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TV 시대 왔다'...삼성-LG 주도권 다툼 격화

[이슈진단+] 삼성-LG 차세대 TV 전쟁

홈&모바일입력 :2019/11/13 09:45    수정: 2019/11/13 14:01

세계 양대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TV 시장을 놓고 경쟁이 한창이다. 8K TV 시장을 두고 벌어진 팽팽한 기 싸움이 ‘삼성전자 QLED·LG전자 OLED TV’ 구도로 확전된 것이다. 두 회사의 TV 공방을 정리해 봤다.

■ 8K TV 시대 개막…삼성·LG 주도권 다툼 격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8K TV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이와 함께 TV 제조사들의 시장 선점 경쟁도 본격화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도권 다툼이 격화됐다.

8K TV 시장 선두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과 유럽, 미국, 러시아에 ‘QLED 8K’를 먼저 도입했다. 최근엔 본격적인 8K TV 대중화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8K 콘텐츠·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모인 민간협력기구인 8K 협회를 주도하고 있다.

'8K 협회' 웹사이트 갈무리

LG전자는 8K TV 고품질 비교 마케팅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현장에서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LG전자는 TV 디스플레이 해상도 기준으로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표준을 내세우며 삼성전자 2019년형 QLED TV가 8K TV 해상도 기준에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ICDM은 TV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픽셀 수와 함께 화질 선명도(CM) 값도 측정 기준으로 삼는다. ICDM은 선명도 충족 기준으로 50%를 제시한다. 화질선명도가 50%는 넘어야 사람이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인접한 화소들을 구분할 수 있다는 기준에서다. LG전자는 자사 제품 CM 값은 90%, 삼성전자는 12%로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이에 삼성 측도 발끈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오후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8K TV의 화질은 화소수 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 8K 화질 논란에서 ‘QLED 대 OLED’ 구도로

8K 화질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TV 전쟁은 ‘QLED 대 OLED’로 구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 TV의 번인 문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 LCD 패널을 각각 정조준해 TV·유튜브 광고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LG전자 유튜브 채널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알기 - Q&A’편 화면 캡쳐
[QLED] TV 번인이란? 화면 캡쳐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채널)

아울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대 TV 제품을 놓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 '근거 없는 비방' 등을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제소까지 간 상황이다.

지난 9월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삼성 QLED TV’ 광고에 대해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허위과장 표시광고’라는 내용을 담은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자사의 QLED TV와 8K 기술 등 TV 사업 전반에 대해 LG전자가 비방을 지속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냈다.

■ 삼성과 LG, TV 전쟁 치르는 까닭은

상대 제품에 대한 폄하와 비방전에 이어 ‘허위 과장 광고’, ‘위법행위’라 주장하며 공정위에 제소한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처럼 TV를 두고 극렬하게 공방전을 벌이는 것은 정체 국면에 진입한 글로벌 TV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TV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TV 시장이 금액 기준 지난해 대비 8% 줄어든 1062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매량은 약 2억2천35만대로 전년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중국 TV 업체들은 저가·물량 공세를 앞세워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TCL은 올해 1분기 북미 TV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112%의 성장세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TCL은 TV 출하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다만 전 세계 TV 출하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초대형 TV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다. 60인치 이상 대형 TV의 판매 비중은 2016년 5.2%에서 2017년 6.8%, 2018년 8.6%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화질·대형화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꾀하는 까닭이다.

■ 삼성 QLED TV,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벌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7년부터 QLED TV와 OLED TV의 판매량, 판매금액 등을 놓고 오랜 시간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성적은 삼성 QLED TV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IHS마킷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QLED TV 판매량은 268만7천700대, OLED TV 판매량은 251만4천200대다. 지난해 4분기엔 QLED TV 판매량이 110만4천대로, OLED TV 판매량 89만5천대보다 21만대 많았다.

QLED TV의 견조한 실적은 올해도 이어지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QLED TV 판매량은 91만 2천대로, 지난해 1분기의 36만7천대에서 약 2.5배 성장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89만6천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동기 33만7천대 대비 3배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OLED TV는 올해 1분기 판매량이 61만1천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7만대가 판매됐다.

자료=IHS마킷

특히, QLED TV는 금액 기준으로도 OLED TV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QLED TV는 약 43억달러 어치가 판매됐으며, OLED TV는 26억달러 수준이었다.

■ 차세대 TV 전쟁, 누가 승자

전망은 나뉜다. 삼성전자가 QLED TV 판매량을 더 확대해 양측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는 분석과 OLED TV가 생산량 증가를 통해 향후 프리미엄 TV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예측으로 갈린다.

IHS마킷은 글로벌 TV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QLED TV 판매 대수는 545만1천대, OLED TV는 300만대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각각 269만2천대, 251만4천대로 근소하게 QLED TV가 앞섰으나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QLED TV 우위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TV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QLED TV 입지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QLED TV와 OLED TV의 판매 대수 격차는 2021년 300만대 수준으로 최고치에 달한 뒤 2023년 약 140만대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생산능력에 따라 OLED TV 점유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OLED TV 판매량은 생산량과 같기 때문이다. 만들어내는 만큼 팔렸다. 아울러 생산능력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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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이정석 상무는 “중요한 것은 생산능력으로 2021년 LG디스플레이가 파주에서 10.5세대를 돌리기 때문에 올레드 TV 점유율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로모니터 강정현 선임 연구원은 "일반 소비자에게 고가 전자제품으로 여겨지던 OLED TV는 향후 생산량 증가에 따라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허들이 낮아지면서 시장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