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DDR5 시대 연 삼성, 초격차 고삐 죈다

하반기 '5G 스마트폰·노트북' 겨냥 1z nm 16Gb LPDDR5 D램 양산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3/04 07:43    수정: 2020/03/04 09:32

삼성전자가 올해 LPDDR5 D램 시장에서 미세공정을 무기로 '초격차 전략'을 이어간다. 지난달 업계 최대 용량인 16기가바이트 LPDDR5 D램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1z nm 공정 기반의 초고속 패키지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업계 최초로 1z nm(10나노미터 초반대) 공정을 기반으로 16기가비트(16Gb=2GB) 용량의 LPDDR5 D램을 양산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16Gb LPDDR5 D램은 국제 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LPDDR5 표준규격을 충족해 최대 6.4기가비피에스(Gbps)에 달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16기가바이트 용량의 LPDDR5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6Gb LPDDR5 D램으로 하반기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노트북 PC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올 하반기 삼성전자와 퀄컴, 인텔 등이 출시하는 차세대 프로세서가 16GB 이상의 D램 용량과 6.4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모두 인식할 수 있어 LPDDR5 D램의 수요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와 관련 "올해 안에 차세대 공정으로 신규 라인업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고객의 수요 확대에 차질없이 대응할 것"이라며 "차세대 LPDDR5 D램은 1z nm 공정을 기반으로 양산,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플래그십 모바일 및 하이엔드 PC, 자동차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삼성, 업계 최고 '고용량·고성능' LPDDR5 D램으로 초격차

삼성전자의 16기가비트 LPDDR5 D램은 하나의 패키지에 칩셋 8개를 배치할 경우 16기가바이트(GB) 용량을, 칩셋 12개를 배치할 경우 24GB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양산을 시작한 16GB LPDDR5 D램 패키지가 칩셋 12개(1y nm 12Gb 칩셋 4개, 1y nm 8Gb 칩셋 8개)로 구성된 것을 고려하면, 더 큰 용량의 D램 패키지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항공사진.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업계에서는 16Gb LPDDR5 D램의 이 같은 특징이 슬림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6.4Gbps에 달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 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인 고화소 멀티카메라와 온 디바이스 인공지능 구현에 유리해 수요 확대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16Gb LPDDR5 D램으로 패키지를 만들 경우, 기존 제품보다 두께가 줄어드는 만큼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디자인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구매를 늘릴 수 있다"며 "이는 5G 스마트폰이 기존 LTE(4G)보다 각종 부품의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는데 16Gb LPDDR5 D램은 미세공정을 통해 이를 해결한 제품"이라고 전했다.


■ 1z nm LPDDR5 D램의 성공 포인트 'EUV'

LPDDR D램(Low Power Double Data Rate DRAM)은 높은 전력효율을 요구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메모리 반도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앞선 미세 공정(1z nm) 기술을 앞세워 16Gb LPDDR5 D램 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7nm(nanometer=10억분의 1미터) 공정 기반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업계 최초로 EUV 기반 4nm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EUV 생산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사진=픽사베이)

반면, 경쟁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EUV를 활용한 반도체 대량 생산 경험이 전무하다. 더욱이 양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면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EUV 공정 전환도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EUV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에 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장비를 말한다. 이는 기존 10나노미터 중·후반(1x nm, 1y nm) 공정에서 사용했던 불화아르곤(Argon Fluoride·ArF) 장비와 달리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미세화와 수율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EUV 노광장비 없이 1z nm D램의 대량 양산에 돌입해도 생산수율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기사

반도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EUV 없이 1z nm D램 양산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삼성전자보다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만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올해 LPDDR5 D램 시장은 삼성전자가 승기를 잡고, 시장을 견인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3.5%의 점유율로 시장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각각 29.2%, 22.3%의 점유율을 기록해 시장 2위와 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