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문제해결이다

[김덕수 칼럼] 2019 신경향 신보안⑦

전문가 칼럼입력 :2019/09/04 16:45

김덕수 펜타시큐리티 CSO
김덕수 펜타시큐리티 CSO

스마트시티, 이 말을 들은지도 한참 전이라 이미 낡은 느낌이 든다. 문서에 '스마트시티'라 적혀 있으면 굳이 다른 말을 찾아보기도 한다. 적당히 대체할 만한 말은 아직 없다. 브로드밴드, 유비쿼터스 등 전대 용어들과 비교도 해 볼 일인데, 말만 다르지 그게 그거라는 냉소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그렇진 않다.

1990년대 초고속 통신망, 2000년대 유비쿼터스 U-City 그리고 2010년대 스마트시티, 꽤 오래된 역사다. 그런데 쭉 보면 뒤로 갈수록 점점 구체성은 떨어진다. 브로드밴드에 비해 유비쿼터스는 보다 추상적 개념이고 스마트시티는 더 애매한 말이다. 그렇게나 요란했음에도 아직도 스마트시티의 구체적 뜻, 정의가 없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뜻도 모를 용어를 이미 낡았다고 여길 만큼 썼던 거다.

스마트시티란 정말 무엇인가, 이제라도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고민의 가치는 충분하다. 스마트시티는 '문제해결'이기 때문이다.

■ 스마트시티란

위키피디아는 스마트시티의 뜻을 '다양한 유형의 전자 데이터 수집 센서를 사용하여 자산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시 지역'이라 풀었다. 그외에도 나름의 정의들은 많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도시의 모든 인프라를 네트워크화한 미래형 첨단도시'도 스마트시티고, '경제, 이동성, 환경, 인간, 생활, 행정 등 다양한 주요 분야에서 우수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과 높은 삶의 질을 창출하는 발전된 도시'도 스마트시티, '도시에 ICT 신기술을 접목하여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도시 모델'도 스마트시티다.

이렇듯 스마트시티에 대해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정의는 없이, 다분히 문학적이다 싶은 표현만 분분하다. 스마트시티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말한다. 국가마다 다르고 도시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스마트시티란 미래의 어떤 도시를 지향하는 방향성의 이름이겠다. 이런 도시가 되면 좋겠어요, 희망인 것이다. 미래 멋진 신세계의 첨단 도시, 그런 왠지 좀 공허한 말은 잠시 치워 두고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현재 가장 두드러진 스마트시티의 기술적 의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도시 기능의 개선'이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모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래서 스마트시티 등 모호한 말 대신 '도시 데이터 플랫폼'이라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 꽤 타당하다 싶지만 모든 방향성을 다 담은 말은 아니다.

■ 그런데, 스마트란?

어쩌면 '스마트'란 말에서부터 혼돈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스마트의 뜻? 똑똑한 것, 즉 인텔리전트. 그럼 그 나름의 기술개발 방향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요즘 유행에 맞춰 인공지능,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로 대신하는 것. 그 나름의 방향도 있을 것이고. 그러니 스마트시티란 말의 어색함은 애초에 잘못 놓인 애매한 용어의 함정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도대체 스마트란 무엇인가! 정말 궁금한데 혹시 본토 영어 뉘앙스를 몰라서 애매한 건가 싶어 미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도대체 '스마트'란 무엇인가? 그는 간단히 "인터넷에 연결된 것"이라 답했다. 덧붙여 "과거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 인터넷에 연결된 것"이란 첨언도. 꽤 많은 것들이 정리되는 깔끔한 정의에 감탄했다.

그렇다면 스마트는 '과정'을 뜻할 것이다. 모두 다 연결되면 사라질 말이기 때문이다. 모든 폰이 '스마트' 폰이 되면 굳이 스마트 폰이라 부를 이유가 없으니, 그건 그냥 폰이다. 당연히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PC를 굳이 스마트 PC라 부르지 않듯. 즉, 스마트란 '인터넷 연결 과정 중에 있다'는 뜻이겠다.

그럼 스마트시티의 가장 중요한 일은 '연결'이라 하자. 도시를 인터넷에 연결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그에 따라 도시 활동을 최적화한다. 그 일을 함에 있어 발생하는 나머지 문제들은 각 문제 성질에 따라 해결하면 될 일이다. 간단한 이치다. 기존에 기업과 기관 시스템에 대해 늘 해 왔던 일이고, 도시란 게 워낙 크다 보니 좀 더 복잡할 뿐이다. 무엇이 복잡한가.

