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다 지키면 CCTV·드론 못 쓴다"

박광배 변호사, 국회 계류 중인 '개인영상정보보호법' 통과 촉구

컴퓨팅입력 :2019/12/10 16:24    수정: 2019/12/10 16:25

"구글 글래스, 드론 등 이동형 영상 촬영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기들로 영상을 촬영할 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개인정보 수집 사전 동의를 받고, 또 민원이 들어오면 특정 정보 주체의 영상정보를 매번 걸러내도록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만으로는 CCTV, 네트워크카메라 등 개인 영상정보를 규제하기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10일 국회에서 'CCTV의 통합 관제센터와 영상정보처리에 관한 실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박광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영상정보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정보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운영에 관한 독자 규정을 덧댄 방식으로 영상정보를 다룬다. 그런데 특례 규정이 충분치 않아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광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박광배 변호사는 "현행법은 문자 정보를 기준으로 보고 정보 수집, 정보 국외 이전 등에 대해 사전 동의를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영상정보는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며 "현행법을 완벽히 적용한다면 스마트폰 카메라도 없애야 하는 건데 이게 타당한가"라고 말했다.

여러 정보 주체가 한 화면에 담겨 있는 영상정보의 경우, 특정 정보 주체가 처리 정지권, 삭제권 등을 행사하고자 하면 현실적으로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증거 보전 등의 목적으로 영상 정보를 보존해달라는 정보 주체의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며 "정보 삭제를 요구하는 개인의 영상만 비식별 처리한다 해도 영상 정보의 일부는 훼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블랙박스, 드론, 스마트폰 등 '이동형 영상촬영기기'에 법률 공백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 박 변호사는 개인영상정보 법제 개선 방안으로 ▲개인영상정보·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한 정의 신설 ▲영상촬영기기의 특성 반영 ▲통합관제시설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제안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17년 12월 제출한 '개인영상정보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 포함돼 있는 내용들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요건으로 '일정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설치'를 언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량용 블랙박스, 드론, 스마트폰 등 상용화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다루는 법률이 공백 상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차원이다.

박 변호사는 이동형 영상촬영기기에 대한 수요, 활용이 증가하는 상황을 반영해 촬영이 가능한 조건을 고정형 기기보다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단 영상정보가 수집되는 것을 정보 주체가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촬영사실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법제화돼야 한다고 봤다.

■ "CCTV관제센터 파견경찰, 현행법상 '개인정보처리자' 권한 없어"

통합 관제 시설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요구는 박 변호사와 함께 발제자를 맡은 최미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의 발표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

최미경 입법조사관은 이날 전국 통합관제센터 17개소를 현장 방문하고, 162개소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한 내용을 공유했다. 최 조사관은 CCTV 통합관제센터가 전국 단위로 확산돼 있지만, 법제 측면에서 해소되지 않은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최미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 수집, 이용을 규제하는 15조와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운영을 제한하는 25조를 통해 CCTV 설치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제3의 기관이 여러 CCTV에서 촬영된 영상을 통합 관제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해석이 갈릴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운영 측면에서도 위법 요소가 있다. 최 조사관은 "평균 4~5명의 파견경찰이 CCTV 관제를 지휘, 감독하고 있는데, 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처리자 권한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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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관제센터들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영상정보를 경찰 등 제3자에게 제공한다는 것도 문제삼았다. 조사 결과 수사 등의 목적으로 경찰이 영상정보를 공문으로 요청하면, 센터 대다수가 요청받은 내용대로 영상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 제3자에게 영상정보가 전달될 때에는 열람 기간 설정, 비밀번호 설정, 전용 재생 프로그램 설정 등 보안 조치도 없이 각서만 받고 영상이 제공되는 경우가 파다했다.

최 입법조사관은 "CCTV 영상정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개인영상정보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해당 법률안들이 신속히 처리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