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보더랜드3, 여전히 유쾌한 상상력

FPS와 파밍 RPG 요소의 적절한 조화...단조로운 보스전은 아쉬워

디지털경제입력 :2019/09/26 10:59

지난 13일 보더랜드3가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원, PC로 출시됐다. 2편으로부터 6년만에 출시된 보더랜드3는 진지함보다는 경박함에 가까운 유쾌함을 강조한 특유의 분위기는 유지하고 게임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된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절했다. 그 덕분에 출시 5일만에 5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국내 이용자에게도 보더랜드3는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게임이다. 시리즈 최초로 자막은 물론 음성까지 현지화 작업을 거쳐 출시됐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볼 법한 영어보다는 뒷골목에서 접하기 쉬운 영어로 시종일관 떠들어대는 캐릭터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됐다.

보더랜드 시리즈가 말초적인 장면 묘사만큼이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악역과의 대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커다란 장점이라 하겠다.

보더랜드3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FPS와 파밍 RPG를 혼합한 구성을 택한 게임이다. 오픈필드를 돌아다니면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전투를 진행하면서 재료를 모으거나 드랍되는 아이템을 얻어서 장비 성능을 높여가는 방식이다.

다만 이 과정이 탑뷰 시점에서 포인트앤클릭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인칭 시점에서 상대를 마우스로 일일이 겨냥하고 사격을 해야 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게임을 FPS가 아닌 RPG라 해도 무리가 없는 것은 RPG의 특성을 충분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보더랜드3의 전투는 상당히 즐겁다. 4개의 클래스 중 어느 클래스를 택했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여러 개의 스킬과 발이 달려서 적을 따라다니며 사격을 하는 총이나 휘어져나가는 탄환을 발사하는 총 등 개성있는 무기가 더해지면 때에 따라서는 이용자 마음 내키는대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전투를 펼치기만 하는 게임은 아니다. 상대해야 하는 적들은 화염, 전기, 독 등 여러 속성에 대한 내성에 더해 SMG나 스나이퍼 라이플 등 총기의 종류에 대한 내성도 가지고 있어 각 상황에 걸맞는 무기를 선택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구간도 마주하게 된다. 진지할 때는 진지하게, 경박해도 될 때는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보스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EDM이 울려퍼지는 클럽에서 보스와 상대하고 페이즈에 맞춰 음악이 변주되는 등 다양한 콘셉트를 보스전에 담아내려는 시도와는 별대로 각 보스는 다양한 공격을 펼치는 특수부대원 같은 움직임보다는 엄청나게 높은 체력 수치를 앞세워 맞아주면서 전진하는 단조로운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보스전에 이르러서 게임의 템포가 갑자기 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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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핵심 악역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 하다. 스트리머 콘셉트로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추종 세력을 모은다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스토리나 연출 면에서 이런 특성을 살려 주인공을 압박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 한다.

보더랜드3는 흔히 말하는 B급 감성을 극대화 한 게임이다. 때문에 이런 감성을 선호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 사이에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는 게임이다. 개발자의 상상력과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캐릭터들이 펼치는 활극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