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왜 TV 두고 싸울까

싸움 피하던 삼성전자 맞대응…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 다툼

홈&모바일입력 :2019/10/23 15:38    수정: 2019/10/23 18:04

삼성과 LG전자 사이 벌어지고 있는 TV 전쟁이 확대일로다. 기업 간 기술과 마케팅 경쟁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상대 제품에 대한 폄하와 비방전에 이어 ‘허위 과장 광고’, ‘위법행위’라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측 모두 이번 TV 전쟁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가겠다는 기세다.

■ 삼성전자 공정위 맞제소로 양사 공격 수위 높아져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자사의 QLED TV와 8K 기술 등 TV 사업 전반에 대해 LG전자가 비방을 지속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광고 영상 등을 통해 객관적인 근거 없이 QLED TV에 대해 "블랙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컬러는 과장될 수 있다"고 근거 없는 비방을 했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가 보기에 삼성전자에 대한 '영어 욕설'로 인식될 수 있는 장면을 사용했다는 게 삼성 측 신고 사유다.

LG전자 올레드 TV 광고 주요 장면 이미지 (사진=LG전자)

LG전자의 공정위 신고에도 침착하게 대응했던 삼성전자가 맞제소를 하게 되면서 향후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양사 간의 TV 전쟁이 법적 다툼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TV 전쟁은 LG전자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현장에서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한 차례 더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LG전자는 TV 디스플레이 해상도 기준으로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표준을 내세우며 삼성전자 2019년형 QLED TV가 8K TV 해상도 기준에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ICDM은 TV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픽셀 수와 함께 화질 선명도(CM, Contrast Modulation) 값도 측정 기준으로 삼는다. ICDM은 선명도 충족 기준으로 50%를 제시한다. 화질선명도가 50%는 넘어야 사람이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인접한 화소들을 구분할 수 있다는 기준에서다. LG전자는 자사 화질선명도 값은 90%, 삼성전자는 12%로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이에 삼성 측도 발끈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오후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8K TV의 화질은 화소수 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 프리미엄 TV 주도권 잡아야 차세대 TV 시장서 승리

이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공방전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실상 정체 국면에 진입한 글로벌 TV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TV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TV 시장이 금액 기준 지난해 대비 8% 줄어든 1062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매량은 약 2억2천35만대로 전년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중국 TV 업체들은 저가·물량 공세를 앞세워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TCL은 올해 1분기 북미 TV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112%의 성장세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TCL은 TV 출하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화질·대형화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두 회사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대화면 8K TV를 간판 상품으로 내세운다. 통상적으로 가격이 300만원 이상인 TV를 프리미엄으로 분류하는 만큼 이 제품들은 이른바 초프리미엄 TV인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8K TV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과 유럽, 미국, 러시아에 ‘QLED 8K’를 먼저 도입했다. 최근엔 본격적인 8K TV 대중화에 화력을 집중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달 55인치 8K QLED TV를 공개하며 55·65·75·82·85·98인치의 QLED 8K TV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삼성전자의 8K QLED TV. 삼성디스플레이의 8K TV용 LCD 패널을 채용했다. (사진=SDC)

올 초 삼성전자 추종석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부사장은 “8K TV는 삼성이 가야 할 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추 부사장은 “시장의 트렌드는 무조건 초대형으로 간다”며 “초대형은 반드시 화질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대형과 8K는 같이 맞물려 돌아가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 세계 TV 출하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초대형 TV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60인치 이상 대형 TV의 판매 비중은 2016년 5.2%에서 2017년 6.8%, 2018년 8.6%로 증가했다.

■ 삼성·LG TV 전쟁, 장기전 양상

업계에서는 양사의 TV 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양사의 TV 공방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공정위 결과가 올해를 넘겨 내년에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삼성과 LG의 TV 공방전이 삼성전자의 2019년형 8K QLED TV CM 값으로 촉발됐다는 점에서도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2020년형 8K QLED TV가 나오기 전까지는 화질 관련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삼성전자 신모델의 CM 값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처한 여러 상황 탓에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대형 TV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QLED TV 입지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QLED TV는 경쟁 제품인 OLED TV와 비교해 제작 비용이 낮아 대형화를 통한 수익 확보에 유리하다. OLED는 대형으로 만들기엔 아직 수율이나 수익성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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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OLED, QD 디스플레이,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TV 시장 경쟁과 기술의 로드맵상 두 회사의 싸움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거의 유일하게 빠르게 성장하는 TV 디스플레이 부문이 프리미엄 시장이다”며 “향후 주도권 경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TV 경쟁 구도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공급 업체 흥망까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