■ 스마트시티 = 도시 OT + IT + 블록체인

연결을 목표로 두고, 그 목표에 이를 수단을 보다 기술적 시각으로 보자면 스마트시티는 물리적 도시를 움직이는 운영기술(Operational Technology), 'OT'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시티의 핵심기술은 IT와 OT의 결합, 즉 사물인터넷(IoT)이다. 그 성질에 따른 문제와 해법을 살펴보자.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수자원, 정보통신, 에너지, 환경, 유통, 문화관광, 과학기술, 교육, 국방, 주택, 복지, 산림 등 모든 사회기반시설은 제각각 방대한 규모의 OT를 운용한다. 그런데 살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옛날 기술을 쓰고 있다. 이더넷은 고사하고 전기신호로 동작하는 체계도 있다. 시설 성격상 막중한 보안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구식 레거시 시스템 혁신의 업무 연속성 문제다. 이에 IT를 접목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지금껏 늘 해 오던 일이니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IT 측면에서 스마트시티란 수많은 사람과 사물이 끊임없이 상호작용과 정보교환을 하는 초연결 환경이다. 그걸 모두 중앙 시스템이 개입해 처리하는 건 불가능 수준의 비효율이다. 어떻게든 무리해서 처리한다더라도 프라이버시 침해와 정보독점 등의 부작용이 따르고, 그럼 그 문제를 또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규모가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차세대 신뢰기술 블록체인 연결이 필연적이다. '단말-중앙-단말' 연결의 규모 한계를 '단말-단말' 연결로써 해결한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 사회적 합의 등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해결은 가능하다.

이렇듯 스마트시티란 도시를 인터넷에 연결하고, 도시 OT와 IT를 결합하고, 기존 기술의 규모 한계를 블록체인 기술로 극복하는 일이다. 기술적으로는 그러하다. 하지만 단지 방법일 뿐 그게 스마트시티의 뜻이라 하기엔 목적성을 충분히 설명하진 못한다.

■ 목적은 '급한 문제' 해결

스마트시티는 이미 좋은 도시를 더 좋은 도시로 만드는, 그런 한가한 일이 아니다. 자칫 도시의 운명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일이다. 미래에 발생할 위험이 있거나 이미 발생해 수습 곤란한 문제들의 해결과 대책 마련이 스마트시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공공자원의 운영 효율을 최적화하고 보다 고품질의 시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더 많은 기업과 투자를 유치하고 도시 거주 시민과 관광객 등 방문자를 유입해 도시의 수입을 높이는 '경제성' 또한 스마트시티의 임무다. 도시 유지와 성장에 따른 환경적 영향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도시의 건강 수명과 '지속가능성'도 보장해야 한다. 도보, 자가용, 대중교통, 자전거 등 이동수단 종류를 불문하고 도시 내 그리고 도시 간 이동성을 최적화하는 '모빌리티' 문제도 급선무다. 다시 말해 스마트시티란 서비스, 경제성, 지속가능성, 모빌리티 등 도시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의 총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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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의 뜻을 생각할수록 'Livability'란 말의 뜻이 무겁게 다가온다. '거주 적합성'이나 '적주성'쯤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그 말이 가장 구체적으로 쓰이는 건 축산업 분야다. 가축의 생존율. 스스로를 짐승으로 비하하는 듯해 찝찝하지만 그 뜻은 유의미할 듯싶다. 오늘날 도시는 너무나 살기 괴로운 양계장이나 축사 같은 것이 되어 가고 있으니까.

스마트시티는 문제해결이다. 일단 교통, 쓰레기, 생활, 이 3가지 문제만 생각해 보자. 당장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니 이거 너무나 끔찍한 세상 아닌가. 스마트시티는 여유롭고 한가하게 추진할 일이 아니라, 아주 중요하고 시급하고 절박한 1등급 당면 과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덕수 CSO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정보보안을 전공, 정보보안 전문기업 펜타시큐리티시스템(주) 창업 시점부터 개발자로 참여했다. 개발, 기획, 구축 프로젝트, 보안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정보보안 관련 여러 관점의 현장 실무로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CSO로 근무하고 있다.