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도사' 이재웅 사퇴...박재욱 새 대표 과제는?

“면목 없고 미안하다”...타다 종료 뒷수습·실적 개선 책임

인터넷입력 :2020/03/13 11:40    수정: 2020/03/14 15:34

법원과 국회, 정부를 상대로 모빌리티 혁신을 주창해왔던 이재웅 쏘카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불법 유상운송 논란을 낳은 ‘타다’를 법원이 합법으로 판단하는 데 공을 세웠으나, 타다를 편법과 불법으로 보는 국회 시각은 끝내 바꾸지 못한 책임성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재웅 대표의 역할까지 떠 안은 박재욱 쏘카 신임 대표는 타다 서비스 종료 뒷수습과, 수익성과 편의성을 갖춘 모빌리티 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 경영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타다 기업분할 철회...떠나는 이재웅, 두 회사 맡는 박재욱

쏘카는 4월로 예정됐던 타다의 기업분할 계획을 철회하고, 이재웅 쏘카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그 자리를 박재욱 VCNC 대표가 겸직한다고 13일 밝혔다.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 박재욱 VCNC 대표

당초 타다는 쏘카에서 분할돼 독립기업으로 출범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사업을 함으로써 이용자에게 더 큰 이동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회사도 독립된 사업을 펼쳐 더 유리한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쏘카는 국회에서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사업확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타다 분할을 철회하기로 했다. 회사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4월11일 잠정 중단하지만 프리미엄, 에어, 프라이빗 등의 서비스는 지속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쏘카는 또 이재웅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쏘카의 최고운영책임자이자 VCNC 수장인 박재욱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VCNC와 쏘카 두 회사를 함께 경영한다.

대표직은 내려놓지만 쏘카 최대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이재웅 대표는 앞으로도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는 참여하되, 일반적인 회사 경영에선 손을 뗄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경영자인 박재욱 대표가 국내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함에 있어 조언자 역할을 하고, 기존 산업과의 갈등 등 대외 이슈가 발생할 때 뒤에서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찌됐든 나는 졌다.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다"며 "책임을 지고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또 "내가 사회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탓이 크다"면서 "나를 믿어준 여러 투자자들, 드라이버들, 동료들에게 면목 없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 타다 종료 과정서 나온 잡음 해결...모빌리티 혁신과 실적 개선 역할도

타다 자료사진(이미지=픽사베이)

쏘카와 타다 두 회사의 키를 잡은 박재욱 대표가 풀어야할 과제도 많이 있다.

먼저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이에 앞서 회사는 비정규직 파견직원의 권고사직과, 신입 직원들의 채용 취소 통보를 한 상태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잡음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나아가 현 임직원들의 불안감도 안정화 시켜야 한다.

또 갑작스레 일자리가 사라지는 타다 드라이버들에 대한 처우도 정부와 국회를 탓하기보다 회사가 책임감을 갖고 원만히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다 드라이버들은 이미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를 한 상태다. 이재웅 대표의 뒤를 이어 신임 대표가 된 만큼 이들의 불만과 요구에 답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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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아직 강력한 투자 기조에 따라 적자 상태인 회사의 실적을 개선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쏘카는 2017년 1천211억원 매출에 17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1천594억원 매출에 3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쏘카는 최근 51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한 만큼, 이 자금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고도화와 수익성을 갖춘 신규 서비스 출시에 힘을 쏟아 실적 개선을 이룸으로써 경영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박재욱 신임 쏘카 대표는 "쏘카는 과도한 차량 소유로 인한 사회, 경제,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카셰어링을 비롯한 다양한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