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걷어낸 AI, 인간의 삶 윤택하게 만든다

의료·법률 분야 등 눈부신 발전…ATS2019서 소개

컴퓨팅입력 :2019/11/07 14:50    수정: 2019/11/07 23: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의미 있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컴퓨터 이론, 기계 지능, 자연어 처리 등 당시로선 최첨단 분야를 다룬 대회였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수학자 존 매카시를 비롯해 마빈 민스키, 허버트 사이먼 등 쟁쟁한 석학들이 함께 했다.

하지만 이 대회가 널리 기억되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사상 최초로 ‘인공지능’이란 말을 사용한 것. 기계에 인간적인 분위기를 덧입힌 이 선택은 이후 기술 발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인공'이 덧붙은 명칭 영향이 컸다.

공포 분위기에 불을 지핀 건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유래된 상상력이었다. ‘터미네이터’나 ‘블레이드 러너’처럼 ‘인간을 지배 하는 기계들의 반란’이란 모티브를 담은 영화들이 대중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 때문이다.

1956년 다트머스 회의를 조직했던 수학자 존 매카시. (사진=위키피디아)

‘AI에 대한 공포’가 다른 기술보다 유독 심한 것은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AI 공포론’의 함정은 또 있다. AI가 모든 걸 해결하는 만물박사란 오해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편적인 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AI는 찾기 힘들다.

■ 의료·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 선도

그렇다면 AI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지디넷코리아 주최로 오는 14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ATS 2019’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행사다. 올해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후원을 맡았다. (☞ ATS2019 바로가기)

올해로 3회째인 ATS는 AI에 초점을 맞춘 행사다. 그 동안 ’AI가 열어가는 비즈니스의 미래’(1회)와 ‘AI, 이젠 플랫폼이다’(2회)를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강연을 제공했다.

올해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삶을 바꾼다’로 잡았다. 잘 아는대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AI를 지탱하는 양대 젖줄이다. 따라서 이 주제는 ‘AI가 인간의 삶을 바꾼다’로 바꿔 읽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알파고 쇼크’를 떠올려보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2016년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 바둑계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한 프로바둑 기사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하지만 이후 상황은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바둑계는 ‘알파고 쇼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오히려 프로 기사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덕분에 알파고 이후 바둑의 수가 훨씬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둑 못지 않게 ‘인간만의 영역’으로 인식됐던 곳이 의료와 법률 분야다. 두 분야는 인간의 목숨(의료)과 사회 질서(법률)를 지탱하는 만큼 새로운 기술 수용에 대해 굉장히 신중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료와 법률 분야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법률 분야에선 알파고의 해인 2016년에 인공지능 판사가 등장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첫 등장한 인공지능 판사는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 결과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알고리즘이었다. 당시 인공지능 판사는 재판 결과를 80% 가까이 적중시키면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인텔리콘 메타연구소의 임영익 대표는 최근 출간한 ‘프레디쿠스’를 통해 “인공지능은 예측지능의 모습으로 꽃을 피울 것이다”고 주장한다. 프레디쿠스는 자연적 예측지능과 인공적 예측 지능을 동시에 상징하는 단어다.

임영익 대표는 ATS 2019에서 ‘인공지능 판사와 프레디쿠스’란 제목으로 강연을 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법률 인공지능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임 대표의 이 강연은 AI가 인간 삶의 핵심 축인 법률 분야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사회적 가치와 복지에도 AI는 중요한 역할

의료 분야에서도 AI는 놀라운 활약을 하고 있다. 흔히 의료 AI라고 하면 IBM 왓슨을 떠올린다. 1, 2회 ATS 때는 IBM 왓슨 담당자가 AI 비전을 풀어놨다.

올해는 국내 의료 AI 대표주자인 뷰노가 ATS 무대에 오른다. 김현준 뷰노 전략총괄 부사장은 ‘AI와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의료의 미래’란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뷰노는 국내 의료 AI 솔루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다.

연세대학교 HCI 랩을 이끌고 있는 김진우 교수 역시 의료 AI 쪽에선 선구적인 업적을 이뤄내고 있다. 하이(HAII)란 교내 벤처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 교수는 AI를 활용해 치매나 불안 장애를 해결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사진=이미지투데이)

법률과 의료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 있는 분야다. AI는 이제 이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인간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AI는 장애인이나 독거 노인 같은 사회 소외 계층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기업은 단연 더크림유니언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글래스로 시각 장애인의 도우미 역할을 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 마라토너로 유명한 한동호 씨는 오는 10일 아테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이 대회에서 한 씨는 스마트글래스의 도움만으로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

해마다 이맘 때면 채용 전쟁이 벌어진다. 기업이나 취업 준비생 모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때다. 특히 적게는 수 천 명, 많게는 수 만 명에 이르는 지원자 중에서 채용할 인재를 가려내는 작업은 기업들에겐 엄청난 일 거리다.

AI는 이런 쪽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시간과 인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최적의 인재를 뽑을 수 있다면 AI의 도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분야 국내 선두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가 ATS 기조연설을 통해 AI가 채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개할 계획이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중요한 것이 사회적 가치다. 최근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중요한 경영 지표로 강조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SK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AI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ATS 기조연설 무대에 오를 유웅환 SK텔레콤 SV이노베이션센터장은 바로 그 얘기를 해 줄 예정이다.

■ 인간의 얼굴을 한 AI는 어떤 모습일까

B2B 분야에서도 AI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얘기라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AWS, 한국오라클 같은 기업들이 누구보다 할 얘기가 많다.

특히 샤오우엔 혼 MS리서치 아시아 소장은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주제로 풍성한 얘기를 풀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빙(Bing) 검색엔진 개발을 주도했던 혼 소장은 AI와 HI(인간지능)이 협업하는 미래 모습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져올 기회와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계획이다.

앨런 튜링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유명한 앨런 튜링은 AI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튜링 게임’을 통해 인간을 닮은 컴퓨터에 대한 꿈과 열망을 그러냈다.

튜링이 죽은 뒤 2년 뒤 다트머스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선 사람처럼 똑똑한 컴퓨터에 인공지능(AI)이란 그럴듯한 명칭을 부여했다.

관련기사

이런 명칭 때문에 AI는 한 때 ‘지나친 걱정’이나 ‘지나친 기대’란 극단적인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AI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마이다스의 손’도 아니다.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주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주는 멋진 벗이다.

14일 열릴 ‘ATS 2019’는 그 벗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악마도 천사도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AI의 풍성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ATS2019 사전등록 바로가기)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