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성장산업으로 키워야...원천기술 개발도 필요"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 겸 서강대 교수 인터뷰

인터뷰입력 :2020/02/17 19:22

"정부가 (블록체인을) 산업으로 보고 키워야 합니다. 임팩트 있는 기술은 항상 초창기에 버블이 있기 마련입니다. 인터넷도 그랬습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빨리 법제도를 정비해 산업쪽으로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교수)는 최근 지디넷코리아와 정보통신평가기획원(IITP)이 공동으로 마련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2016년 10월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한 한국블록체인학회 2대 회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한마디로 하면 "신뢰를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고 설명한 박 회장은 "블록체인은 인공지능(AI)과 달리 세계가 동등하게 이제 시작단계다. 암호화나 플랫폼 간 상호 운용성 같은 원천 기술을 개발해 우리나라가 세계 블록체인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과 소프트웨어(SW) 전문가인 그는 제 2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2012.9~2014.11)을 맡아 우리 사회에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수용 서강대 교수. 2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을 지낸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블록체인학회를 소개해 달라

"2016년 11월 25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사단법인 허가는 2017년 6월 1일에 받았다. 올해가 설립 4년째다.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및 학문 연구가 학회 목표다. 3대 운영 목표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및 학문적 발전 초석, 블록체인 글로벌화 선도 싱크탱크, 창조적 블록체인 선도국가 실현 기여 등이다. 연구활동 외에 학술대회와 세미나, 튜토리얼 같은 학문 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에 기술자문도 하고 있다.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모이는 '블록체인 리더스포럼'이라는 월간 포럼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비트코인 등장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일약 주목을 받았다. 아직 블록체인 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설명해달라

"블록체인 강의를 하면 보통 1시간 30분 정도 한다. 기술적인 걸 떠나, 블록체인이 뭐냐고 물으면 한마디로 말한다. "신뢰를 만들어주는 기술"이라고 한다. 블록체인은 신뢰 기술이다. 역사를 보라. 믿을 수 없는게 얼마나 많나. 돈이 대표적이다. 신뢰가 없다보니 중앙에 기관을 두고 거래를 해왔다. 이게 은행이다. 서로 믿기 어려우니 가운데 은행을 두고 신뢰를 형성했다. 블록체인은 중앙에 기관이 없다. 상호간에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어떻게 만드나? 암호화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컴퓨터의 집단지성을 통해 신뢰를 형성한다. 원장(원본 장부, ledger)을 분산시키고, 분산된 원장을 독립된 컴퓨터들이 감시하고 합의함으로써 원장의 무결성을 보장한다. 원장이 절대로, 누구도, 위변조 할 수 없게 함으로써 신뢰를 형성하는 거다."

=학회장 선임 당시 블록체인 용어를 단일화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회가 기술 용어를 정리할 의도는 아니였다. 블록체인이 제일 먼저 적용된게 암호화폐다. 블록체인 하면 코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블록체인은 코인 외에 다른 적용 분야가 많다. 많은 사람이, 언론이, 암호화폐를 가상화폐라는 단어로 잘 못 쓰고 있다. 영어로 말하면 크립토 커런시(cryto currency)고, 이는 암호화폐로 부르는 게 맞다. 암호화폐 외에 가상 화폐, 디지털 화폐 등 여러 말이 사용되고 있어 용어 단일화를 말한 거 였다. 암호화폐 외에 디지털 자산이라는 말도 있다. 디지털 자산은 말 그대로 디지털이 자산이 되는 것으로, 암호화폐도 디지털 자산의 한 종류다."

=올해 블록체인 업계 이슈 중 하나가 분산ID(DID)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 받고 있다.

"DID는 글자 그대로 나의 아이덴티피케이션, 나의 증명을 중앙기관에서 하는게 아니라 분산해서 하는 거다. 주민증과 운전면허증을 예를 들어 보자. 두 증명서는 어떤(중앙) 기관이 해준다. 반면 DID는 인증 정보를 분산 원장, 즉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이를 통해 인증을 하는 거다. 분산해서 ID를 관리한다. 왜 이렇게 할까?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용은 위변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나의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게 DID다. 이게 상용화 되면 경찰 단속시 신분증 대신 내 정보가 입력된 스마트폰을 보여주면 된다. 내 ID 정보를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는 거다. 이 스마트폰은 블록체인 특성상 해킹이 어렵다. DID는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박수용 회장.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블록체인학회는 2016년 10월 창립됐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 중단기적으로 필요한 일은

"블록체인은 아직 초창기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우리 피부에 와닿는 응용서비스가 아직 없다. 이제 조금씩 시작하는 단계다. 정부가 블록체인 사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몇년전부터 이야기해왔다.

