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號 쇄신 인사...'젊은 LG'로 미래 준비

'세탁기 박사' LG전자 조성진 부회장 용퇴 '세대교체'

디지털경제입력 :2019/11/28 19:45    수정: 2019/11/29 07:31

취임 2년차를 맞은 구광모 회장 체제의 LG가 28일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인적 쇄신을 통한 미래 준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40대 젊은 인재를 신임 임원으로 과감히 발탁하고 최고경영진(CEO)은 60대에서 50대 초중반으로 물갈이됐다. 외부 수혈을 통한 전문가 영입도 지속했다. '젊은 LG', '혁신 LG'로 가기 위한 구 회장의 용단으로 풀이된다.

■ '세탁기 박사' LG전자 조성진 부회장 용퇴 '세대교체'

무엇보다 올해 인사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핵심계열사인 LG전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성진 대표이사 부회장의 퇴진이다. 조 부회장의 교체는 이번 인사가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인지 반증한다. LG전자 가전 성공 신화의 상징인 조 부회장은 1976년 용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금성사 전기설계실에 입사한 이후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사진=LG전자)

조 부회장은 지금이 LG전자가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디지털전환을 위해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 판단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전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춘 젊은 후배들의 새로운 리더십이 LG전자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췄다. 재무통으로 'LG의 살림꾼'으로 불리던 정도현 LG전자 대표도 퇴임한다. 조 부회장 후임에는 회사내 전략가로 통하는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이 새 사령탑에 선임됐다. 권 사장은 직전까지 휴대폰과 TV 사업을 모두 관장하면서 모바일과 디지털 진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 권 사장으로서는 부진에 빠진 휴대폰과 본궤도에 올라야 하는 올레드(OELD) 사업을 잘 꾸려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조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2018년 6월 구 회장 취임 당시 회사를 이끌던 부회장 6명 중 3명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명은 계열사 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모두가 선대 故 구본무 회장과 함께 '글로벌 LG'를 일군 시대의 일꾼들이었지만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기로에 서 있는 뉴 LG의 시대적 요구에 모두 용퇴수순을 밟게 됐다. ㈜LG 권영수 부회장,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2020년 '젊은 LG' 통해 미래 준비 가속화

그룹 전체적으로 사장 승진자 1명, 부사장 및 전무 승진자 58명 등 승진규모는 165명으로 지난해 185명보다 다소 줄었다. 그러나 신규 임원을 106명을 발탁하면서 2년 연속 100명을 넘었다.

신규로 선임된 CEO는 권봉석(63년생) LG전자 사장, 강계웅(63년생) LG하우시스 대표이사 부사장 등 2명이다. 사업본부장급 인사는 박형세(66년생) LG전자 HE사업본부장 부사장, 이연모(62년생) LG전자 MC사업본부장 부사장, 이상규(61년생)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부사장, 노국래(64년생)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부사장 등 6명이다.

LG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

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는 LG유플러스 황현식(62년생) 부사장이다. 황사장은 1999년에 LG텔레콤으로 입사해 강남사업부장, 영업전략실장, ㈜LG 경영관리팀장 등을 거쳐 2016년부터 LG유플러스 퍼스널 솔루션부문장을 맡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고, 5G, 유무선 서비스 결합 상황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발굴하여 제공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이다.

LG는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을 106명 선임했다. 작년 134명에 이어 올해도 100명 넘게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이 중 45세 이하는 2년 연속 21명으로, 최연소인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을 맡은 심미진 상무(85년생)는 34세, 오휘마케팅부문장 임이란 상무(81년생)는 38세, LG전자 시그니처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 김수연 수석전문위원(80년생)은 39세이다. LG는 여성 임원을 작년 7명을 신규 선임한 데 이어, 올해는 전무 3명 승진, 신규 임원 선임 8명 등 여성 임원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전체 여성 임원은 올해 37명으로 증가했다.

LG 측은 "사업리더에 젊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루어 내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지주사인 ㈜LG 인사팀장에는 LG CNS 김흥식 CHO(최고인사책임자·전무)가 자리를 옮겨 맡았다. 기존 이명관 인사팀장(부사장)은 LG경영개발원의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밖에 ㈜LG에서는 이재웅 법무·준법지원팀장, 정연채 전자팀장, 하범종 재경팀장 등이 부사장으로, 강창범 화학팀장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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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외부 인재 영입도 지속됐다. LG생활건강 뉴에이본(New AVON) 법인장(부사장)으로 한국코카콜라 이창엽 대표를, LG CNS 커스터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 사업부장(부사장)으로 한국 델 이엠씨 컨설팅서비스 김은생 총괄을 영입하는 등 총 14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LG그룹 측은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관성에서 벗어나서, 불확실성이 높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변화를 꿰뚫어보며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발굴해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전략 및 고객 접점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새로운 경영진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