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알뜰폰 시장...1위는 팔고 은행은 들어오고

CJ헬로 매각 절차 진행…KB국민 이어 하나은행·CMB 준비 중

방송/통신입력 :2019/12/03 08:02    수정: 2019/12/04 08:40

알뜰폰 시장이 요지경 속이다.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는 매각이 이뤄지는 가운데, 다른 편에서는 KB국민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과 CMB가 알뜰폰 사업을 위한 준비 중에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 규제 샌드박스로 단독 브랜드로 알뜰폰 서비스에 나선 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은 SK텔링크와 함께 금융·통신 융합상품으로 이달 중순 알뜰폰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며 5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중 하나인 CMB도 내년 알뜰폰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사업자와 타깃층이 같은 저가형 상품인 보편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 가입자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고, 1위 사업자마저 매각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하나은행이 내놓을 알뜰폰 서비스는 국민은행과 같이 금융 실적에 따라 할인율이 정해진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유사하지만, 독자 브랜드가 아닌 SK텔링크와 융합 상품으로 출시하면서 조건을 확 낮췄다는 점이 다르다.

일례로, 국민은행 ‘리브엠(Liiv M)’ 상품은 신용카드 사용실적으로 최대치인 월 1만5천원의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100만원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대출 이율을 낮추거나 포인트 결재 상환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카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반면, 하나은행 상품은 이를 현실화했다는 점이 다르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직접 요금제를 설계한 국민은행과 달리 하나은행은 금융 결합요금제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통신사에서 하는 신용카드 연계 할인도 통상 30만원 정도인데 수준을 낮춰서 보다 현실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O 1위 사업자이자 알뜰폰 1위인 CJ헬로가 이동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에 매각을 하는 것과 반대로 CMB는 내년 상반기 진출을 목표로 알뜰폰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CMB가 연내 출시할 계획을 세웠으나 다른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미뤄지게 됐다”며 “향후 출시를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알뜰폰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업자들은 알뜰폰을 이동통신사업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력 상품의 보조재 정도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CJ헬로는 비록 이통사에 망을 빌려 사업을 해온 MVNO(가상이동망사업자)였지만 실질적으로 이통사와 경쟁관계에 있었다는 점, 소매가와 도매대가 사이의 마진율과 선불폰 판매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과 비즈니스 접근 자체가 달랐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나선 것은 가입자 확보를 마케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400만명을 넘어선 5G의 경우 이통사들이 각각 100만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최소 수천억원의 마케팅비를 쏟아 부었다”며 “CJ헬로의 케이블TV가입자에 알뜰폰 70만 가입자까지 인수하는데 든 비용을 이와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향후 방송통신시장이 LG유플러스의 CJ헬로,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으로 통신사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알뜰폰 역시 통신사의 자회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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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부 역시 퍼주기 식의 알뜰폰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고 있어 알뜰폰 시장의 구조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알뜰폰의 제1의 목표는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것이고 중소 알뜰폰을 지원하는 문제는 그 다음 이슈”라면서 “알뜰폰이 전파사용료 면제나 도매대가 인하로 연명해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