사 경영진이 방문해 처리하던 업무를 현지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게 되면서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담당자들이 해외 지역 시간대에 맞춰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간편식으로 떼워가며 릴레이 전화·화상 회의를 이어가는 등 업무 보완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