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PC 내주고 완제PC 시장 지킨 인텔

[이슈진단+]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 1년-하(下)

홈&모바일입력 :2019/11/28 11:23    수정: 2019/11/28 11:24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1년여가 됐다. 그동안 세계 PC 제조사는 물론 서버 제조사까지 인텔 프로세서에 의존하는 모든 기업들이 제품 출시 지연 등 어려움을 겪었다. 수급난 이후 동향과 파장 등을 상·중·하 편으로 나눠 살펴 본다. [편집자주]

AMD는 올해 조립PC 시장에서 처음으로 50%대 점유율을 넘어섰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계속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것은 AMD다. AMD는 최근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앞세워 조립PC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부 조달PC 시장에서도 납품에 성공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AMD가 국내 시장에서 거둔 것 중 가장 큰 성과다. 그러나 IDC가 공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가장 큰 규모의 완제PC 시장에서는 여전히 인텔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 조립PC 시장에서 50% 넘어선 AMD

28일 시장조사업체 다나와리서치와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국내 조립 PC 시장에서 AMD 라이젠 프로세서의 점유율은 5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미 예년의 두 배 수준은 무난히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AMD는 지난 7월 출시한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월간 16만 대, 연간 200만 대 내외인 국내 조립PC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올 한해 조립PC 시장에서 AMD 프로세서 탑재 PC의 판매량은 약 90만 대 내외로 보인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AMD가 국내 시장에서 거둔 것 중 가장 큰 성과다.

한 대형 유통 업체 관계자는 "지난 해 하반기 9세대 코어 프로세서 출시 이후 10세대 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인텔에 비해 AMD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가 출시된 것은 올해 7월이다. 또 여전히 14nm(나노미터) 공정에 머무른 인텔과 달리 7nm를 내세운 AMD의 전략도 먹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초 출시된 AMD 라이젠 5 3600 프로세서가 인텔 9세대 코어 i5-9600K와 게임 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일반 업무용 PC를 조립하려는 소비자들은 전세대 제품인 라이젠 5 2600 프로세서나 그래픽칩셋을 내장한 라이젠 5 2400G 프로세서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 AMD, 국내 조달 시장서도 일부 물량 확보

그동안 인텔 프로세서가 우위를 차지했던 국내 조달PC 시장에서도 AMD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

올해 진행된 조달PC 사업에서 전라북도교육청 1천200대, 경기도교육청 1천대, 육군본부 PC 교체사업 3만 5천대 등 약 4만 대 가량의 PC에 AMD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연간 50만 대 내외인 국내 조달PC 시장에서 약 8%를 확보한 셈이다.

AMD 보급형 데스크톱 프로세서, 애슬론 220GE. (사진=AMD)

국외 조달 사업에 AMD 프로세서가 쓰인 사례도 있다. 주연테크는 지난 6월 말 KT와 우즈베키스탄 2차 교육정보화사업에 대한 180억 규모 PC공급계약을 체결하고 4만 5천여 대 규모 교육용 PC에 전량 AMD 애슬론 프로세서를 탑재할 예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조달 발주를 내는 주요 관공서 담당자들이 핵심 업무에 활용되는 PC에 여전히 인텔 프로세서를 선호하고 있지만 교육용 등 용도에는 AMD 프로세서가 제한적으로 탑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MD는 과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판단 아래 총판 등을 통해 강력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여론전이 과열된 나머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AMD 프로세서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한 업체 핵심 관계자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AMD 프로세서의 호환성을 지적한 기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구설수에 올랐다.

■ 완제PC 시장은 여전히 인텔 압도적 우위

반면 데스크톱·노트북 등 완제PC 시장에서 AMD의 점유율은 10% 미만이다.

올 1-3분기 국내 완제 PC 시장 프로세서 점유율. (자료=IDC)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출하된 PC는 총 424만 여대다. 이 중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데스크톱 PC는 10만 7천여 대인 반면 인텔 프로세서 탑재 PC는 177만 4천여 대다. AMD PC의 점유율은 7%에 못 미친다.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IDC가 집계한 국내 PC 시장 프로세서 점유율을 보면 인텔 프로세서 탑재 제품은 1분기 97%, 2분기 95%, 3분기 92%다. 특히 노트북 시장에서는 1분기 인텔 99%, AMD 1%에서 2분기 인텔 95%, AMD 5%, 3분기 인텔 91%, AMD 9% 등으로 여전히 인텔의 우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대형 오픈마켓 관계자는 "3분기 들어 LG전자가 AMD 2세대 라이젠 탑재 노트북을 출시했고 총판 업체들이 이를 저가에 공급하며 AMD 노트북의 점유율이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텔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완제PC 시장에서 AMD 프로세서 탑재 제품은 가격 대비 성능이 중요한 저가·보급형 제품에 편중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 신제품 중 일부에 AMD 프로세서를 탑재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서피스 제품군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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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아테나 프로젝트 인증 신제품을 이르면 12월 초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반면 인텔은 노트북 배터리 이용시간과 반응 속도 향상 등을 내세운 아테나 프로젝트를 앞세우는 한편 10nm 공정의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아이스레이크) 공급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아테나 프로젝트 인증 노트북을 이르면 12월 초부터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연말연시에 몰리는 노트북 교체 수요를 감안하면 완제PC, 특히 노트북 시장에서 인텔의 우위에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