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머리 숙였던 삼성, '코로나19' 이긴다

모든 자원 동원해 선제적 대응...연수원 치료 센터로 제공

디지털경제입력 :2020/03/02 17:00    수정: 2020/03/03 07:35

삼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사적인 자원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창 창궐하던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메르스 종식을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사실을 상기하며 그룹 차원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동참해 삼성식(式) '위기 헷징'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사진=삼성전자)

2일 삼성은 병상 부족으로 병원이 아닌 자가격리된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을 위해 경상북도 영덕군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 영덕연수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의 급속한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병상 부족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치료체계를 변경하기로 한 데 따른 지원 조치이다. 기존 모든 환자가 입원 치료 대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증보다 상태가 안 좋은 '중등도' 이상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는다. 경증환자는 지역에 설치 운영되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바로 이번에 재공하기로 한 영덕개발원이 경증환자들의 치료센터로 쓰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폭주하는 확진 환자들 중 중증과 경증을 나눠 효율적으로 치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중대본과 의료진들은 기대하고 있다.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의 피로도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만5천제곱미터 면적의 영덕연수원은 숙소 300실과 식당 22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앞서 삼성은 지난달 13일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협력사에 지급하고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꽃소비 늘리기' 지침을 시행한 바 있다. 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을 위해 1조 규모의 펀드 조성과 물품 대금 1조 6천억원 등 긴급 자금 2조 6천억원을 긴급 투입한 바 있다.

삼성이 이처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전사적으로 나선 것은 과거 '메르스' 당시 얻었던 경험 효과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머리 숙여 사죄한 바 있다. 삼성병원의 초기 관리소홀로 메르스 감염이 확산되자 이 부회장은 '참담한 심정', '책임 통감' 등을 언급하며 유족과 환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그해 10월 29일 첫 확진판정 이후 163일 만에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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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지난달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이번 (신종 코로나19)사태를 맞고 보니 좀 더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어깨가 무겁다. 지금부터라도 신속하게 극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과거 잘못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과거 메르스 사태 때를 교훈 삼아 모든 자원과 수단을 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 같다"며 "기업들이 상반기 사업 전략을 다시 수정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똘똘 뭉쳐 지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만큼 이 어려운 난국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