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우울증도 치료하는 시대 왔다

[ATS 2019] 김진우 하이(HAII) 대표

컴퓨팅입력 :2019/11/14 16:27

"요즘 제약업계에서는 까다롭고 험난한 정신질환약 개발 과정을 극복해주는 '대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가 바로 그 대안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치매, 우울증, 불안장애 등 특정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합니다. 제약업계에 IT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 플랫폼을 만드는 업체인 하이(HAII)의 김진우 대표는 14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테크서밋(ATS) 2019'에서 포화상태인 IT업계의 새로운 기회이자 출로(出路)로써 디지털 치료제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

의약품은 인허가 과정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특히 정신건강과 관련한 신약 개발에는 통상 10~15년이 소요된다. 평균 1조5천억원~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후에도 인허가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어렵게 인허가를 받아도 편견 때문에 정신질환 치료를 꺼리는 일반인들도 많아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약도 부지기수다.

김진우 하이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김 대표는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약의 부작용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대두됐다"며 "특히 병원에 가지 않고도, 약물 없이도 소프트웨어만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시장에서 재빨리 앞서나가는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올해 1월 신약 개발 과정에 드는 재원과 시간을 대폭 줄이는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치료제를 개발하면, 일반 약물과 같이 정식 인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일반 약처럼 처방도 가능하다.

업계는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만으로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SaM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aMD는 임상 사례를 토대로 개별 환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비약물' 치료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우울증·불안장애 환자에게는 편한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해 질환을 관리하고 하루빨리 약을 끊을 수 있게 도와준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에게는 간단한 테스트를 반복해 뇌질환을 고치는 데 도움을 준다.

얼핏 보면 단순한 메신저와 비슷해보이지만, 기저에는 복잡한 AI 엔진이 끊임없이 구동된다. '대화형 에이전트(챗봇)'는 물론, 자신이 생각하는 목소리와 비슷하게 만들어 주는 '음색 조절(Voice Equalization)', '스크립트 자동 생성', '음성 합성' 엔진 등이 활용된다.

김진우 하이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사업의 성과 규모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시가 6천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올라선 미국 SaMD 개발업체 '페어(PEAR)'가 좋은 예다. 이 업체는 글로벌 최초로 개발한 'SW-Only(소프트웨어로만 치료) 치료제'가 최근 미국 식약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이는 과거 약물을 중심으로 해왔던 신약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자, 지금 큰 움직임이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을 보여준다"며 "디지털 치료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것이냐', '어떻게 관찰과 분석(모니터링)하느냐'인데 이는 이 분야의 전문가인 IT 종사자들에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글로벌 제약·보험업계가 IT업체들과 함께 SaMD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분야라든지, 치료제가 있어도 제대로 잘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 분야 등을 대상으로 치료제 개발을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김 대표는 내년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6년 개발되기 시작한 디지털 치료제가 4년 뒤인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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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 정부 기관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기업 양성을 준비 중"이라며 "병원과 제약회사, 의료기관이 합쳐 범부처적으로 디지털치료제 산업 육성 움직임도 강력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아직 디지털 치료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인데, IT업종 종사자에게는 의료가 너무 먼 분야였고, 이는 의료도 마찬가지였다"며 "하나의 산업이 살려면 적어도 그 안에 50개 이상의 큰 플레이어(Player)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치료제 시장을 보고, 개발 쪽을 생각하는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내년과 내후년 시장이 크게 형성될 때 우리나라가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