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희망고문 믿었던 3천만 회원 배신할까?

[백기자의 e知톡] 사이트 먹통에 이용자 발 동동

인터넷입력 :2019/10/11 19:00    수정: 2019/10/11 19:12

헛된 희망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며 싸이월드 부활을 기대했던 이용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의 추억과 청춘의 기록들이 빼곡히 담겨있는 싸이월드가 며칠 전부터 접속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웹과 앱 모두 먹통인 상태입니다. 이대로 문을 닫는 것일까요. 서비스 장애나 종료 안내가 없었던 터라 이용자들의 불안은 더 커져가는 분위기입니다.

싸이월드는 1999년 만들어진 이후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 인수됐지만, 2009년 말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용자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좀처럼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하던 싸이월드는 2014년 분사된 상태서 운영되다, 프리챌 창업주(전제완 대표)가 세운 인터넷 실시간 방송 서비스 회사인 에어라이브에 2016년 인수합병 됐습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큰 인기를 끌던 상태였고, 동영상 시대가 되면서 두 서비스의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 뒤 에어라이브는 싸이월드로 사명도 바꾸고 에어라이브가 갖고 있던 기술인 페이스채팅과 라이브 방송 기능을 싸이월드에 이식한 뒤 ‘싸이월드 어게인’을 출시했지만 서버 불안정 문제를 일으키며 이용자로부터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싸이월드에서 상대편과 얼굴을 마주보며 채팅도 하고, 실시간 방송도 할 수 있게 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차가웠습니다. 사용자 추억에 기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까지 도전했지만, 이마저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싸이월드에 깜짝 소식이 들렸습니다. 2017년 삼성그룹 내 벤처스타트업 투자법인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입니다. 임금 체불 문제로 기존 멤버들이 대부분 떠난 상태였지만, ‘삼성’이란 이름 덕에 시장에서는 싸이월드의 부활을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기대했습니다.

당시 삼성이 싸이월드를 통해 뉴스와 음원 등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콘텐츠 확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몇몇 매체를 통해 나왔습니다.

그러나 삼성의 싸이월드 투자 배경은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의 오랜 인연 때문이란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고 사장과 전 대표는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가 재정난에 빠지자 전 대표가 고 사장을 만나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전략적 투자라기보다, 인연에 의한 자금수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이후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관련 인력들을 대거 채용했지만, 그 인기는 반짝 하고 말았습니다. 채용한 인력들도 1년을 채 못 버티고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싸이월드는 블록체인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자체 암호화폐를 준비하는 등 블록체인 사업에도 발을 담갔지만 이 역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올초 다시 싸이월드 2.5 오픈, ‘블록체인 기반 보상형 SNS 싸이월드 3.0’ 등을 예고했으나 그 뒤로 어찌됐는지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했지만 시장과 업계의 평가는 ‘헛발질의 연속’이란 반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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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에서는 이미 한 번 쇠락한 서비스는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는 정설이 있습니다. 차라리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쉽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여러 번 재기의 기회가 있긴 했지만 이를 놓친 싸이월드는 이제 서버 비용 등 최소한의 유지비도 부담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러 차례 임금체불에 따른 문제도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싸이월드에 몸 담았던 한 직원은 “직원 줄 월급을 엉뚱한 마케팅비에 쓰더라”라는 푸념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30~40대 이용자들의 추억이 오래된 일기장처럼 남아있는 싸이월드. 새겨진 추억이 너무 많아 차마 탈퇴도 못하고 회원으로 남아있던 이용자들에게 과연 싸이월드는 어떤 작별을 고할까요. 백업할 시간도 주지 않고 떠나는 것은 아닌지 3천200만 싸이월드 회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