다행히 공감대를 얻어 재작년과 작년에 공공 분야에서 10개 안팎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올해도 10개 정도가 시행된다. 우정 서비스와 중고차 서비스, 기부 등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또 부산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됐다. 해산물 원산지를 증명하는 서비스와 전자적으로 편리하게 쓰는 디지털 코인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국민이 느끼고 체감하는 서비스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내가 요즘 눈여겨 보는 것은 대기업 움직임이다. 대기업들이 잇달아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중심이 됐고, 주로 중소기업이 참여했는데 지난해부터 대기업이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이 참여하면 생활속 블록체인 서비스가 앞당겨 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우리가 기술을 선도하려면 암호화 기술이나 플랫폼간 상호 운용성, 스마트컨트랙트 고도화 같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은 외국이 우리보다 오래전에 했다. 따라잡는 것이 만만치 않다. 블록체인은 다르다. 세계가 다같이 시작한지 얼마 안된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우리나라 블록체인 경쟁력을 평가해달라

"세계 시장이 크고 있고, 우리나라 시장도 클 것이다. 단지 정책에서 아쉬운 것은,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짐을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암호화폐 말고 다른 응용분야가 많이 있다. 정부가 긍정적으로 보고 시장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시각인데, 금융위 등은 여전히 네거티브(부정적)하다. 정부가 산업으로 보고 블록체인을 키워야 한다. 임팩트 있는 기술은 초창기에 항상 버블이 있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였다. 버블이 있다는 건 그만큼 임팩트가 있다는 방증이다. 빨리 법제도를 정비해 산업쪽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학에서 계속 블록체인 연구를 해왔다.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세계적으로 보면, 비트코인이 처음 나온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블록체인 플랫폼 처리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속도만 보면, 2008년 비트 코인 상장 당시 블록 형성 속도가 10분에 한 개 였다. 지금은 1초에 10만개나 된다. 속도 측면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거다. 사용 편리성도 크게 좋아졌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건, 블록체인과 다른 기술간 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기술 자체만 발전했다. IoT와 임베디드 환경과 어떻게 접목할 지, 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어떻게 융합할 지 등을 연구해야 한다. 작년에 우리 학회와 인공지능학회가 융합컨퍼런스를 개최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융합 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사람이 경쟁력이다. 서강대는 블록체인 인력 양성 사업(ITRC)을 하고 있는데

. "우리 학교만 보면, 연구실에 학생 52명이 참여하고 있다. 매년 졸업생도 배출한다. 대학 연구 사업인 ITRC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대학은 서강대와 중앙대, 포항공대 등 3곳이다. 서강대는 처음으로 블록체인 석사과정도 만들었다. 직장인 야간 프로그램이다. 매년 40명이 입학한다. 올해 첫 졸업생이 나온다. 우리 대학 이후 다른 대학 3~4곳에도 블록체인 석사 과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편이다. AI 대학원 처럼 블록체인 대학원도 2~3곳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한가지, 기술 말고 블록체인 기획 인력도 필요하다. 기술과 기획, 투 트랙으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기술 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만드는 기획 인력도 중요하다. 학부에서는 블록체인을 한 과목 정도 의무적으로 가르쳤으면 좋겠다."

=2대 정보통신진흥원(NIPA) 원장을 지냈다.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평생 해온게 소프트웨어(SW)다. 박사도 SW공학으로 받았다. 나이파(NIPA)에 간 것도 SW 때문이다. SW산업을 일으키는게 내 미션이였다. 나름 이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SW중심사회라는 키워드를 만들어 냈고, 교육부와 많은 실랑이 끝에 초중고 SW 교육 의무화를 이끌어 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SW 행사도 열었다. SW라는 단일 아이템으로 대통령 행사를 연건 이전엔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당시 에피소드도 있었다. 대통령 행사 일주일전에 갑자기 담당 장관이 바뀌었다. 새 장관에게 보고하려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파 원장으로 있으면서 SW 중요성을 알리고 산업의 틀을 잡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부분에도 기여했다. 나이파에 처음으로 글로벌 사업단을 만들었다."

관련기사

=한국은 현재 ICT 산업 성장이 둔화세다. 극복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정보통신 산업 자체가 국가의 큰 축인데, IT산업은 여전히 하드웨어와 통신 비중이 높다. 하지만 부가가치는 SW에 있다. 예전에 나이파 원장으로 있을때도 SW를 강조했는데, SW는 여전히 산업적으로는 크지 못하고 있다. SW산업을 더 키워야 한다. 또, 산업이 활짝 꽃 피울려면 규제를 없애야 한다. 규제가 여전히 많다. 블록체인 규제도 마찬가지다. 데이터3법이 통과 됐지만 아직 멀었다. ICT산업만큼은 규제를 깜짝 놀랄만큼 혁파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은 하는데 우리는 못하는게 너무 많다. 규제를 혁파하는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수용 회장은 정부가 규제 혁파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